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2025. 1. 31. 12:34

 

지은이  베른트 하인리히  

옮긴이  조은영 

펴낸 곳  월북 

 

* 내 주위에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있고 최재천 교수님이 추천한 책이라 사 보았다.

오래 전  잠시 승마를 함께 했던 분 중에 젊은 시절 달리기를 하다가 장년이 되면서 그만 둔 안경점 사장은 체중이 너무 많이 빠져서 그만 했다고 한다. 그는 크지 않은 체격으로 건강했다. 또 다른 한 분은 은행 지점장 은퇴후 시작하여 70대 중반인데도 달리기를 하는 가곡반 회원님이다. 너무 무리하는 것 같아 만류했는데 이 책의 작가는 80세가 되어서도 규칙적으로 달리기를 하여서 놀라웠다. 더군다나 생리생태학자로서 여러 종목의 달리기 신기록을 보유한 분이라 그의 삶 자체가 경이롭다.

나는 운 나쁘게 어려서 왼쪽 발목 관절염을 앓아 달리기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아마도 그런 일이 없었다면 자연을 사랑하는 나도 달리기를 좋아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달리기가 얼마나 심신 건강에 좋은지 새삼 더 느낄 수 있었다. 필자의 다리가 그렇게나 많이 달리고도 괜찮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이 책은 여러 가지 생물의 관찰과 필자의 달리기 과정이 흥미롭다.

 

어려서부터 숲과 농장을 뛰어다니며 생물을 관찰하기 좋아했던 필자는 고등학교 때 정식으로 숲길을 달리는 크로스컨트리에 참가했다. 그 후로 수많은 대회에 참가하여 신기록을 세운다. 80세가 되어서도 뛰고 있는 그에게 지인들이 건네는 말은 '이봐, 자네 아직도 뛰고 있나?' 그는 멈출 수 없는 생체시계 때문에 그냥 뛴다고 말한다. 우리는 습관과 경험에서 비롯된 선입관으로 노년에 들면 많은 것을 포기한다. 그러나 경주 결과에 목을 매지 않는 한 달리는 것이 즐거우면 뛸 수 있다는 거다.

 

그의 아버지는 4년간이나 꿀벌을 관찰하는 아들의 16살 생일 선물로 그비너가 쓴 <춤추는 벌: 꿀벌의 삶과 감각 이야기>를 선물한다. 그는 곧바로 그 책을 이해할 수 있었으며 꿀벌의 24시간 주기로 돌아가는 생체시계에 대해서 알게 된다.  따라서 모든 동식물에게 시간 감각이 존재하며 그 감각이 모든 생명현상을 지휘한다는 사실이 밝혀짐으로 우리는 삶을 조절하고, 어쩌면 노화 속도와 수명까지 관장하는 생체시계를 장착하고 있다고 말한다.

'나무, 벌, 새, 인간은 지구에서 하루 주기뿐만 아니라 일년 주기를 따르도록 진화했는데, 일 년 주기는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의 기울기와 관련이 있다. 독일 조류학자 에버하르트 그비너는 이 장기적인 주기도 생체시계에 의해 관리된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한 사람들 중 하나다.'

그비너는 유럽찌르레기 등을 길러 실험해 보였고, 필자는 땅다람쥐, 송장개구리 등을 예로 들어 변덕스러운 자연에 적절한 균형과 유연성이 자연선택의 산물임을 설명한다. 

 

'수명과 노화의 비밀'에서는 여러 생물체들의 수명을 소개하는데 최고 수령이 1만 3천년 된 참나무, 507세로 건져올려진 백합조개, 190세된 갈라파고스땅 거북 등을 소개했다. 필자의 경우는 달리기가 삶의 질을 높여주긴 했어도 노화를 막지는 못했다고 말한다. 늙는다는 건 세포 차원에서 상처가 서서히 쌓여 노화라고 일컫는 신체 저하가 일어나는 과정이므로 성체는 종마다 사전에 결정된 시간까지 아주 천천히 죽어가는 것이다. 이 과정은 DNA와 적응이 개입된 분자생물학 영역이며, 오랫동안 노화는 대사율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즉 수명이 더 긴 대형동물이 소형동물보다 대사율이 더 낮다는 이론에서 추론된 가설이었다. 음식 섭취에 있어 양이 적은 단식은 대사율을 낮추고 수명을 늘인다. 심박수도 영향이 있으므로 스트레스를 줄이고 마음을 편히 가지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필자는 '신체의 생리를 내분비계와 삶의 속도, 즉  에너지 소비율과 연결하는 셀리에증후군은 마땅한 근거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음식 섭취는 수명과 상관관계가 있다... 약간의 스트레스 요인은 노화를 낮추고 수명을 늘인다는 증거가 지난 반세시 동안 많이 축적되었다... 수명을 줄이는 스트레스는 회복할 기회를 주지 않은 채 압박 요인이 장시간 높게 유지되는 상태를 말한다.' 고 말한다.

염색체 말단의 텔로미어(말단소립)라는 마개구조가 염색체를 비활성화하는 제동 장치로 텔로머레이스(말단 소체복원효소)라는 효소가 텔로미어를 원래 길이로 복원시키고 DNA가 풀리는 것을 막는다고 한다. 즉 피부 재생이나 상처 회복에 필요한 과정으로 도마뱀과 우리 몸 등을 예로 들었다. 

 

'시간과의 레이스'에서 필자는 몇 달간이나 무릎 통증을 앓고 더 이상 달리지 말라는 처방을 받았지만 몸을 원래대로 유지하기 위해 작동하는 보수 메카니즘에 의해 다시 달릴 수 있었다. 60세 때 100km 울트라 마라톤 참가헤 절반 지점까지 달린 일, 70세 때 10km를 완주한 일, 79세 때 트레일 투 에일 대회에 참가해 59분 20초 기록을 세워 뿌듯했던 경험을 들려준다.

여러 동식물들의 생태를 예를 들어 설명하면서 우리 몸의 경우, 집 상태의 변화를 알아채는 거주자의 민감도가 주택의 부식 속도와 붕괴지점을 결정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필자가 메인주에서 보낸 어린 시절, 음식은 귀했지만 그는 자신의 두 발로 순수한 자유를 경험하며 즐겁게 적응했다. 소련군을 피해 고향을 떠나온 부모님들의 고단한 삶과는 달리... '인간은 가능하면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려고 한다. 이 정체성은 밖에서 주어졌을 때보다 스스로 얻어냈을 때 더 만족스럽다. 돌이켜보면 내가 스스로 얻어냈다고 생각하는 큰 정체성이 하나 있는데 바로 주자(走者)이다. 과학자가 아닌 건 아니지만 평범하지 않은 상황들을 겪으며 결국 그 두 가지가 뒤엉켰다. 하나의 성취가 다른 하나를 성취하는 도구가 된 것이다.' 그에게 주어진 경이로운 넓은 숲은 천국과 같은 것이었다고 회상한다. 나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의외로 정신력이 강하고 독립적인 인간이며 지니고 있던 의존성이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필자는 고등학교에서 달리기 팀에 들어가 최고 선수가 되면서 대학갈 길이 열리고, 유명한 메인대학 삼림학과에 입학해 스스로 등록금을 마련하며 크로스 컨트리 달리기팀에 들어간다. 그러나 호기심에 바벨을 들어올리다 디스크 파열을 당해 시작도 하기 전에 몇 달을 고생한다. 달리기를 쉬는 대신 학술지에 <파밍턴의 족제비> 논문을 발표하여 생물학의 씨앗을 뿌리게 되었다. 해부학에 쓰일 쥐 잡기, 전시용 박제표본 만들기 등 끊임없이 학비를 벌면서 전공을 동물학으로 바꾸었다. 기적처럼 허리 부상을 극복하고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고 주장이 되어 팀을 이끌었다. 그러나 부모님의 마지막 여정인 아프리카 여행에 동참하면서 팀에 몹시 미안했지만,  아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쇠해가는 아버지를 돕는다.

그곳에서 케냐 사람을 따라 맨발로 달리기를 했다가 2주 동안 걷지도 못했다. 우연히 잡은 도미누스왕똥 풍뎅이는 후에 곤충생리학 박사를 받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1년 3개월 후 미국으로 돌아가 다시 육상 선수들과 함께 뛰면서 생애 가장 행복한 시절을 보낸 일을 회상하였다.

 

허리 디스크 파열 경력으로 군에 지원했지만 거부당하고 대신 학업을 계속하면서 박사과정에 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사랑하는 여인도 만났다. 그러나 알 수 없는 관절 통증에 시달리며 좌절하였다. 연구 주제를 '나방이 혈액을 통해 비행 모터의 뜨거운 열기를 복부로 보내면 복부가 자동차 라디에이터처럼 열을 방출한다는 가설...' 로 바꾸어 진행하던 중 놀라운 발견에 유레카를 외치자 통증이 사라졌다. 즉 '신체적 스트레스가 아니라 도시의 공허함, 낯설고 이질적인 문화, 완벽하게 좌절된 연구로 인해 길을 잃으며 비롯된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왔다고 믿었다.' 고 설명한다.

그 사이 결혼하고 매년 부모님 농장으로 돌아가는 대륙횡단 여행을 하였다. 뒤영벌의 먹이 루트를 탐색을 하며 다시 달리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세미나에서 발표한 논문을 한 교수가 공동 저자로 발표하자는 제안을 거절하자 도용당한 일, 정교수가 되어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지낸 일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타고난 달리기 선수이다. 이게 현존하는 호미니드 중에서도 인간을 고유하게 만드는 점이다. (도구를 만들어 썼다는 이유로 유인원보다 우월하다 할 수도 없고, 생각하는 존재라는 이유로 유인원보다 우월하다고 할 수도 없다.) 발자국은 그 주인의 행동은 물론이고 체형에 대한 간접적인 기록이기도 하다. 나는 가볍게 쌍인 눈 위에서 달릴 때 와 걸을 때 남은 흔적을 비교해보았다. 화산의 얇은 응회암층에 보존된 인간 이전 사람들의 발자취와 완벽하게 일치했다.' 라며 여러 가지 인간의 특징이 달리도록 테어났고 뜨거운 기후에서 기원하게 분명하다고 밝힌다. 그가 머리카락을 사용해 운동으로 발생한 열을 처리하는 박각시나방의 능력을 제거한 것처럼 인간의 땀 흘리는 반응이 사라졌다면 인류는 진작에 열대 아프리카에서 멸종했을 거라고 설명한다.

 

'마라톤은 힘들지만 순수하고 만족스러우며 흥분되는 경기이다.' 라며 수많은 경기에 참가했던 경험을 <머리는 차갑게: 꿀벌의 체온 조절> 논문과 연관짓는다. 이 책은 필자의 달리기 출전 경험과 생물학 연구를 상세히 설명하는데 지루하지 않고 흥미로우며 감동적이다.

'진화적 선택'에서는 우리 모두가 생물학적으로 역사의 훨씬 이전부터 같은 종족이었으며 진화적으로 선택된 사냥꾼이라고 말한다. 그 같은 종족들이 서로 전쟁하며 학살을 서슴치 않는 것을 보면 그 우매하고 어리석은 몇몇 권력자들의 사악함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애벌레와 번데기의 운동'에서 느린 애벌레와 빠른 애벌레의 패턴, 부동성이 방어수단인 애벌레 등 먹이감의 폭넓은 진화와 선택압에 대한 관점을 설명한다.   

'여든의 사슴 사냥'에서 '정신적으로 성숙해진다는 건 무엇이 가능하고 가능하지 않은지를 정확히 판단하고 그 차이를 안다는 뜻이다. 나는 갈수록 투자하기 전에 내게 얼마나 유리한지 확률을 알고 싶어졌다.' 며 수사슴을 따라 숲 속을 달리고 헤매였던 경험을 들려준다.

'어느 특별한  울트라 마라톤' 에서는 '진정한 보상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쾌감과 보물' 같은 즐거움으로 예배 의식과 같은 새로운 차원의 달리기 경험을 이야기한다. 3일동안 2,400km를 달리는 북아메리카 산악 지대에 사는 검은 머리 솔새처럼...

'달리기의 수명'에서 필자는 40세 때와 같은 경주는 무리이지만 달리기의 즐거움을 위해서 달릴 수는 있다고 말한다. 50세에 달리기를 시작한 켈리포니아의 빌도슨은 80세에 대회기록 4개를 세웠다. 필자는 60년을 달려왔고 지금도 매일 달릴 수 있다. 그처럼 나의 산책도 계속되길 바란다.

'자연의 소리' 에서 달리기는 상호예식과 같은 것이며 모두가 함께  경험하며 서로를 결속하게 만듬으로 그보다 더 나은 게 생각나지 않을 만큼 영혼의 터전으로서 심신을 먹여살리는 행위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달리기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가치있는 행위인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필자의 생물학적 능력에도 존경심을 느끼며 이 재미있고 유익한 책을 주위에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