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같은 글 67

살아가는 날들

(살바도르 달리 作) 62. 살아가는 날들 나무 봄날이 남녀가 하나 되는 일처럼 뜨겁고 감미롭다 슬프고 서러웁다 사랑이 생명의 탄생도 마음의 고귀함도 없는 놀이처럼 공허한 그 길이 끝없이 멀고 멀다 언제나 집으로 돌아가려나... 치매 걸린 엄마와 하나 되는 딸 치매 걸린 아내와 하나 되는 남편 그도 저도 없는 나는 한 마리 짐승과 하나 된다. 캄캄한 동굴에 한 줄기 빛 화사했던 꽃잎 비바람에 져버린 날 우리는 함께 울며 웃는다 집으로 향한 멀고 먼 길 걷는다 영겁을 지나온 생명들 하나 되어 사랑이라 부른다 아름다운 희생이라 부른다. 고단한 삶이라 부른다 여름밤 가득 별이 쏟아진다 그대와 사랑에 취하여 세찬 물처럼 흐르던 날이 꿈속에서 살아나고 또 살아나 잠든 나를 실어 간다. 아지랭이 가물거리듯 녹아내리..

시 같은 글 2023.05.05

봄비

봄 비 나무 사랑이 참 소용 없더라 땅거미 지는 저녁 산새들 날아가고 나는 홀로 이 봄을 맞는구나 인간사 새옹지마 오가는 인연들이 풀어놓은 희노애락 사랑은 어젯밤 꿈이었구나 사랑이 참 소용 없더라 백년 가약 맺었으나 고운 님 떠나고 나는 홀로 이 밤을 맞는구나 불길에 휩싸이던 산야 자욱히 내리는 봄비에 온 몸을 내어주고 다시 우주의 티끌 꽃을 피우리라.

시 같은 글 2022.03.14

봄                                         나무 창밖이 예쁘기도 하다연두빛 향연 속으로 나도 들어간다그대가 곱다하던 연분홍 복사꽃만개한 꽃나무 눈이 시리게 바라보았다엊그제,한때는 뻔질나게 드나들던 강원도에 다녀왔다친구 내외가 터잡은 아담한 집 앞에계곡물 흐르는 소리 봄비와 어우러진다어릴적 친구와 차를 마시며도란도란 옛날 이야기 나누었다시간은 성큼성큼 뒤돌아가더니친구들과 그대까지 모두 만나고 왔다봄이 참 예쁘기도 하다알뜰히 챙겨주던 친구의 마음 봄꽃처럼 예쁘다.                                                          ※ 친구는 전원생활을 하면서 '마랑재'라는 민박을 시작했다.  2층에 4개의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숙소가 마련되어 ..

시 같은 글 2020.04.26

봄 눈

(서양 산딸나무꽃  사진 백승훈)                                                          봄 눈                            나무 저 산 위에서자욱히 내려오는 꽃샘 바람 따라이리저리 날리는 봄 눈 땅거미지는 저녁희끗거리며 난무하네차마 떠나지 못하여두고 간 사랑 보고파다시 이는 그리움                                                       처연하게 내리는 봄 눈 속절없이 어둠에 묻히네허나 이 밤이 지나면  온갖 나무들 싹을 튀우리.                     2018. 3. 21.

시 같은 글 2018.03.23

산다는 건

산다는 건                                               나무  혼자 눈뜨는 아침이 미소짓기까지뜨거운 대낮 칠흑 같은 밤 수없이 지나갔다 삼시 세끼 혼자 먹는 밥이 맛나기까지시간이 구름처럼 모이고 흩어지며 사라졌다 혼자 부르는 슬픈 노래가 아름답기까지 어미 떠난 어린새 한없이 지저귀며 날아갔다 책과 함께 잠드는 어둔 밤이 밝아질 때까지 길마다 고마운 부처 만나고 떠나며 걸어갔다 그 모두가 혼자가 아닌 세상을 깨닫기까지바다처럼 깊은 심연을 헤메고 또 헤메었다 죽음이 삶의 완성이라는 것을 알기까지산다는 건 늘 그대와 함께 살아가는 일이었다.

시 같은 글 2018.02.24

회상

키스 ( 구스타프 클림트 作)   회 상                                      나무                                                     푸른 달빛 은하수 물결 처럼 오시던 님외로운 영혼 하나 되어 날아오르는 밤                                                    아름다운 별빛 향연 영원했던 순간들아! 사랑이어라 사랑이어라   새벽 안개 이슬처럼 떠나가신 나의 님황홀한 영혼 찬란한 햇살 초록빛 잎새                                                    보고픈 님의 향기 번져가는 나날들아! 그리움이여그리움이여                               ..

시 같은 글 2018.02.03

나의 노래 7 : 홀로 즐기는 자유

(Edvard Munch 作  생명의 춤)                                               61.  어느 주말의  단상                                              나무  지나치게 방만한 거리를 걷는다 뭐든지 여기저기서 아우성치며 쏟아진다 가는 곳마다 성형광고 얼굴들이 떡을 치고 젊은 여인들 값싼 향기가 거리에 지하철에 넘쳐난다 늙은 여인들 천박한 위장도 질펀하니 고개를 돌린다                                                   누구도 양보하지 않는다 연민의 시선 따위는 보내지 않는다  사랑이 끝났다 향락이 넘치는 시대 사랑은 거짓이고 기만이다  젊은애의 초미니스커트 늙은 여인의 미니스커트까지 측은..

시 같은 글 2015.08.28

나의 노래 6 : 인연의 끝

나무     51.  오늘                                                                   아침을 알리는 햇빛, 노래...   포근한 자유를 즐긴다   문득 호들갑스러운 전화벨    노래처럼 미련한 사랑을 하는 사내   웃긴다. 사랑도 정치처럼 하는가    다른 이에게 떠나는 마음   사내 또한 옮겨 다니는 사랑   어둠에서 나오고 싶지 않은 그의 자유를 위해   누가 등불이 되려는가    실체 없는 그를 알리는 것들   매혹 당한 눈먼 사랑이    빛이 될 수 있을까.     52.  친구에게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  사라진 존재에의 그리움...   맑은 눈은   병원 철..

시 같은 글 2015.04.02

나의 노래 5 : 사라지고 오는 것

나무  41.  키 큰 사람  바라볼수록 커지는 키 큰 남자는 가만히 등 뒤로 와 말했다.나를 보지 말고 나와 친할 수 있을까?  바라볼수록 마음이 커지는 그녀는 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어깨동무를 하고 얼굴을 부빌 수도 있어?  바라볼수록 커지는 키 큰 남자는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나를 보지만 않으면 그렇게 할 수 있어.  바라볼수록 마음이 커지는 그녀는 의아해서 다시 말했다.너를 보면 왜 안 되지? 친하기 위해서는 서로 바라보아야 해.                                                    바라볼수록 커지는 키 큰 남자는 화를 내며 크게 말했다.누구든 날 보면 키가 자꾸 커진단 말이야.  바라볼수록 마음이 커지는 그녀는 웃으며 작게 말했다.커지는 네 키를 보지 않..

시 같은 글 2015.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