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타니파타

3. 큰 장 (정진)

나무^^ 2024. 6. 8. 16:41

   

 

정진

 

네란자라 강 기슭에서 평안을 얻기 위해 힘써 수행하고 명상하는 나에게

 

악마 나무치가 위로의 말을 건네며 다가왔다.

"당신은 여위었고 안색이 나쁩니다. 당신은 죽음에 임박해 있습니다.

                        

당신이 죽지 않고 살 가망은 천에 하나입니다. 당신은 살아야 합니다. 생명이 있어야만 착한 일도 할 수 있지 않습니까.

 

당신이 베다를 배우는 사람으로서 맑은 수행을 하고 성화에 제물을 올리는 공덕을 쌓는다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힘써 정진하는 길은 가기 힘들고 행하기 힘들며 도달하기도 어렵습니다."

이같은 시를 읊으면서 악마는 눈 뜬 분 곁에 섰다.

 

악마가 이렇게 말하자, 스승(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게으름뱅이의 친구여, 악한 자여! 그대는 세속의 선업을 구해서 여기에 왔지만,

 

내게는 세속의 선업을 찾아야 할 필요가 털끝만큼도 없다. 악마는 선업의 공덕을 구하는 자에게 가서 말하라.

 

내게는 믿음이 있고 노력이 있고 지혜가 있다. 이처럼 정진하는 나에게 너는 어찌하여 삶의 집착을 말하는가.

 

힘써 정진하는 데서 일어나는 이 바람은 강물도 마르게 할 것이다. 그러니 오로지 수행에만 정진하는 내 몸의 피가 어찌 마르지 않겠는가.

 

몸의 피가 마르면 쓸개도 가래침도 마를 것이다. 살이 빠지면 마음은 더욱 더 밝아지리라.

내 생각과 지혜와 하나된 마음은 더욱 더 편안하게 될 것이다.

 

나는 이토록 큰 고통을 받으면서도 이토록 편안히 살고 있다. 그러므로 내 마음은 어떤 욕망도 돌아보지 않는다. 보라. 이 마음과 몸의 깨끗함을!

 

너의 첫째 군대는 욕망이고, 둘째 군대는 혐오이며, 세째 군대는 굶주림, 넷째 군대는 집착이다.

 

다섯째 군대는 권태와 수면, 여섯째 군대는 공포, 일곱째 군대는 의혹, 여덟째 군대는 겉치레와 고집이다.

 

그릇된 방법으로 얻은 이득과 명성과 존경과 명예와, 또한 자기를 칭찬하고 남을 경멸하는 것.

 

나무치여, 이것들이 바로 너의 군대이다. 검은 악마의 공격군이다. 용감한 사람이 아니면 너를 이겨낼 수가 없지만, 용감한 사람은 너를 이겨서 즐거움을 얻는다.

 

내가 문자풀을 입에 물 것 같은가? 나에게 목숨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나는 굴욕적으로 사는 것보다는 싸워서 죽는 편이 오히려 낫겠다.

 

어떤 수행자나 바라문들은 너의 군대에게 패배하여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덕 있는 사람들조차 갈 길을 알지 못한다.

 

악마의 군대가 코끼리를 타고 사방을 포위하고 있으니, 나는 그들을 맞아 싸우리라. 나를 이곳에서 물러나게 하지는 못하리라.

 

신들도 세상 사람도 너의 군대를 꺾을 수 없지만, 나는 지혜를 가지고 그것을 깨뜨린다. 마치 굽지 않은 흙단지를 돌로 깨뜨려 버리듯.

 

자유롭게 생각하고 굳은 신념을 가지고 이 나라 저 나라로 두루 다닐 것이다. 여러 제자들을 거느리고.

 

그들은 내 가르침을 실천하면서 게으르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 그들은 근심할 것이 없고 욕망이 없는 경지에 도달하리라."

 

악마는 말했다.

"우리들은 칠 년 동안이나 당신을 한 걸음 한 걸음 따라 다녔다. 그러나 항상 조심하고 있는 정각자에게는 뛰어들 틈이 없었다.

 

까마귀가 기름을 발라 놓은 바위 둘레를 맴돌며 '이곳에서 말랑말랑한 것을 얻을 수 없을까. 맛좋은 먹이가 없을까' 하며 날아다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곳에서 맛있는 것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에 까마귀는 날아가 버렸다. 바위에 가까이 가 본 그 까마귀처럼, 우리는 지쳐서 고타마를 떠나간다."

 

근심에 잠긴 악마의 옆구리에서 비파가 뚝 떨어졌다. 그만 그 야차는 기운 없이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 네란자라 강은 한역으로는 니련선하, 보드가야 곁으로 흐른다.

* '내게는 믿음이 있다'는 것은, 열광적이며 미신적인 신앙이 아니라 진리만이 진실이라는 것을 굳게 믿는 것을 뜻한다.

* '바람'은 고행으로 인해 생기는 격렬한 호흡을 말한다.

* '큰 고통'은 고행 중이므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한 것이다.

* '문자풀을 입에 문다'는 것은 적에게 항복한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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