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사람은 본디 태어날 때부터 음양의 두 기가 모여 하나의 생명체로 태어났다.
그러므로 이 두 기가 잘 조화되어 나가면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요, 반대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건강을 잃어 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병이란 곧 몸 자체가 음양의 조화를 잃은 상태를 말함이며,
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말할 수 있다.
첫째는 몸 밖의 좋지 못한 기가 몸 안으로 침투하여 조화를 잃었기 때문이며,
둘째는 몸 내부의 마음 작용이 뒤틀려 조화를 잃었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로 침상에 누워 꼼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를 일러 병이라 하여 침상을 뜻하는 ‘爿(나뭇조각 장)’ 위에
사람이 드러누워 있는 모양을 그대로 본 떠 ‘疒(병들 녁)’이라 하였다.
그리고 단순히 병든 원인이 외부적 자극에 의한 ‘외상’이라면 ‘疒’속에 ‘矢(화살 시)’를 붙여 ‘疾(병 질)’이라 하여,
눈병을 ‘안질(眼疾)’이라 하고, 창자 끝이 돌아 빠져 밖으로 드러난 항문의 한 병을 일러 ‘치질(痔疾)’이라 하는 등
밖으로 드러난 병을 말한다.
이에 비해 밖으로부터 병의 원인이 되는 모든 병인이 몸 안으로 침투함에 몸 안에서 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밖으로 ‘아픔(병)’으로 드러난 것은 모두 다 疒’ 안에 ‘丙(드러날 병)’을 붙여 ‘病(병 병)’이라 하였다.
이처럼 ‘疾’과 ‘病’은 구분되기는 하나 우리의 경험상 ‘疾’보다는 ‘病’의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에
‘질병’을 고치는 곳을 통칭해‘病院(병원)’이라 말하지, ‘疾院’이라는 말을 따로 두지 않는다.
왜냐하면 모진 전쟁의 와중에서도 화살이나 창에 찔려 죽은 자보다는 각종 병에 걸려 죽은 자가 많다는 것은
이를 잘 증명해준다.
일반적으로 질병은 그렇다 말할 수 있지만 마음에서 스스로 얻어낸 병통은 어떤 것인가?
대부분 마음에서 스스로 자아낸 병은 ‘머리와 가슴이 불통해 오는 병(憂)’, ‘낙엽 지는 가을에 오는 상실감(愁)’,
‘이것저것 잡다한 생각의 과잉(思)’, 그리고 ‘닥치지도 않은 일을 미리 하는 걱정(慮)’등이다.
이런 마음 자체에서 스스로 빚어지는 병은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끊임없이 마음속에 파고 든 결과이기 때문에 뚫는다는 뜻을 지닌 ‘串(뚫을 곶)’에 ‘心(마음 심)’을 붙여
‘患(근심 환)’이라 한다. 그러니 ‘근심’이란 곧 ‘根心’ 즉 마음 속에 뿌리내린 병을 뜻한다.
따라서 이 세상의 모든 병은 ‘疾’과 ‘病’과 그리고 ‘患’, 이 세 종류밖에는 없다.
그러나 ‘疾病’으로 인하여 삶을 영위하기 위해 활동하던 일이 일시적으로 다 중단되고 나면
‘근심’이 일어나기 때문에 ‘疾’이나 ‘病’에 다 같이 공통적으로 ‘患’이 붙을 수밖에 없다.
몸의 조화는 점점 시간차를 두고 깨져 가는 법인데 이같이 병이 진행되는 과정을 ‘症(증세 증)’이라 한다.
또 심하게 아픈 상태를 ‘痛(아플 통)’이라 한다. 즉 ‘아프다’는 것도 대개의 경우 근골의 계통 따라 아프기 때문에
‘疒’에 ‘通(통할 통)’을 붙인 것이다. 그렇기로 ‘痛症’이 일어나기 전에 ‘질병’을 고쳐야 하고,
모든 근심은 마음 속에 뿌리박히기 전에 털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