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눈 떠나다
나무
착해서
너무 착해서
눈물이 난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견디다 못해 소리 지르며 뛰어오르는 반가움
어리석고 이기적인 나를
깨치려고 온 생명이던가
거실에서
침실에서
화장실까지
산에서도 어디서도
그림자처럼 곁에 와 앉던 녀석
고쳐보겠다고
엑스레이, 엠알아이, 혈액검사, 할 수 있는 건 다했지만
부검까지 하고서야 '상행성 척수연화증' 병명만 알았다
무지막지한 산악자전거떼가 작고 예쁜 내친구를 잡았다
잠자듯 사라진 고요한 숨결
귀여운 몸에 닿은 마지막 손길 그대로 떠났다
오래전에
'내가 살아 움직일 때마다 고통스럽게 생각날꺼야'
그렇게 이별을 말한 사내가 있었지
내가 살아 움직일 때마다 네가 생각날거다
얼마나 고마운 생명이었는지
다음 세상은
더 귀한 사랑으로 태어나라고
대학병원 임상실 육보시를 하였다
다시 오는 봄인양
더 어여쁜 생명으로 나거라
아름답고 귀하게
보고싶어서
자꾸 보고싶어서
또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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