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읽고/문학, 종교, 철학, 심리학 32

채식주의자

지은이 한 강     펴낸 곳 창비 * 이 작가의 책을 읽고 싶었는데 다른 책들을 읽느라 미루었던 차라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자 바로 사서 읽어보았다.왠지 작가의 내면적 고통이 절절히 느껴지는 듯한 심정으로 책을 덮었다. 주인공의 이미지가 작가의 이미지와 겹쳐지는 듯 했다. 그 절실한, 살아있어도 살아있지 않은 것 같은 내면적 절망을 느껴본 사람이라야 공감할 수 있는 글이다. 심심하고 담백하지만 충격적인 문장력이었다. '채식주의자' 의 마지막 장면에서 영혜가 움켜쥐고 있었던 작은 동박새의 의미는 무엇일까? 한참을 생각했다. 영혜 남편의 시선으로 본 아내의 괴기스럽고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 이 비현실속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주위의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한 인간의 심연을..

점원

버나드 맬러머드 지음  · 이동신 옮김 * 작년에 사놓았던 책을 이번 여행하면서 가져가 읽기 시작했다. '20세기 미국 문학을 이끈 거장' 이라는 표지가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유대인 작가의 글을 끝까지 흥미롭게 읽었다. 인간다움이 사라져가는 각박한 세상, 작가는 선량한 유대인 식료품점 가게 주인과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점원이 함께 느껴가는 윤리 의식을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표현하였다. 글을 취미로 쓰는 나는 작가의 탁월한 묘사력에 감탄하며 읽었다.  '길고 어두운 터날처럼' 손님을 기다리는 식료품점에서 주인 모리스는 21년간 성실하게 버티었다. 매상이 적어 손님을 기다리는 일은 아주 지루하고 힘든 일이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 자체가 죽음을 기다리는 일이다. 정신 없이 바쁠 때는 그 사실을 잊어버리기도 ..

인간다움

지은이  김기현출판사  21세기 북스 유명인이 추천한 책이라 사서 읽어보았다.우리는 흔히 '인간다움'을 염두에 두고 살아간다. 수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인간다움에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인 틀은 아마도 비슷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 타산 관계에 놓였을 때 인간답게 사는 일이 그리 쉽지 않으므로 많은 비리와 위선이 세계 곳곳에서, 또 우리 주위에서, 심지어 나 개인에게서도 일어나곤 한다.이 책에서는 6개의 단락으로 나누어 인간다움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을 펼치고 있다. 첫째 장, 들어가는 글에서 인간다운 삶을 지탱하는 최소한의 조건에 대해서 살펴본다.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은가' 물으며 삶의 질은 고통과 쾌락의 덧뺄셈만으로 평가할 수 없고, 동물과 구분되는 인간다움, 또 '인간을 인간답게 하..

아직도 가야 할 길

지은이  M. Scott Peck 옮긴이  최미향  펴낸곳  유리시즈 * 한 지인이 감명깊게 읽았다고 해서 사보게 된 책이다. 초판이 2011년, 38쇄 출판이 2023년인 책으로 지은이가 환자들 심리 치료하면서 관찰한 일들을 쓴 내용이 대부분이다. 심리학 공부를 한 적이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4부 '은총' 에서는 기독교인으로서의 생각을 피력하여 내 생각과 차이가 있었으나 영적 성장에 관한 주장은 일맥상통하였다. 1부 훈육에서 저자는 '삶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기본적인 도구는 훈육이다... 삶이 힘들다는 것은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이 모든 과정 속에 삶의 의미가 있다. 삶의 성패를 가르는 것이 이 문제들이다.'라고 말한다. 이..

신의 지문

오래 전에 지인이 주신 책인데, 다른 책들을 읽느라 책꽂이에 꽂아놓고 잊고 있다가 이제야 읽어보았다. 상,하 두 권의 두툼한 책을 조금씩 오래 읽으며 여러 가지를 알게 되었다. 성경에 나오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중동의 많은 나라들에서 신화로 전승되어오고 있었다.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노아의 방주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사실들을 절대적인 믿음으로 곧이 곧대로 신봉한다. 저자 그레이 핸콕은 사라진 초고대 문명의 그림조각들을 맞추기 위해 세계 곳곳을 탐사하고 있는 작가이다. 그는 '이코노미스트'지의 동아프리카 특파원을 지내고 영국 런던 '선데이 타임스' 기자로 활약을 하였다. 그가 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는 , 이 책 또한 영국에서 6주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전세계에 번역되었다. 제 1부 서론 : 지도의..

니체와 불교

철학자 니체와 관심있는 불교에 관한 책이어서 읽어보았다. 지은이 박찬국님은 서울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서양철학과 불교철학을 비교하는 것을 주요과제로 삼는다고 한다. 1. 서론에서는 니체와 불교의 유사성과 차이, 국내외의 연구동향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본 연구의 방향과 의의, 이 책의 내용에 대한 소개를 하였다. 2. 니체와 불교의 공통된 문제 의식 : 고통과 염세주의의 극복 불교는 우리가 무상한 것들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해서 고통스럽다며 집착을 버리면 더 이상 고통이 아니라고 한다. 인연 따라 생성 소멸하는 세계에서 '나'라는 실체가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번뇌세상 자체가 열반세상'인 것을 깨달음으로 염세주의의 극복을 지향한다. 그러나 내가 불교공부를 하면서 안 것은 부처님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쇼펜하우어 作)

쇼펜하우어 지음 곽복록 옮김 을유문화사 오래 전에 사놓았던 책을 올해 들어서야 펴놓고 조금씩 오랫동안 읽었다. 속도감 있게 읽힐 내용들이 아닌 사상 철학책이어서 관념적인 내용들이 좀 지루하기도 했다. 젊은 시절 을 감동깊게 읽었던 기억으로 이 책을 샀으므로 끝까지 읽었다. 쇼펜하우어 (1778년~1860년)는 독일 국적의 프로이센 단치히(지금의 폴란드 그다인스크)에서 태어났다. 부유한 상인이었던 아버지와 글을 썼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가정교사에게 교육을 받았다. 후에 베른린 대학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고 교단에서 헤겔과 대립했지만, 이미 저명했던 헤겔의 강의와 시간대를 같이 하다 그에 밀려 교수직을 그만 두고 은둔하며 글을 썼다고 한다. 옮긴이의 해설에 의하면, 인간 표상들 사이의 연관에는 그 충분한 ..

아름다운 인생은 얼굴에 남는다 (원철 스님)

알라딘 서점에 들렸다 제목에 눈이 가서 샀는데 지금은 절판된 책이라고 한다. 책을 다 읽고 스님의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서 찾아보았더니 착하고 수줍은 소년 같은 맑음이 있었다. 나는 첫인상에서 그 사람의 성격이나 됨됨이를 예민하게 느끼곤 하는데 대개는 그 직감이 맞는다. 때론 만날수록 첫인상보다 더 좋아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첫인상보다 별로인 사람도 있는 것은 그이의 행동이나 마음 씀씀이 때문이다. 나 역시 첫인상보다는 만날수록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흔히들 중년 이후의 얼굴은 부모가 아닌 자신의 책임이라는 말을 하는 건, 살아가면서 형성되는 마음가짐이 얼굴에 담겨지기 때문이다. 그것은 늙어서 보기 싫어지는 것과는 또 다른 '표정'이 담겨짐을 의미한다. '짚신스님'..

깨달음 (법륜 作)

법륜 지음 정토 출판 (2012년)​ 제 고집대로만 하는 아들이 어느 날 '법륜 스님께서...' 운운하기에 '넌 어미 말은 안 듣고 스님 말씀은 믿는구나.' 웃으며 유투브에서 스님의 을 찾아보게 되었다. 어리석은 중생들의 숱한 고민을 묵묵히 들으시고 친절하게 명쾌한 답을 주시는 스님께 신뢰와 존경심을 느꼈다. 그 후로 한 번 들었던 금강경, 육조단경 등의 법문을 다시 집에서 들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서점에서 눈에 띄어 사 읽었다. 책을 펴자 많은 상을 받으신 스님의 이력과 쓰신 책들을 알게 되었다. 쉽게 써내려간 짧은 글이지만 그 의미와 가르침은 심오하기 그지없는 내용들이다. 제1장 '존재로부터의 자유'에서 의 '조견오온개공(照見五蘊皆空) 도일체고액(度一切苦厄)'을 들어 일체의 존재는 고정된 실체가 없..

도쿄대학 불교학과 (정상교 作)

정상교 지음 동아시아 펴냄 내가 불교에 관심 있는 것을 아신, 카톨릭 신자이신 가곡반 회원님께서 빌려주어 보게 된 책이다. 이 책의 특징은 저자의 생각이나 불교 지식을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써나갔다는 점이다. 기본적인 불교학 개론을 배운지 오래된 나로서는 총괄해서 복습을 하고 몰랐던 사실들도 알게 되어 좋았다. 저자가 불교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 일본으로 유학을 가기까지의 과정, 불교학의 유래 등을 재미있게 들려준다. 편에 보면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서 박사학위를 받기까지 줄곧 도서관에서 살아야 한 저자의 생활이 행자승에 다름없었다. 메이지 시대 유럽의 불교문헌학을 공부하고 돌아와 일본에 불교학의 뿌리를 내린 승려 출신 유학생들의 공이 오늘날 1,000여년전, 고려대장경을 만들었던 한국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