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읽고 140

채식주의자

지은이 한 강     펴낸 곳 창비 * 이 작가의 책을 읽고 싶었는데 다른 책들을 읽느라 미루었던 차라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자 바로 사서 읽어보았다.왠지 작가의 내면적 고통이 절절히 느껴지는 듯한 심정으로 책을 덮었다. 주인공의 이미지가 작가의 이미지와 겹쳐지는 듯 했다. 그 절실한, 살아있어도 살아있지 않은 것 같은 내면적 절망을 느껴본 사람이라야 공감할 수 있는 글이다. 심심하고 담백하지만 충격적인 문장력이었다. '채식주의자' 의 마지막 장면에서 영혜가 움켜쥐고 있었던 작은 동박새의 의미는 무엇일까? 한참을 생각했다. 영혜 남편의 시선으로 본 아내의 괴기스럽고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 이 비현실속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주위의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한 인간의 심연을..

점원

버나드 맬러머드 지음  · 이동신 옮김 * 작년에 사놓았던 책을 이번 여행하면서 가져가 읽기 시작했다. '20세기 미국 문학을 이끈 거장' 이라는 표지가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유대인 작가의 글을 끝까지 흥미롭게 읽었다. 인간다움이 사라져가는 각박한 세상, 작가는 선량한 유대인 식료품점 가게 주인과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점원이 함께 느껴가는 윤리 의식을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표현하였다. 글을 취미로 쓰는 나는 작가의 탁월한 묘사력에 감탄하며 읽었다.  '길고 어두운 터날처럼' 손님을 기다리는 식료품점에서 주인 모리스는 21년간 성실하게 버티었다. 매상이 적어 손님을 기다리는 일은 아주 지루하고 힘든 일이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 자체가 죽음을 기다리는 일이다. 정신 없이 바쁠 때는 그 사실을 잊어버리기도 ..

인간다움

지은이  김기현출판사  21세기 북스 유명인이 추천한 책이라 사서 읽어보았다.우리는 흔히 '인간다움'을 염두에 두고 살아간다. 수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인간다움에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인 틀은 아마도 비슷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 타산 관계에 놓였을 때 인간답게 사는 일이 그리 쉽지 않으므로 많은 비리와 위선이 세계 곳곳에서, 또 우리 주위에서, 심지어 나 개인에게서도 일어나곤 한다.이 책에서는 6개의 단락으로 나누어 인간다움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을 펼치고 있다. 첫째 장, 들어가는 글에서 인간다운 삶을 지탱하는 최소한의 조건에 대해서 살펴본다.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은가' 물으며 삶의 질은 고통과 쾌락의 덧뺄셈만으로 평가할 수 없고, 동물과 구분되는 인간다움, 또 '인간을 인간답게 하..

카스트라토의 역사

파트리크 바르비에르  지음이혜원 옮김.  김시연 펴냄.  일조각 발행 오래 전 지인이 자신의 딸이 번역했다며 선물해주어서 읽었던 책이다. '어린아이나 여자와 비슷한 성질의 목소리를 유지하도록 거세한 남자, 이탈리아에 많다.' 이는 1778년 프랑스 아카데미 사전의 카스트라토 정의이다. 그들은 교회의 필요에 의해 시작된 역사적 배경으로 보호받은 존재였다. 실제는 극음악인 초기 오페라로 약 230년이나 유행하다가 낭만주의 시대의 도래와 함께 무대에서 사라졌다.  유명한 영화 에 나오는 주인공이 바로 카스트라토이다.자필 회고록이 거의 없는 가운데 고문서 등에 의지한 그들의 관한 연구는 17, 18세기 대활약한 것에 비해 빈약하기만 하다.최근 바로크 음악의 관심이 그 음악세계의 주요 구성원이었던 그들에 대해서도..

아직도 가야 할 길

지은이  M. Scott Peck 옮긴이  최미향  펴낸곳  유리시즈 * 한 지인이 감명깊게 읽았다고 해서 사보게 된 책이다. 초판이 2011년, 38쇄 출판이 2023년인 책으로 지은이가 환자들 심리 치료하면서 관찰한 일들을 쓴 내용이 대부분이다. 심리학 공부를 한 적이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4부 '은총' 에서는 기독교인으로서의 생각을 피력하여 내 생각과 차이가 있었으나 영적 성장에 관한 주장은 일맥상통하였다. 1부 훈육에서 저자는 '삶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기본적인 도구는 훈육이다... 삶이 힘들다는 것은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이 모든 과정 속에 삶의 의미가 있다. 삶의 성패를 가르는 것이 이 문제들이다.'라고 말한다. 이..

레오나르도

지은이  마틴 캠프옮긴이  임산을유 문화사 (2006년)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렸다가 눈에 띄어, 마침 '레오나르도' 해외드라마(이탈리아)를 재미있게 보고 난 뒤라 사서 읽게 되었다. 레오나르도, 그는 화가에 그치지 않고 다방면에 걸쳐 해박한 지식으로 후대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과 영향을 끼친 뛰어난 예술가이다. 학창시절 배웠던 그의 유명한 그림 '최후의 만찬', '모나리자'를 그린 그의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호기심이 상승하여 이 책을 읽어보았다. 실제로 미술관에 가서 그의 그림을 보았을 때는 사람들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어 자세히 볼 수도 없었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서야 그 진가를 알게 되었다. 그 그림들의 가치는 훌륭한 그가 그렸기 때문에 500여 년이 넘도록 명화로 남을 수 있었다. 그는 눈에 보이..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

지은이  이지환  펴낸 곳  부키 이 책을 재작년에 사서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제야 다시 살펴보고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한다.서문에서 밝히길, 수많은 업적을 남긴 천재들이 병약한 신체임에도 생전에 적절한 진단이나 치료를 받지 못했음을 애석하게 여겨 지금이라도 탐정의 시각으로 질병을 잡아보겠다 한다. 작가는 문학과 역사를 좋아하는 정형외과 전공의이다. 책의 내용은 10개의 단락으로 나누어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위인들의 숨은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보인다.  1. 세종의 허리: 조선 최고의 리더가 운동을 싫어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살펴본 자료는 이다.매사에 완벽주의자이며 문무를 함께 중히 여겼던 세종이 운동을 꺼려했던 것은 이미 30대에 무릎과 허리통증이 심했던 것은 독특한 질병인 '강직성 척추염' 때..

꽃은 무죄다

글·사진 이성윤 출판 아마존의 나비 * 이번 정부에서 계속해 벌어지는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들을 보면서 유투브를 보게 되었다. TV에는 보도되지 않는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특히 대통령 부부와 장모, 장모의 내연남, 그들을 움직이는 도사까지... 언론의 심한 편파 보도의 진상을 알게 되었다. 특히 이 재명 민주당 대표의 암살시도는 충격적이었다. 해방후 혼란기에 희생당한 김구 선생의 암살이 생각났다. 나는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자세히 보게 되었다. 그 와중에 김학의 출국을 막기 위해 검사의 본분을 다하다가 오히려 좌천되어 불이익을 당한 검사 이성윤을 뉴스에서 보았다. 인상이 맑고 선해보였던 검사였다. 진상을 알게 된후 그가 책을 출판한 것을 보고 지지하는 마음으로 사보았다. 젊은 시절 아내를 돌보지 못하..

샤갈, 꿈꾸는 마을의 화가

지은이 마르크 샤갈 옮긴이 최영숙 출판사 다빈치 * 이삿짐 옮기는 크레인 소리에 잠이 깨어 잠시 누워있는데, 비 가르며 달리는 자동차 소리가 들린다. 열어놓은 베란다 창으로 나가 내다보니 뽀얀 물안개가 온통 산을 감싸고 오른다. 빗물에 세차나 해야겠다 생각하고 지하주차장에 있던 차를 옮겨놓고 이사하는 광경을 바로 보았다. 좋은 일로 하는 이사라면 다행이나, 행여 형편이 좋지 않아 가는 이사라면 이렇게 궂은날 얼마나 심란할까... 이런 날은 아름다운 그림을 보며 상상의 날개를 펼쳐보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음악이 흐르면 더 좋겠고... 예전에 감상했던 몽환적 분위기의 샤갈의 그림을 열어본다. (2008. 7. 19) 마르크 샤갈 전시회 中 일부(Marc Chagall 1887~1985) 제1부 연인- ..

무서운 그림

지은이 나카노 교코 옮긴이 이연식 출판사 세미콜론 서문에서 작가는 육체적 죽음과 함께 정신적 죽음의 광기 또한 공포스러움을 언급한다. ‘인간은 어리석은 데다 자신들이 만든 불완전한 사회적 제도에 휘둘리면서 편견, 빈곤, 차별을 생산하고, 결국 너나 할 것 없이 천천히 죽음을 향해 끌려 들어간다’인간은 안전한 장소에서 죽음의 공포를 엿보며 살아있음을 즐기고 싶은 욕구를 지니고 있다는 거다. 글을 흥미롭게 읽으며 그림 감상을 잘 하였다. 그림 1. 드가의 (1878년 파스텔 60×44cm) 아름다운 발레리나를 그린 그림이다. 그러나 드가는 정작 무용수에게 따뜻한 교감을 느끼고 있지 않음을 무용수의 얼굴을 보고 알 수 있다고 한다. 무대 뒤쪽에서 쳐다보고 있는 검은 옷의 신사는 발레리나를 돈으로 산 후원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