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하늘공원
도봉산에서
신규호
도봉산 멧부리 바위 끝에
혼자 앉은 마음으로
늘 그렇게 살아갈 일이다.
책갈피 뒤적이듯
마음 속이나 살피면서
나뭇잎 제껴보는
푸른 바람으로 살 일이다.
욕망 하나하나
바둑알 놓듯
집지어 들여앉혀 잠재워가면서
가슴 속
사나운 수리매 한 마리 길들이며
살아갈 일이다.
어제 신림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며 섰다가 본 시이다.
금방 차에 올라타느라 제대로 읽지 못했지만 그 시어들이 맴돈다.
오늘 볼일 보러 나갔다가 일부러 다시 시화가 걸린 벽앞에 찾아가 선다.
추적추적 비내리는 거리를 걸으며 시인의 마음이 내 마음인양 시를 되뇌인다.
가족도 친구도, 세상살이 그 무엇이든 지닌다는 건 짐이고 상처이다.
짓누르는 짐을 내려놓지 못하는 시지프스 신화처럼 삶은 이어진다.
뜨거운 여름을 이별하는 이 빗소리가 풍요로운 가을을 맞듯이
쓸쓸한 오늘이 지나고 나면 더러 웃을 수도 있는 내일이 오겠지...
노란 꽃망울 가득한 국화 화분 하나 사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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