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읽고 134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

지은이  이지환  펴낸 곳  부키 이 책을 재작년에 사서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제야 다시 살펴보고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한다.서문에서 밝히길, 수많은 업적을 남긴 천재들이 병약한 신체임에도 생전에 적절한 진단이나 치료를 받지 못했음을 애석하게 여겨 지금이라도 탐정의 시각으로 질병을 잡아보겠다 한다. 작가는 문학과 역사를 좋아하는 정형외과 전공의이다. 책의 내용은 10개의 단락으로 나누어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위인들의 숨은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보인다.  1. 세종의 허리: 조선 최고의 리더가 운동을 싫어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살펴본 자료는 이다.매사에 완벽주의자이며 문무를 함께 중히 여겼던 세종이 운동을 꺼려했던 것은 이미 30대에 무릎과 허리통증이 심했던 것은 독특한 질병인 '강직성 척추염' 때..

꽃은 무죄다

글·사진 이성윤 출판 아마존의 나비 * 이번 정부에서 계속해 벌어지는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들을 보면서 유투브를 보게 되었다. TV에는 보도되지 않는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특히 대통령 부부와 장모, 장모의 내연남, 그들을 움직이는 도사까지... 언론의 심한 편파 보도의 진상을 알게 되었다. 특히 이 재명 민주당 대표의 암살시도는 충격적이었다. 해방후 혼란기에 희생당한 김구 선생의 암살이 생각났다. 나는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자세히 보게 되었다. 그 와중에 김학의 출국을 막기 위해 검사의 본분을 다하다가 오히려 좌천되어 불이익을 당한 검사 이성윤을 뉴스에서 보았다. 인상이 맑고 선해보였던 검사였다. 진상을 알게 된후 그가 책을 출판한 것을 보고 지지하는 마음으로 사보았다. 젊은 시절 아내를 돌보지 못하..

샤갈, 꿈꾸는 마을의 화가

지은이 마르크 샤갈 옮긴이 최영숙 출판사 다빈치 * 이삿짐 옮기는 크레인 소리에 잠이 깨어 잠시 누워있는데, 비 가르며 달리는 자동차 소리가 들린다. 열어놓은 베란다 창으로 나가 내다보니 뽀얀 물안개가 온통 산을 감싸고 오른다. 빗물에 세차나 해야겠다 생각하고 지하주차장에 있던 차를 옮겨놓고 이사하는 광경을 바로 보았다. 좋은 일로 하는 이사라면 다행이나, 행여 형편이 좋지 않아 가는 이사라면 이렇게 궂은날 얼마나 심란할까... 이런 날은 아름다운 그림을 보며 상상의 날개를 펼쳐보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음악이 흐르면 더 좋겠고... 예전에 감상했던 몽환적 분위기의 샤갈의 그림을 열어본다. (2008. 7. 19) 마르크 샤갈 전시회 中 일부(Marc Chagall 1887~1985) 제1부 연인- ..

무서운 그림

지은이 나카노 교코 옮긴이 이연식 출판사 세미콜론 서문에서 작가는 육체적 죽음과 함께 정신적 죽음의 광기 또한 공포스러움을 언급한다. ‘인간은 어리석은 데다 자신들이 만든 불완전한 사회적 제도에 휘둘리면서 편견, 빈곤, 차별을 생산하고, 결국 너나 할 것 없이 천천히 죽음을 향해 끌려 들어간다’인간은 안전한 장소에서 죽음의 공포를 엿보며 살아있음을 즐기고 싶은 욕구를 지니고 있다는 거다. 글을 흥미롭게 읽으며 그림 감상을 잘 하였다. 그림 1. 드가의 (1878년 파스텔 60×44cm) 아름다운 발레리나를 그린 그림이다. 그러나 드가는 정작 무용수에게 따뜻한 교감을 느끼고 있지 않음을 무용수의 얼굴을 보고 알 수 있다고 한다. 무대 뒤쪽에서 쳐다보고 있는 검은 옷의 신사는 발레리나를 돈으로 산 후원자이다..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지은이 정호승 · 안도현 · 장석남 · 하응백 출판사 공감의 기쁨 잠자리 머리맡에서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듯 조금씩 읽었던 책이다. 인상이 좋은 정호승님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섬진강을 잊지 못하고 추억한다. 나는 삼십대에 남편과 섬진강에 놀러가 국물이 뽀얀 재첩국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지리산 산행을 하며 추억을 쌓았던 젊은 시절로 되돌아가 보았다. 또 지은이처럼 겨울에는 눈사람을 만들고 나뭇가지를 꼽으며 즐거워 했다. 눈사람이 햇볕 대신 자동차에 치여 죽는 21세기에는 AI 인간을 만든다. 아직은 생경스럽게 느껴진다. 작가는 중· 고등학교 학창시절을 보낸 대구역을 회상한다. '기차역은 늘 그리움의 장소다./ 삶의 웃음보다 눈물이 더 많은 곳이다./어쩌면 우리는 인생이라는 기차를 타고/ 각자 거쳐야 할..

한국 대표 수필 문학 전집 5

* 소설가 이효석의 에서 '신비없는 생활은 자살을 의미한다. 환상없이 사람이 순시라도 살 수있을까. 환상이 위대할수록 생활도 위대할 것이니 그것이 없으면서도 찹찹하게 살아가는 꼴이란 용감한 것이 아니요, 추잡하고 측은한 것이다. 환상이 빈궁할 때 생활에 변조가 오고 감상이 스며드는 듯하다. 청포도가 푸른 것이요 익어도 청포도에 지나지는 못한다. 시렁 아래 흔하게도 달린 송이를 나는 거들떠볼 것이 없는 것이요, 그보다는 차라리 지난날의 포도의 기억을 마음 속에 되풀이하는 편이 한층 생색있다.' 며 성북동 포도원에서의 추억을 회상한다. 지금 사람들의 환상은 금전에만 있는 것은 아닌지 회의가 들 만큼 풍요 속에서 벌어지는 정신적 곤궁함을 많이 느끼게 하는 글이다. 은 이역만리 제야의 밤 홀로 지드의 소설을 읽..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1 송태욱 옮김 * 일본이라는 나라를 좋아하지 않지만 우연히 읽게 된 책으로 처음에는 그리 흥미롭지 않았는데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은근히 재미있어 끝까지 다 읽었다. 1984년~2004년까지 일본 지폐에 작가의 초상이 실릴 만큼 사랑받은 국민 작가라고 한다. 고양이의 시점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해학적으로 써 나간 것이 재미있다. 이렇다 할 줄거리 없이 몇 사람의 상황과 생각으로 대화를 끌어나가는 필력이 대단하다. ‘항간에 고양이의 사랑이라는 하이쿠 취미 현상이 생겼다는데, 이른 봄날 동네의 우리 고양이 종족이 꿈자리가 편치 않을 만큼 들떠 돌아다니는 밤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런 정신적인 변화와 마주한 적이 없다. 무릇 연애란 우주적인 활력이다. 위로는 하늘의 신 유피테르..

파친코

지인의 소개로 읽게 된 책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선입관 때문에 드라마로 나온 것을 조금 보고서야 흥미를 느껴 사보게 되었다. 술술 잘 읽히고 재미있어 며칠 안 되어 1,2권을 다 읽었다.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이민진'님의 장편소설로 1932년에서 1989년을 배경으로 하였다. 부산 영도에서 태어난 '선자'가 일본으로 넘어가 자식을 낳고 그 자식들이 뿌리 내리는 과정이다. 작가의 후기를 보니 자료 조사를 엄청 많이 하여 실감나게 쓴 책이었다. 1부 '고향'의 줄거리이다. 가난했던 어촌에서 태어나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순진한 선자가 영리한 중개상 한수를 만나면서 기구한 삶이 펼쳐진다. 그 당시의 관습대로 부유한 한수는 선자를 첩으로 삼으려고 했고 그것을 거절한 선자는 임신을 한 채 이삭을 만나..

한국 대표 수필 문학전집 (4)

언론인 홍종인님의 '어머님, 내 마음의 기둥'에 나온 글이다. '집의 어머니께서는, 자신의 자랑같은 이야기나, 또 아들딸의 자랑스러운 이야기 같은 것을 하시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을 뿐더러, 남 앞에 자신의 칭찬을 듣는 일을 조금도 좋아하시는 분이 아니였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남의 칭찬이라면 몰라도 제자랑을 넉적넉적 늘어놓는 것 같은 일은, 저 못난 꼴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남앞에 드러내놓는 것이라고 아주 못마땅히 여기셨습니다. 그것이 지금도 내 머릿속에는 어머님 교훈 중에 중요한 것이 되고 있는 듯싶습니다...' 겸손이 미덕이었던 때에 우리들 부모님은 지극한 사랑 가운데서도 자식의 잘못은 엄격하게 교육함으로 자식들은 부모님을 어려워하였다. 요즘은 지나치게 드러내는 사랑뿐, 훈육이 제대로 되지 않음으로 ..

태고의 시간들

언젠가 신문에 소개된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축'의 작품을 사놓고 시간이 좀 지나서 읽었다. '태고(太古)는 우주의 중심에 놓인 작은 마을이다.'라는 문장으로 첫 페이지 글이 시작된다. 20세기 작가가 창조해낸 상상의 마을 '태고'에서 살아가는 니에비에스키 가족 삼대에 걸친 이야기를 '태고의 시간'에 이어 각 등장인물들의 시간으로 나열하며 이야기를 연결시켜 나가는 형식이다. 작가는 심리학, 불교철학 등 폭넓은 학문으로 내면을 확장하여 여러 문학상과 함께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잡았다. '내게 소설쓰기는 나 자신에게 동화를 들려주는 일이 어른스러운 방법으로 변형된 것이다. 마치 어린이들이 잠들기 전에 옛날 이야기를 떠올리는 것 처럼.' 이라고 말한 작가의 말처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