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자 방기사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거룩한 스승께서는 알라비에 있는 악갈리바 나무 밑에 계셨다. 그때는 방기사 존자의 스승인 니그로다캅파라는 장로가 그 나무 밑에서 죽은 지 얼마 안 되어서였다. 방기사 존자는 홀로 앉아 명상에 잠겨 있다가 이런 생각을 하였다.
'우리 스승은 정말로 돌아가신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아직 살아 계실까?'
방기사 존자는 저녁때가 되자 명상에서 깨어나 스승(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갔다. 거룩한 스승께 절한 뒤 한쪽에 앉아 여쭈었다.
"거룩하신 스승이시여, 제가 홀로 앉아 명상에 잠겨 있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스승은 정말로 돌아가신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아직 살아 계시는 것일까'라고요."
방기사 존자는 일어서서 가사를 왼쪽 어깨에 걸치고 스승께 합장하더니, 다음과 같은 시로써 말했다.
"이 세상에서 모든 의심을 끊고 더없는 지혜를 가지신 스승께 묻겠습니다. 세상에 널리 알려지고 명망 높고 마음이 평안의 경지에 들어간 수행자가 악갈리바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스승이시여, 당신께서는 그 바라문에게 '니그로다캅파'라는 이름을 주셨습니다. 오로지 진리만을 보시는 분이시여, 그는 당신을 존경하고 따랐으며 해탈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석가여, 널리 보시는 분이여, 저희들은 당신의 제자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저희 귀는 들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저희 스승입니다. 당신은 가장 뛰어난 분이십니다.
저희의 의혹을 풀어 주십시오. 이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지혜 많은 분이시여, 그가 아주 죽었는지 아닌지를 저희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천 개의 눈을 가진 제석천이 신들에게 말하듯이, 널리 보시는 분이시여!
이 세상에는 여러 가지 속박이 있고, 그것은 미혹으로 가는 길이고 무지와 의혹으로 인해 있는 것이지만, 완전한 사람을 만나면 그런 것은 다 사라지고 맙니다. 그 눈은 인간 중에서 으뜸가는 눈이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구름을 걷어 버리듯, 이 분(부처님)이 번뇌의 티끌을 털어버리지 않는다면, 온 세상은 어둠으로 뒤덮일 것입니다. 빛을 가진 사람들도 빛을 내지 못할 것입니다.
지혜로운 이들은 세상을 비추는 분입니다. 지혜로운 이여, 저는 당신을 그런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당신이야말로, 있는 그대로를 보는 분으로 알고 이렇게 찾아온 것입니다. 대중 앞에서 저희들을 위해 니그로다캅파에 대한 일을 밝혀 주십시오.
원컨대 선하고 미묘한 음성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백조가 목을 늘이고 천천히 우는 것처럼, 잘 다듬어진 음성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저희는 명심해서 듣겠습니다.
삶과 죽음을 뛰어넘고, 맑고 깨끗한 몸이 되신 분께 청하여 가르침을 들읍시다. 보통 사람들은 알고 싶고 말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없지만, 완전한 사람들은 마음 먹은대로 다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완전한 예언이 올바른 지자인 당신으로 인해 잘 보전되어 있는 것입니다. 저희는 최후의 합장을 드립니다. 스스로는 잘 알면서도 말씀하지 않음으로써 저희를 헤매게 하지 마십시오. 지혜로운 분이시여!
거룩한 진리를 알고 계시면서 저희를 헤매게 하지 마십시오. 정진에 뛰어나신 분이여! 한여름 더위에 지친 사람이 물을 찾듯이, 저희는 당신의 말씀을 갈구합니다. 말씀의 비를 내려 주십시오.
캅파가 깨끗한 수행으로 이루려 했던 목적은 헛된 것이었습니까, 또는 해탈한 사람처럼 사라진 것입니까, 아니면 생존의 근원을 남겨둔 것입니까. 저희는 그것을 알고 싶습니다.
스승은 대답하셨다.
"그는 이 세상의 이름과 형태에 대한 집착을 끊어버린 것이다. 오랫동안 빠져있던 검은 악마의 흐름을 끊어버린 것이다."
다섯 사람 중 가장 뛰어난 스승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일곱번째 현자여, 당신의 말씀을 듣고 저는 기뻐합니다. 제 물음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당신께서는 저를 헤매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눈 뜬 사람의 제자인 니그로다캅파는 말한대로 실행하여, 사람을 속이는 죽음의 악마가 펼친 질긴 그물을 찢어버렸습니다.
스승이시여, 캅파는 집착의 뿌리를 보았습니다. 아아, 캅파는 가장 견디기 어려운 죽음의 영토를 건넌 것입니다."
* 승복을 왼쪽 어깨에 걸치는 것은 고대 인도의 예법이다.
* '빛'은 지혜의 빛을 뜻한다.
* 부처님이 성도한 후 바라나시의 녹아원에서 처음으로 법을 설할 때 다섯 수행자가 그 가르침을 받고 제자가 되었다.
* '일곱번째 현자'란 석가모니 부처님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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