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118

오래된 기억의 정겨움

* 며칠전 가곡반에 새로 온 회원 중 중학교 때 동창을 만났다. 서로 몰라본 채 한참 시간이 지난 뒤 회식자리에서 그녀의 이름을 듣고 까마득하게 오래된 기억을 더듬었다. 함께 다니는 친한 친구가 '중학교때 선진이 같아.' 라는 말에 한 테이블 건너 앉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 또 보았다. 어린 시절 모습이 약간 보이는 듯 했다. 나는 식사를 다 마치기도 전에 그녀에게 가서 물었다. 그녀도 우리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 시절의 우리와 함께 한 시간을 기억하고 있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오래 전에 지나간 시간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인연은 소중하고 정겹다. 내가 잊지 않고 기억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녀가 문학소녀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연소 여류작가가 되겠다던 그녀의 희망을 잊지 않고 있었기에 인상적이었던..

안녕! 2024.03.26

'권진규의 영원한 집' 전시

* 이 미술관에서 새로 알게 된 지인과 함께 두번째 방문한 남서울 미술관이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이 친구를 만나는 장소가 되었다. 조각가 '권진규의 영원한 집' 전시를 비롯하여 네 분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가 좋다. 오래전에 조각상을 해본 적이 있어 그 후 조각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회화보다 훨씬 힘드는 일이었다. 전시는 도쿄 무사시노미술학교 시기의 '새로운 조각', '오기노 도모', '동등한 인체' 와 서울 아틀리에 시기의 '내면', '영감', '인연', '귀의' 등 7개의 소주제에 맞는 작품과 자료로 구성 되어 전시되었다. 철학적이고 깊이있는 작가의 심연이 느껴지는 작품들이었다. 특히 이 마음을 끌었다. 자신의 모습, 아내였던 도모와 제자들의 모습을 주..

안녕! 2023.08.02

불가리 세르펜티 75주년 전시

* 친구 바람과 함께 한 즐거운 하루였다. 안국역에서 내려 국제 겔러리까지 한참 걷는 바람에 약속시간보다 늦게 도착하였다. 친구는 더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원한 실내에서 기다리면 좋았을 걸... 아주 많이 미안했다. 그녀가 인터넷으로 예약했다는 '불가리 세르펜티 75주년 기념 전시'는 화려한 장신구와 뱀을 주제로 한 예술가 세 사람의 작품 전시였다. 뱀을 주제로 만든 목걸이, 팔찌, 시계 등의 귀금속이었다. 젊어서는 그런 악세사리에 관심이 있었지만 이제는 별 관심이 없어졌다. 그래도 전시한 귀금속들은 화려하고 고급스러우며 아름다웠다. 평범한 손목시계를 에술적으로 장식한 것이 맘에 들었다. 뱀은 징그럽다는 선입견을 깨기에 충분했다. 작은 전시관을 나와 밖으로 몇 발자욱 걸어가 제 2관으로 옮겨가는데..

안녕! 2023.08.01

김윤신 : 더하고 나누며, 하나

* 한가한 평일, 김윤신 조각가의 전시를 보기위해 서울시립 남서울 미술관에 갔다. 20세기 시작과 함께 우리와 인연을 맺은지 116년이 흐른 나라 벨기에, 구한말 우리나라는 세계열강으로부터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 중립국을 선택하고 그 동반자로 삼은 나라였다. 구벨기에 영사관이 생긴 이유였지만 일본에 무력침략에 의해 중립국화는 실패하고 말았다. 그런 역사적 가치는 도심개발산업으로 한강 남쪽 남현동으로 내몰리고, 다시 남서울 미술관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나는 간혹 버스를 타고 지나다가 고풍스러운 아담한 건물을 보면서 무엇일까? 생각했는데 오늘 가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신고전주의 건축양식으로 건축된 기둥 장식의 윗부분이 전시되어 있었다. 사각형 이오니아 기둥의 특징인 회오리 장식과 세로 홈의 골줄로 구성된 석고..

안녕! 2023.04.15

위대한 만남, 그대로·우향 전시회

* 신문을 읽다 본 전시회, 평소 좋아했던 두 화가인지라 친구와 함께 가자 할 새도 없이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벅차오르는 감동과 즐거움에 힘든 줄도 모르고 두어시간 넘게 반복해 보았다. 그리고 나와서 미술을 좋아하는 지인들에게 꼭 가보라고 메세지를 보냈다. 도록도 한 권 사와서 읽기 시작했다. 오늘은 아주 행복한 날이다. 해방 전후 동시대를 함께 한 대표적인 한국화의 대가 박생광(호 '그대로' 1904~1985)과 박래현(호 '우향' 1920~1976)의 전시회는 그야말로 다시 보기 쉽지 않을 대단한 전시였다. 박생광 181점, 박래현 88점 총 269점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강렬하고 민족성 강한 박세광의 작품은 한 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다. 분출하는 에너지와 함께 그의 깊은 ..

안녕! 2023.03.24

2023년 새해

시간이 지날수록 삶은 감사해지고 행복은 늘어난다 새하얀 겨울숲을 걸으며 작은 새들 모이를 준다 파란 하늘을 향해 뻗은 나뭇가지 아래 수많은 생명들... 지나온 많은 시간들이 겨울바람처럼 매섭게 가슴을 스쳐도 사랑스러운 햇살 따스하게 온몸을 감싸는 봄 기다리리라 남은 날이 줄어들수록 삶은 축복이고 환희여라 이승을 떠나면 어디로 가는지 묻지 마세요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살피세요 세상 온갖 어려움을 견디고 살아온 오늘, 여기서 기쁜 노래를 부르세요 이보다 더한 행복이 따로 없거든요.

안녕! 2023.01.01

티스토리로 옮겨 글쓰기 (큰오빠)

아들의 도움을 받아 낯선 티스토리로 불러그를 옮겨놓고 시간이 마냥 흘러갔다. 낯섬의 이질감을 극복하기 전에 큰오빠 내외가 오셔서 함께 지내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효도해야 할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 대신 큰오빠 내외에게 효도하자 생각했다. 어린 시절, 한때는 경제력 없던 아버지 대신 동생들을 돌보아 주었던 고마운 큰오빠이다. 줄줄이 사탕처럼 고마움을 느꼈던 시간들이 생각나 은혜갚는 마음으로 성심껏 대접하였다. 큰오빠기 내게 단골치과가 있느냐고 물으셨다. 결혼하기전 나를 치과에 데려가 상한 이를 모두 치료하여 주었던 일이 생각나 제가 치료해드리겠다고 선뜻 답하였다. 캐나다에서는 치과는 보험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부분의치를 포함해 치아를 다시 치료하고 임프란트 치아를 심느라 최소 삼개월이 소모되는 동안 ..

안녕! 2022.11.12

한용운 시를 읽고

사랑하는 까닭 한용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수많은 글을 읽고 쓰면서 슬프고 아픈 마음을 잘 달래며 살아왔다. 그건 순수한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는 과정이었다. 블로그가 없어지고 티스토리로 바뀐다나... 모든 것은 변하는 것이 이치이거늘 아쉬워할 일도 아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즐거움으로 족하다. 나는 살아있는 날까지 나를 ..

안녕! 2022.08.10

사색의 향기가 보내주신 백승훈 시(詩)

궁궁이 꽃 ​ ​눈 내리는 날 거리에서​ 구세군 자선 남비 속에​ 백동전 하나 넣고 가는​ 고사리손을 보았습니다​ 눈송이보다 더 하얀 백동전을​ 남비 속에 수줍게 밀어 넣고는​ 총총히 멀어지는 소녀를 보았습니다.​ ​ 자잘한 꽃들이 한데 모여​ 고봉밥 같은 꽃다발을 이루는​ 여름 냇가에 피는 궁궁이꽃처럼​ 비록 보잘것없는 백동전이라도​ 모이고 쌓이면 누군가의 따뜻한 밥이 된다고​ 속삭이듯 내리는 눈송이 하나가​ 소녀의 작은 어깨를 가만히 짚어주었습니다. 명자나무 꽃 바람에 쓸리고 찬비에 젖어 거리를 떠도는 낙엽들이 겨울 앞을 서성이는데 볕 바른 화단에 명자꽃 봄보다 더 붉게 피었다 철모르는 꽃이라고 혀를 끌끌 차다가 이내 나를 돌아본다 걷다 보면 누구나 삐끗할 때가 있다 나도 허방을 짚어 삶이 송두리채 ..

안녕! 2022.06.26

오래된 친구를 생각하며

중학교 때 같은반 했던 친구이니 알고 지낸 세월이 수십년이 되었다. 그러나 그 세월이 무색하게도 관계는 점점 소원해지고 말았다. 가장 큰 이유는 그녀의 남친으로 비롯되었다. 그 사람은 유부남이었고, 그들의 관계를 안 부인과 자식이 그녀를 찾아올 지경에 이르렀다. 그 이야기를 듣고 친구로서 그녀의 입장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내 생각에 그 사람은 정당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의든 아니든 그녀에게 사랑을 빙자한 거짓으로 진실을 호도하고 있었다. 친구는 여리고 착한 성격을 지닌 천생 여자였다. 목소리가 아직도 소녀처럼 곱고 문학을 사랑하는 여인이다. 그녀는 영어선생님을 하다 은행에서 근무하는 청년과 결혼하여 세 아들을 낳고 , 신앙생활도 착실히 하며 살았다. 나는 그녀가 대학시절 ..

안녕! 2022.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