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칠레 해변
잊혀진다는 것은
나무
잊혀진다는 건 슬픈 일이다.
함께 한 시간이 꿈처럼 사라지고
함께 나눈 말들이 바람에 실려간다.
말끔히 닦은 유리창 너머
그대로 투영되는 세상을 본다.
잊혀진다는 건 때론 기쁜 일이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탑처럼 쌓이고
되새기는 상념들이 허공에 흩어진다.
말끔히 닦아낸 마음처럼
투영되지 않는 조용한 세상을 느낀다.
잊혀진다는 건 그냥 사는 일이다.
그렇게 네가 잊혀지고 내가 잊혀지면서
우리가 서럽게 살아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