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11. 5. 30 (월) 영남일보
晶 ( 빛날 정 : 하늘에 오른 정기가 뭉쳐 빛나는 별들)
흔히 봄을 일러 삼라만상(森羅萬象)이 약동하는 계절이라고 한다.
이때 ‘삼라’는 하늘 위에 빽빽이 나열되어 빛나는 천체를 말하며, ‘만상’은 땅 위에 자리하고 있는 모든 것들을
통틀어 뜻하는 말이다. 하늘에 있는 해·달·별을 포함한 모든 천체와 하늘까지를 ‘삼라’, 땅에 자리 잡고 있는
동·식물과 광물 등을 포함한 땅 자체까지를 ‘만상’이라 여겼다. 이렇게 보면 땅의 ‘만상’이 곧 하늘의 ‘삼라’요,
하늘의 ‘삼라’가 곧 땅의 ‘만상’이니 삼라만상이 약동하는 계절이라는 봄은 하늘과 땅 전체가 새롭게 뛰고
움직인다는 뜻이다.
하늘이 지니고 있는 무한한 양기, 그 자체를 본뜬 글자가 곧 ‘晶’(빛날 정)이다.
‘晶’을 온전히 다 합치면 ‘日’이요, ‘日’에서 나눠진 것이 ‘晶’이다. 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들도
‘晶’에 ‘生’(날 생)을 붙여 별 중에서도 가장 큰 별인 해가 사방으로 흩어진 ‘해의 조각들’이라 여겼다.
양기 덩어리인 해·달·별을 면밀히 관찰해 인간의 길흉을 살폈다.
때문에 ‘별’이라는 말도 ‘길흉’을 구별해 주는 주체라는 ‘別’(나눌 별)이라 하여
별다른 일이 없으면 ‘별 볼 일이 없다’고 하고, 별 다른 일이 있으면 반드시 ‘별’을 봐야 한다고 여겼다.
그렇다면 별 중에서도 가장 큰 별인 해와 시간의 변화와 인간의 삶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밤과 낮의 변화가 곧 하루의 변화요, 달과 해를 직접적으로 동원해 일월로 하여금 몇 월 며칠을 나타내고 있다.
또 겨우내 짧았던 해가 봄이 되면 길어지기 시작해 양기가 결국 만물을 약동시키니,
봄의 하늘은 한 해 중에서 가장 하늘의 본바탕 색깔이 잘 드러내 이를 ‘푸른 하늘’(蒼天)이라 하고,
이 푸른 하늘 밑의 만물은 길어진 해(日)와 새싹(卉)과 머묾(屯)을 붙여 ‘春’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