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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씨민과 나자르의 별거'

나무^^ 2011. 10. 19. 14:14

 

 

                                                감독     아스가르 파르허디

                                주연     네일라 하타미, 페이만 모아디

                                제작     이란 (페르시아어, 123분)

 

            참 좋은 가을날, 한갖지게 이대앞 거리의 상점들을 구경하며 모모극장에 가서 보았다.

                    몇 편의 이란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던지라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최고 작품상을 수상한 이 영화를

                    기대를 하고 보았다.

 

                    한 부부가 이민문제를 두고 각기 다른 생각을 하여 벌어지는 내용인데. 아내가 남편을 설득하기 위해

                    친정으로 가 집을 비운 사이 고용한 도우미 아줌마와의 갈등으로 사소하게 일어난 문제가 점점 확대된다.

                    딸을 사랑하는 정갈한 모습의 교사 아내, 냉철하지만 인간다운 신념을 굳히지 않는 남편의 태도,

                    도우미 아줌마의 품위있는 진실한 모습 등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진실을 위한 투쟁이 이 영화를 이끌어간다.

                    그리고 각기 어린 딸들이 보여주는 불안함, 차분하게 진행되는 영화는 긴박감과 함께 진한 감동을 느낀게 한다.

 

                   '당신을 알아보지도 못해'라고 말하는 아내에게 남편은 말한다. '나는 아버지를 알아'

                    그 이상의 무슨 답변이 필요하겠는가?

                    거동이 불편하고 치매에 걸린 시아버지를 위해 만료시일이 가까워오는 이민을 미룰 수 없다고 아내는 이혼까지

                    불사하며 남편을 설득하려고 하지만, 매사에 이성적인 남편은 아버지만은 양보하려들지 않는다.

                    또한 아줌마왕의 갈등으로 진퇴양난에 빠져 감옥을 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버지를 씻기며 소리 죽여

                    흐느끼는 순간, 그가 책임지고자 애쓰는 가치관에 가슴이 뭉쿨한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부모를 부양하지 않으려는 요즘 세태의 가벼움과 함께 자식에게 짐이 된 노인문제의 심각함을 생각하게 한다.

                    자신의 딸을 위해서는 더 나은 나라로 이민을 가려고 하면서 시아버지는 버리길 원하는 아내의 손쉬운 해결에

                    굳히지 않는 그의 강건한 신념이 장하게 느껴졌다.

 

                    남편이 직장을 잃고 생활이 어려워 도우미를 하다 태아가 사산된 아내를 나자르의 탓으로 돌리며

                    분풀이를 하는 도우미 아줌마 남편의 구태의연한 도덕성은 딱하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자신이 믿어온 종교 때문에 끝까지 진실을 외면할 수 없는 아줌마의 의연함은 비참하지만 아름다웠다.  

                    결국 집을 나간 할아버지를 도우려다 벌어진 태아사산은 그들 모두에게 분명 책임이 있는 일이었다.

                    끝까지 밝혀지지 않은 도난문제는 궁금증으로 남았다.

 

                    아내가 좀 더 인내하며 남편의 뜻을 따랐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불행이었을까?

                    사랑하는 딸의 간절한 부탁으로 아내의 뜻을 따르며 합의에 들어가지만, 아줌마에게 그의 딸 앞에서

                    코란에 맹세를 요구하는 그의 철저함에 그녀는 순진한 항거를 하며 남편에게 폭행을 당한다.

 

                    신념! 똑똑한 인간들에게는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제각기의 신념이 있다.

                    그것을 버리느니 죽음을 택할 만큼 강한 사람들이 있는 반면 신념 따위는 아예 유리한 삶을 위한

                    수단으로 밖에는 생각지 않는 경박한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그 신념은 자신의 의식이 깨어감에 따라 수정되기도 하고 변하기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리석은 신념은 지니지 않음만도 못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절대불변의 진리란 존재하지 않는다.

                    때로는 그것이 자신의 이기심을 지키기 위한 것은 아니었나 늘 반성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한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생각을 유도하는 잘 만든 좋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