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에 호기심을 느껴서 사 읽어보았다.
오래전에 <노르웨이의 숲>을 읽고 이 작가를 알게 되었다. 현재는 일본 뿐만 아니라 세계 50여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읽히는 유명 작가가 되었다. 이 책은 12개의 소제목으로 작가의 생각과 느낌을 쉽게 전달하고 있어 틈틈이 편하게 읽었다.
제 1회 '소설가는 포용적인 인종인가' 에서는 첫 작품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신인상을 타고 작가가 된 이야기이다. 소설을 지속적으로 써내야 하는 일은 점점 어떤 특별함이 요구되는, 일종의 자격을 요구하는 일이라고 한다. 수많은 신인 작가들이 소리없이 사라지는 것은 글을 쓰는 작업이 저속 기아로 이루어지는, 즉 효율성이 떨어지는 작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수없이 수정해야 하고, '소설가란 불필요한 것을 일부러 필요로 하는 인종'으로 그 속에 진실이나 진리를 담아내야 하는 어려운 일임에도, 소설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내적 충동, 강인한 인내력, 지속적인 작업 능력이 요구된다. 따라서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제 2회 '소설가가 된 무렵' 에서는, 작가가 서른 살에 등단하기까지 독서와 음악을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으로 까페를 운영하고, 결혼을 하고 7년만에 대학을 간신히 졸업했다고 한다. 빚을 내 가게를 열어서 점차 안정적 운영을 하게 되자, 영업이 끝난 밤에서 새벽까지 주방에서 소설을 썼다. 또 영어로 글을 쓰는 재미를 느껴 그 문장들을 다시 일본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하면서 자신만의 문체를 발견하였다고 말한다.
제 3회 '문학상에 대해서'에서는 '후세에 남는 것은 작품이지 상이 아닙니다. 이년 전의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을 기억하는 사람도, 삼 년 전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기억하는 사람도 이 세상에 아마 그리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즉 그는 현역 작가로 발전 도상에 있는 작가이므로, '개인의 자격'이 더 중요함을 말한다.
제 4회 '오리지낼리티에 대해서' 는 여러 예술가들을 들어 설명하였다. 다른 표현자와는 명백히 다른, 순식간에 이해할 수 있는 독자적인 스타일과 그 스타일을 스스로의 힘으로 비전 업 할 수 있는가, 즉 내면적인 자기 혁신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독자적인 스타일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일반화되고 가치 판단의 일부로 편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에 있어서나 문학에 있어서 그 사람 만의 개성이 있어야 한다고 이해되었다. 또한 작가는 35년간 글을 쓰면서 슬럼프를 경험하지 않은 것은 번역 이라는 기술적 작업을 병행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소설을 쓰고 싶다는 강한 내적 요구가 일어날 때 쓴다는 것이다.
제 5회 '자, 뭘 써야 할까?' 에서는 제임스 조이스의 '상상력이란 기억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유효하게 조합된 맥락없는 기억'은 그 자체의 직관으로 예견성을 갖게 된다고 하였다. 소설을 일단락하고 나면 부업처럼 에세이를 쓰지만 좋은 소재들은 소설을 위해서 아껴둔다 한다. 또 작가의 '매직'을 강조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언어와 문체가 필요하고 아울러 '설명하지 않는다'는 기본 작전을 사용한다. 취미로 소설을 쓰는 나로서는 그 점이 가장 유의해야할 점이라고 생각했다. 쉽게 설명하고 지나가면 소설이 실감나지 않고 재미없어질 것이다.
프리 임프로비제이션(free improvisation), 자유로운 즉흥연주처럼 진행시키는 글쓰기의 필요함을 유명 작가의 예를 들어 설명하였다. 또한 세대를 불문하고 스토리에 필요한 소재를 꼼꼼히 수집하고 축적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작가란 주위에 수많은 매력적인 원석(이야기감)들을 살펴 무제한으로 채집할 수 있는 한 쌍의 눈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한다.
제 6회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든다 ㅡ 장편소설 쓰기' 에서 작가는 일본을 떠나 유럽에 있으면서, <노르웨이의 숲>을 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소설가란 예술인이기 이전에 자유인이어야 하고, 자유인이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때에 내 좋을 대로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거의 매일 20매의 원고를 쓰며, 초고가 끝나면 고쳐쓰기 하는 과정을 설명해준다.
장편이란 긴 이야기는 군데군데 나사를 풀어주듯이 헐렁하게 풀어주는 호흡이 필요하고, 또한 한동안 재워두는 '양생'의 과정을 거쳐 수정한 후, 아내에게 읽어주길 부탁한다. 아내는 그에게 음악의 '기준음'과 같은 역할을 한다며, 다시 수정을 거쳐 편집자에게 넘긴다고 한다.
무엇보다 시간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서, '사전 작업'에 관해서 재미있게 비유를 들어 설명하며, 작가 나름의 고유한 시스템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한다. 자신의 '실감'을 믿으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제 7회 '한없이 개인적이고 피지컬한 업' 에서 작가는 긴 소설을 쓰는 일은 상당히 고독한 작업이기에 인내심을 지닌 지속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초체력이 몸에 배도록 다부지고 끈질긴 피지컬한 힘을 획득할 필요성과 근육뿐만 아니라 해마 뉴런의 수를 증가하기 위한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해야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작가는 전업 작가가 되면서 달리기나 수영을 거의 매일 한 시간씩 해왔다고 한다. 나 역시 사회생활에 있어서나 개인 작업에 있어서나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잘 알기에 공감하는 바이다.
소설가의 기본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그것은 의식의 하부에 스스로 내려가는 것, 즉 마음 속 어두운 밑바닥으로 하강하는 것이다. 큼직한 빌딩을 지으려면 기초가 되는 지하 부분도 깊이 파야하는 이치이다. 그 지하의 어둠 속에서 필요한 양분을 찾아내 의식의 상부로 되돌아와 문장화하는 것이다. 이때 다양한 위험과 일상적으로 마주하기 위한 피지컬한 강함이 필요하다. 작가는 매일 필요한 만큼 써나가는 작업을 통해 장기간에 걸쳐 그 마음의 강인함을 유지하기 위한 그릇인 체력을 증강하고 관리 유지의 불가결함을 몇 작가의 예를 들어 강조한다.
제 8회 '학교에 대해서' 작가는 학교에 대해 별로 좋은 이야깃 거리가 없고, 영어 성적과 상관없이 소설책을 읽기 위해 영어를 스스로 공부한 것과 책을 상당히 많이 읽은 것이 후일 작가가 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일본의 교육 시스템의 모순이 사회 시스템의 모순으로 이어지는 점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들어 설명한다. 작가의 부모님이 모두 국어 선생님이었다고 하니 그의 자질은 물론, 환경적 요인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작가는 학교가 아이들의 상상력을 압살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러나 일관된 교육과정을 주입시키는 교육으로는 어려운 과제이다.
제 9회 '어떤 인물을 등장시킬까?' 에서 작가는 여러 유형의 많은 사람을 알아야 하는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도스토엡스키의 <악령>을 소개했다. 작가는 소설을 쓰면서 '마음만 먹으면 나는 누구라도 될 수 있다'는 즐거움을 말한다. '나'라는 일인칭 소설에서 벗어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그 선택지가 넓고 다양해졌다고 말한다. 실감나는 등장인물들이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스토리가 제맘대로 흘러가는 행복한 상황을 작가의 책을 통해 보여준다. 또한 자신과 다른 연령의 주인공들을 등장시키면서 '가공의 일이란 꿈 속에서 일어나는 일과 똑같은 것', 즉 온갖 '안 될 일'이 자유롭게 가능해지는 소설 쓰는 일의 큰 기쁨을 표현한다. 이는 무한한 가능성을 창조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 10회 '누구를 위해서 쓰는가?' 에서 첫작품을 예로 '자기 치유'적인 의미를 말한다. 자신을 상대화하면서 승화시키고 그 작용을 독자와 공감하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진심으로 공감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내 기분에만 따를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모험과 집중력이 필요했던 경험을 들려준다. 작가의 소설이 남여 노소 다양한 연령층에 읽히고 있는 것을 기뻐하며 상당한 거부 반응조차도 수용하는 작가에게서 대작가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제 11회 '해외에 나간다. 새로운 프런티어'에서는, 단편 소설들이 <뉴요커>에 실리게 되고, 유능한 번역가 덕에 <뉴욕타임즈>에 호평이 실리자, 뉴요커와 '전속 작가 계약'을 맺게 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영향력이 미치는 효과는 상당했고, 작가는 직접 미국 문예계 슈퍼 톱 클래스들을 만나 그들과 손잡고 활동범위를 공고히 한다. 그 중 한 사람은 그가 오래 전에 번역한 작품의 작가가 소속된 출판사 대표이자 편집장이었으니, 여러 모로 그의 영어 실력이 글로벌한 작가로 뻗어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가장 큰 요인으로 그의 작품을 번역한 훌륭한 번역자들의 이야기를 소상히 들려준다.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된다는 것은 다양한 문화의 다양한 좌표축에서 작품이 평가된다는 의미이므로 '크나큰 달성이라고 자부'심을 느낀다는 작가의 말에 동의한다.
제 12회 '이야기가 있는 곳 가와이 하야오 선생님의 추억'은 작가가 이십여년 전 만났던 프리스턴 교수와의 만남을 추억하는 이야기이다. 작가는 소설가의 역할을 '조금이라도 뛰어난 텍스트를 대중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텍스트의 역할은 '각각의 독자에게 저작(詛嚼)되는 데 있다'고 하며, 독자는 그 역할을 마음껏 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사람을 관찰하는 게 일인 소설가로서 심리학 임상가인 가와이 선생님과 공유했던 심연의 공감을 들려준다. 두 분 모두 인간 탐색의 선수들이었을 테니 잘 통했을 것이다.
이 책을 내게 된 작가의 후기로 책이 끝난다. 나는 문학에 흥미가 있어서 이 책을 재미있고 유용하게 읽었다. 이 작가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작품을 예전에 읽었던 것보다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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