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읽고/종교, 철학, 심리학 28

신의 지문

오래 전에 지인이 주신 책인데, 다른 책들을 읽느라 책꽂이에 꽂아놓고 잊고 있다가 이제야 읽어보았다. 상,하 두 권의 두툼한 책을 조금씩 오래 읽으며 여러 가지를 알게 되었다. 성경에 나오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중동의 많은 나라들에서 신화로 전승되어오고 있었다.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노아의 방주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사실들을 절대적인 믿음으로 곧이 곧대로 신봉한다. 저자 그레이 핸콕은 사라진 초고대 문명의 그림조각들을 맞추기 위해 세계 곳곳을 탐사하고 있는 작가이다. 그는 '이코노미스트'지의 동아프리카 특파원을 지내고 영국 런던 '선데이 타임스' 기자로 활약을 하였다. 그가 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는 , 이 책 또한 영국에서 6주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전세계에 번역되었다. 제 1부 서론 : 지도의..

니체와 불교

철학자 니체와 관심있는 불교에 관한 책이어서 읽어보았다. 지은이 박찬국님은 서울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서양철학과 불교철학을 비교하는 것을 주요과제로 삼는다고 한다. 1. 서론에서는 니체와 불교의 유사성과 차이, 국내외의 연구동향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본 연구의 방향과 의의, 이 책의 내용에 대한 소개를 하였다. 2. 니체와 불교의 공통된 문제 의식 : 고통과 염세주의의 극복 불교는 우리가 무상한 것들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해서 고통스럽다며 집착을 버리면 더 이상 고통이 아니라고 한다. 인연 따라 생성 소멸하는 세계에서 '나'라는 실체가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번뇌세상 자체가 열반세상'인 것을 깨달음으로 염세주의의 극복을 지향한다. 그러나 내가 불교공부를 하면서 안 것은 부처님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쇼펜하우어 作)

쇼펜하우어 지음 곽복록 옮김 을유문화사 오래 전에 사놓았던 책을 올해 들어서야 펴놓고 조금씩 오랫동안 읽었다. 속도감 있게 읽힐 내용들이 아닌 사상 철학책이어서 관념적인 내용들이 좀 지루하기도 했다. 젊은 시절 을 감동깊게 읽었던 기억으로 이 책을 샀으므로 끝까지 읽었다. 쇼펜하우어 (1778년~1860년)는 독일 국적의 프로이센 단치히(지금의 폴란드 그다인스크)에서 태어났다. 부유한 상인이었던 아버지와 글을 썼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가정교사에게 교육을 받았다. 후에 베른린 대학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고 교단에서 헤겔과 대립했지만, 이미 저명했던 헤겔의 강의와 시간대를 같이 하다 그에 밀려 교수직을 그만 두고 은둔하며 글을 썼다고 한다. 옮긴이의 해설에 의하면, 인간 표상들 사이의 연관에는 그 충분한 ..

아름다운 인생은 얼굴에 남는다 (원철 스님)

알라딘 서점에 들렸다 제목에 눈이 가서 샀는데 지금은 절판된 책이라고 한다. 책을 다 읽고 스님의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서 찾아보았더니 착하고 수줍은 소년 같은 맑음이 있었다. 나는 첫인상에서 그 사람의 성격이나 됨됨이를 예민하게 느끼곤 하는데 대개는 그 직감이 맞는다. 때론 만날수록 첫인상보다 더 좋아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첫인상보다 별로인 사람도 있는 것은 그이의 행동이나 마음 씀씀이 때문이다. 나 역시 첫인상보다는 만날수록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흔히들 중년 이후의 얼굴은 부모가 아닌 자신의 책임이라는 말을 하는 건, 살아가면서 형성되는 마음가짐이 얼굴에 담겨지기 때문이다. 그것은 늙어서 보기 싫어지는 것과는 또 다른 '표정'이 담겨짐을 의미한다. '짚신스님'..

깨달음 (법륜 作)

법륜 지음 정토 출판 (2012년)​ 제 고집대로만 하는 아들이 어느 날 '법륜 스님께서...' 운운하기에 '넌 어미 말은 안 듣고 스님 말씀은 믿는구나.' 웃으며 유투브에서 스님의 을 찾아보게 되었다. 어리석은 중생들의 숱한 고민을 묵묵히 들으시고 친절하게 명쾌한 답을 주시는 스님께 신뢰와 존경심을 느꼈다. 그 후로 한 번 들었던 금강경, 육조단경 등의 법문을 다시 집에서 들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서점에서 눈에 띄어 사 읽었다. 책을 펴자 많은 상을 받으신 스님의 이력과 쓰신 책들을 알게 되었다. 쉽게 써내려간 짧은 글이지만 그 의미와 가르침은 심오하기 그지없는 내용들이다. 제1장 '존재로부터의 자유'에서 의 '조견오온개공(照見五蘊皆空) 도일체고액(度一切苦厄)'을 들어 일체의 존재는 고정된 실체가 없..

도쿄대학 불교학과 (정상교 作)

정상교 지음 동아시아 펴냄 내가 불교에 관심 있는 것을 아신, 카톨릭 신자이신 가곡반 회원님께서 빌려주어 보게 된 책이다. 이 책의 특징은 저자의 생각이나 불교 지식을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써나갔다는 점이다. 기본적인 불교학 개론을 배운지 오래된 나로서는 총괄해서 복습을 하고 몰랐던 사실들도 알게 되어 좋았다. 저자가 불교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 일본으로 유학을 가기까지의 과정, 불교학의 유래 등을 재미있게 들려준다. 편에 보면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서 박사학위를 받기까지 줄곧 도서관에서 살아야 한 저자의 생활이 행자승에 다름없었다. 메이지 시대 유럽의 불교문헌학을 공부하고 돌아와 일본에 불교학의 뿌리를 내린 승려 출신 유학생들의 공이 오늘날 1,000여년전, 고려대장경을 만들었던 한국의 ..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아잔 브라흐마 作)

아진 브라흐마 지음 류시화 옮김. 연금술사 발행 흥미로운 제목과 함께 류시화님이 번역한 책들을 감동깊게 읽었기 때문에 사서 읽게 되었다. 책장을 펼치자마자 나오는, 살면서 늘 공감하게 되는 진리의 말씀이다. 작가는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이론물리학을 공부하였으며 17세까지는 기독교인이었다가 승려가 된 분이다. 그는 태국의 고승 '아잔 차'를 찾아가 철저한 금욕수행을 하며 가르침을 얻었다. 그후 호주로 가서 절을 세우고 포교를 하면서 삶의 경험에서 깨달은 통찰을 10장에 걸쳐 108가지 일화로 들려준다. 흔히 말하는 108 번뇌이며 코끼리는 욕망에서 비롯되는 번뇌의 마음을 일컫는 말이다. 스승 아잔 차의 절에 쓰여있다는 '세상에 행복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됨을 기뻐하라' 고 한 말은 진실이다. ..

몽테뉴 수상록 (몽테뉴 作)

폐품 분리수거를 하다 누군가 아주 오래된 책이라 버린 것을, 익히 들어본 책인데 읽지 않아 주워 와서 읽었다. 어느 '길위의 철학자'는 이 책을 세 번이나 읽었다고 했다. 1965년 세로쓰기로 인쇄된 책이다 보니 번역(문학박사 손우성)에 낯선 한자어가 필요 이상으로 많고 글씨가 작아 좀 인내심을 요했다. 외출하지 않는 날이면 한문 사전을 찾기도 하며 식탁에 펼쳐놓고 조금씩 읽었다. 앞부분은 몽테뉴론이라며 옮긴이의 장황하지만 도움이 될 수 있을 논문이 70쪽에 이른다. 그 내용은 몽테뉴(1533년~1592년. 프랑스)의 생애와 그의 생명사상, 문예부흥기의 지적환경, 수상록의 구성요소, 초기 스토아사상, 회의주의적 사색의 희롱, 실제적 생활관, 인간관념과 정신생활, 도덕과 정치사상, 종교사상 등 그를 잘 이..

길 위의 철학자 (에릭 호퍼)

에릭 호퍼 지음 이다미디어 출판 나이 들면서 철학책들이 더 관심있어지는 건 살면서 겪은 경험들이 작가의 생각에 공감하기 때문일게다. 안주하기를 거부하고 떠돌이 삶을 살면서 자신이 보고 경험하며 느낀 생각들을 적은 이 책은 어렵지 않고 진솔하여 쉽게 읽혀지지만 울림이 있어 좋은 책이다. '교육의 주요 역할은 배우려는 의욕과 능력을 몸에 심어주는데 있다. 배운 인간이 아닌 계속 배워나가는 인간을 배출해야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인간적인 사회란 조부모도, 부모, 아이도 모두 배우는 사회이다.' 그의 교육관이다. 교직생활을 오래 한 나는 과연 어린이들을 그렇게 교육했는지 반문해본다. 노력은 했지만 그 성과는 잘 모르겠다. 나 자신은 여러 선생님들을 거치면서 교육을 잘 받았는지 끊임없이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나이..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법정)

법정 잠언집 류시화 엮음 조화로운 삶 출판 이 책을 우연한 곳에서 만나 매일 두어장씩 읽으며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느낌이었다. 전에 공부를 많이 한 지인이 법정스님의 글은 다 아는 이야기라며 대수롭잖게 말했다. 맞는 말이다. 불교공부를 좀 했거나 인생을 어느 정도 살은 사람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다 아는 것을 실천하며 사는 일은 쉽지 않아 세상에는 이해 못할 일들이 수없이 벌어진다. 매일 아침 얼굴을 세수하며 거울을 들여다보듯이 우리의 마음도 늘 양심의 거울에 비추어보아야 한다. 스님은 '하루 한 생각' 맨 끝장 말미에 '나의 취미는 끝없는, 끝없는 인내이다.'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결코 인내가 취미인 사람이 아니지만 삶을 살다보니 인내의 연속임을 알게 되었다. 가정을 꾸려 자식을 낳지 않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