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冥 (어두울 명)

나무^^ 2011. 8. 5. 10:35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11. 5. 23 (월) 영남일보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187] 冥(어두울 명) : 열엿새가 되면 달이 어두워짐         冥 (어두울 명 : 열엿새가 되면 달이 어두워짐)

 

 

                 예로부터 시간을 가늠함에 있어 가장 쉬운 방법은 낮과 밤을 이용한 것이었다.

                 해가 뜨면 낮이요 해가 지고 달이 뜨면 밤이라 여겼을 것이 분명하다. 지금까지도 오늘이 몇 월 며칠이라

                 말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늘은 항상 온 날로 지금의 날을 말하기 때문에 '今日’(함에서 구를 생략한 자가 곧 금),

                온 날 다음에는 다시 해가 떠 오는 날이기 때문에 '來日’, 내일 다음에는 내일의 해가 졌다가 다시 떠오는 날이므로

               '暮來’(저물었다가 다시 오는 날)라고 했다.

                이처럼 하루하루가 쌓여 한 달이 되고, 한 달 한 달이 쌓여 한 해가 되고, 그 한 해를 두고 살펴보니

                겨우내 안보였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 때를 두고 '春’(봄)이라고 했으니, 봄이란 卉(풀 훼)가 屯(머물 둔)하고

               '日’(양기를 뜻함)이 길어졌다는 뜻이다. 
                따라서 다시 돋는 새싹에 꽃이 피고 핀 꽃이 떨어지면 그 자리가 열매가 열어 부쩍 자라므로

                봄 다음으로는 '여름’(열음)이며, 그 다음은 '가을’(갈무리의 갈)이며, 한 해의 끝은 겨울(겨를이 있음)이다.

                이처럼 해를 두고 날을 셈했으니 해와 날은 같은 뜻이다.

 

                그렇다면 '달’을 두고 밤을 셈하는 수는 없었을까.

                그믐에는 달이 전혀 없고 해만 많이 있기로 '晦’(그믐 회)라고 해 '어둡다’는 뜻이다.

                그 다음 초하루는 없던 달이 거슬러 오르기 시작하기 때문에 '月’에 '逆’(거스를 역을 생략한 것)을 붙여

               '朔’(초하루 삭)이라 했다.

                그러나 우리 인간들은 거슬러 오른 달이 초사흘이 되어서야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비로소 달이 제 몸을 드러내 보였다"싶어 '哉生魄’(재생백)이라 하여 '哉’(처음 재)에 '生’(날 생)에

               '魄’ (넋 백으로 몸이라는 뜻)을 붙였다.

                다음으로 이레가 되면 어느덧 반달이 되어 초승달의 분위기가 보름을 향해 바뀌어 나가기 때문에

               '덮다’는 뜻의 밑에 '革’(바꿀 혁)과 달을 붙여 '覇’(반달 패로 와도 같음)를 써서 이럴 수도 저릴 수도 있다는

                절대적 권력을 나타내는 말로도 쓴다. 

                그러다가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되니 '望’(보름달 망)은 '壬’(오뚝할 임)자 위에 '亡’(망할 망)과 달을 붙인 글자다.

                지금 당장에는 오뚝하고, 밝아 좋지만 그 좋은 것이 하루만 지나도 줄어들기 마련이라는 속깊은 뜻이 들어 있다.

                즉 보름에서 하루를 지나게 되면 바로 열엿새 날이니, 이는 열흘에 엿새를 더한 날이라 '旬’(열흘 순)자 밑에

               '六’(여섯 육)을 붙여 어둡기 시작한다는 뜻에서 '冥’(어두울 명)이라 했다.

                밖이 어두워서만 어두운 것이 아니라 눈을 감아 버리면 온통 어둡다는 뜻에서 '瞑’(눈감을 명)이라 했고,

               “남의 눈에 띄지 말고 아무도 모르는 사이 음덕을 쌓으라"(積陰德於冥冥之中)고 했을 때에는

               '冥’을 중복시켜 쓰기도 했다.

                속마음과는 달리 남의 눈에 띄기 위해서 겉으로만 하는 짓거리를 일러 '거짓’이라 하니

                어두운 가운데 조용히 쌓아가는 공이야말로 얼마나 높은 가치가 있겠는가. 거름은 속에 묻을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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