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타니파타

다시 이 책을 내며 (뱀의 비유)

나무^^ 2024. 6. 11. 17:54

불교 최초의 경전         



법정 옮김 (1999년)

도서 출판 이레 (2010년 제18쇄)  

 

< 다시 이 책을 내며 >

 

불교 경전은 원래 눈으로 읽는 문자로 쓰여지지 않고 부처의 가르침을 들은 제자들이 그 내용을 함께 암송해오다가 후기에 문자로 정착된 것이다. 따라서 소리내어 외기 편하도록 운문(시)의 형식으로 전해지고, 후렴처럼 같은 내용이 반복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처에게는 자기 자신이 어떤 종교의 창시자라는 의식이 전혀 없었다. 단지 눈 뜬 사람으로서 그 역할을 다했을 뿐이다. 그에 대한 호칭도 이 경전에서는 '눈 뜬 사람' '수행자' '널리 보시는 분' '고타마' 등으로 불리고 있다...그들의 삶이 이처럼 단순하고 소박했기 때문에 그들의 가르침 또한 단순하고 소박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숫타니파타>를 보면 2천 5백 년 전 불교가 처음 싹트기 시작할 때 주변의 상황들, 특히 다른 수행자들과의 관계를 엿볼 수 있다.그리고 부처가 말한 그 가르침의 원형이 어떤 것인가를 자세히 알 수 있다...내 오두막의 한쪽벽에는 이 책 안에 들어있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붙어 있다.

 

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말며 비난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말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바람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 글귀가 눈에 들어올 때마다 두런두런 외우고 있으면 내 속이 한층 깊어지는 것 같다. 아무렇게나 함부로 지낼 수 없다... 1999년 7월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서 법정

 

< 해설 >

 

 이 책은 '남전대장경(南傳大藏經)에 수록되어 있는 경전 '숫타니파타'를 완역한 것이다.

 '숫타Sutta'는 '말의 묶음(經), '니파타Nipata'는 '모음(集)'이란 뜻으로 두 단어가 합쳐져 '말의 모음집'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해 경전을 모은 것이란 뜻이다. 불교의 많은 경전 중에서도 가장 초기에 이루어진 경전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과 의미가 크다.

이 경전의 배경은 부처님이 돌아가신 후 제자들이 스승의 가르침을 간추려 간결한 산문의 형태로 묶었다. 암송하기 쉽게 하여 구전되었기 때문에 원형 그대로 후세에까지 전해질 수 있었다.

최초에는 부처님이 즐겨 쓰던 마가다어(북인도 마가다 지방에서 그는 진리를 깨달아 부처가 됐다)로, 또는 마가다어의 영향력이 큰 속어의 일종으로 구송되다가 그후 팔리어로 정착됐다. 현재는 팔리어 성전(남전대장경)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략)......

 

나카무라 하지매 교수의 번역에 힘입은 바 컸음을 아울러 밝힌다. (이하생략)

 

  1. 뱀의 비유

 

뱀의 비유

 

뱀의 독이 퍼지는 것을 약으로 다스리듯, 치미는 화를 삭이는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

 

연못에 핀 연꽃을 물 속에 들어가 꺾듯이, 육체의 욕망을 말끔히 끊어 버린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

 

넘쳐흐르는 집착의 물줄기를 남김없이 말려 버린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거센 물줄기가 갈대로 만든 연약한 다리를 무너뜨리듯, 교만한 마음을 남김없이 없애 버린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무화과 나무 숲에서는 꽃을 찾아도 얻을 수 없듯이, 모든 존재를 영원한 것으로 보지 않는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안으로는 성냄이 없고, 밖으로는 세상의 부귀영화를 초월한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잡념을 남김없이 불살라 없애고 마음을 잘 닦은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너무 빨리 달리거나 느리지도 않고, 잡념을 모두 끊어버린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너무 빨리 달리거나 느리지도 않고,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덧없다는 것을 아는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너무 빨리 달리거나 느리지도 않고,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덧없다는 것을 알아 탐욕에서 떠난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너무 빨리 달리거나 느리지도 않고,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덧없다는 것을 알아 육체의 욕망에서 떠난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너무 빨리 달리거나 느리지도 않고,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덧없다는 것을 알아 미움에서 벗어난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너무 빨리 달리거나 느리지도 않고,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덧없다는 것을 알아 어리석은 집착에서 벗어난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나쁜 버릇이 조금도 없고, 악의 뿌리를 송두리째 뽑아버린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이 세상에 다시 환생할 인연이 되는, 그 번뇌에서 생기는 것을 조금도 갖지 않은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우리들을 생존에 얽어매는 것은 집착이다. 그 집착을 조금도 갖지 않은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다섯가지 장애물을 뛰어넘고, 번뇌와 의혹을 물리쳐 괴로움을 벗어버린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 구도자는 그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인도에는 코브라 뱀이 많고, 인도인들은 코브라 뱀을 신성한 동물로 여기기 때문에 경전에는 뱀의 비유가 많다.

* 이 세상은 물질적인 차원, 저 세상은 정신적인 차원을 말한다. 따라서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 '너무 빨리 달리거나 느리지도 않고'는 지나친 과욕이나 게으름을 경계한 말이다.

* 다섯 가지 장애물이란 인간의 깨어있음을 방해하는 것으로 탐욕, 분노, 우울, 들뜸, 의심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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