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카스테
- 정중규
당신은 내 아들, 내 남편.
그 옛날 사랑스러웠던,
오, 그러나 지금은 그리운.
어찌 내 알았을까!
그토록 어려운 운명 속 태어나
비참한 듯 눈물 뿌리며 사라졌던 그대가
그토록 어려운 운명 속 자라나
나의 눈물과 사랑을 빼앗을 줄.
어찌 내 알았으리,
그토록 잔인하게, 그녀의 흰 손은
우리를 울리고 애끓게 하는지.
창(窓)으로 보이는 하늘.
아아, 나는 운명을 따를까?
운명을 따를까?
그냥 운명인양 죽음의 옷을 걸칠까?
아니면 운명의 장난에 맞장구치며 새로운 삶을 꾸밀까?
하나 모두가 두려운 일.
내 어찌 그대를 괴롭힐까.
내 어찌 나 자신을 괴롭힐까.
죽음으로 모든 것 씻을 수 있다면,
아니면 모든 것이 망각의 세계로 빠질 수만 있다면,
과거의 모든 것, 온갖 것,
현재의 현실과 절망과 두려움과 기쁨의 모든 것을.
오 나 자신, 모두가 잊어준다면,
인간 아닌 벌레인양 또는 짐승인양,
지난날과 오늘의 모든 것을 망각해 줄 수만 있다면.
하나 그것은 얼마나 두려운 사실인가!
마치 유령들이 손가락을 끼고서 춤을 추듯.
오오 당신 어찌하여 태어났는가,
오, 나여 어찌 그대를 잉태하였던가.
그날 밤 이젠 기억도 사라진, 그리고 희미한,
왠지 모르게 스산했던 그날의 어둠 낀 밤.
아 나는 너를 잉태하였구나,
너 아비는 그 자신 죽음의 화(禍)꺼리를 부르는 줄 모르고
널 나에게 던져 고이 주었고,
나는 너를 받아 내 몸 속 피와 살을 주었도다.
그리고 너는 그 속에 뛰어놀며 자랐으며,
네 자신 모를 운명에 너의 몸은 더욱 우람하게 자랐노라.
그리고 난 너를 울며 낳았고 넌 울며 태워났노라,
비록 그것이 슬픔에 의한 것이 아닐지라도.
아 그러나 지금 너는 나의 오이디푸스.
저주스럽게도 일순간 내 맘 너를 향해
원래의 사랑 아닌 다른 사랑을 불태웠노라,
그것은 자연의 이치를 저버린 사랑.
그리고 모든 것은 내 잘못 나의 죄악이노라,
그것이 비록 신의 운명의 장난일지라도.
오오, 오이디푸스, 당신은 내 아들, 내 남편!
-1977.3.6.
좋은 음악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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