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㫃 (깃발 언)

나무^^ 2011. 8. 3. 13:53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11. 5. 16 (월) 영남일보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186] (깃발 언) : 사방 사람들이 모이도록 한 깃발 모양         (깃발 언 : 사방에서 사람들이 모이도록 한 깃발 모양)

 

 

                인간의 모듬은 가족을 기본으로 한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어 씨족이 모이고,

                이 씨족과 씨족들이 지연을 중심으로 한 부족으로 발전되고, 다시 부족과 부족이 연맹을 이뤄

                근대 이전의 작은 나라를 이루었다. 씨족과 부족을 이루면서 그 집단을 상징하는 깃발이 있었으며,

                그 깃발의 상징은 대부분 짐승이나 새를 깃발에 그려 자신들의 소속을 분명히 나타냈다.

                예를 들면 용, 호랑이, 곰을 상징하는 것들이 있었는가 하면 봉황, 독수리 등을 표방하는 것들도 있었다.

                애당초 깃발은 사방으로 흩어져 사는 족속들의 단결을 결집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사방을 뜻하는 ‘方’(모서리 방)에 사람을 말하는 ‘人’(사람 인)을 붙여 ‘깃발’이라는 뜻을 나타냈고,

                그 깃발 속에 그려진 상징물로 집단의 성격을 짐작케 함과 동시에 집단과 집단을 구별하도록 했다.

                따라서 깃발로 어떤 집단의 성격을 나타내고 다른 집단과의 구별을 엄격하게 했다는 것은

                곧 집단 내부적으로는 단결을 뜻하고, 외부적으로는 서로의 다툼이 생길 때에는 이를 앞세우고

                전쟁을 수행하는 의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속담에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말도 있고, ‘먼곳에 나가 사는 형제보다는 가까운 이웃사촌’이라는 말도 있듯이

                막상 집단과 집단끼리 다툼이 벌어지면 같은 깃발 아래 화살을 가지고 나타나 승패를 겨룬다는 뜻에서

               ‘깃발’에 ‘矢’(화살 시)를 붙여 ‘族’(겨레 족)이라 했다.

                혈연으로 뭉치고, 지연으로 뭉친 집단이 같은 깃발 아래 모여 제 집단의 공통적인 이익을 위해 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이에 앞서서 단결을 다짐하는 일종의 몸동작도 이 깃발을 중심으로 빙빙 돌기 때문에

               ‘旋’(돌 선)은 깃발을 에워싸고 빙빙 돈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한 해의 일들을 두고 잘한 일과 못한 일을 구분해 봄에는 주로 지난 한 해 동안 잘한 이에게 상을 내리고,

                또 한 해 동안 잘못한 이에게는 벌을 주어 상벌도 깃발 아래에서 베풀었기에 ‘施’(베풀 시)라 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로 집단을 이끌고 여행을 떠날 때에는 거의 다 일정한 깃발을 앞세워 그곳에 모이도록 하고,

                또 그 깃발을 따라가며 관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상례이기 때문에 깃발을 따라 여럿이 뭉쳐 다니는 ‘여행’의

                뜻도 ‘旅’(다닐 려)로 썼다.

                평화로운 때에는 삼삼오오 다정하게 뭉쳐 여행을 다닐 수도 있지만 막상 전쟁이 일어나면 무기를 지니고

                한데 뭉쳐 자신이 소속된 집단을 지키기 위해 뭉쳐 다녀야 하기 때문에 ‘旅’는 한편 ‘군사’라는 뜻으로도 쓰이고 있다. 

               ‘싸움’을 줄여 말하면 ‘쌈’이다. 이를 풀어보면 상대를 에워싸 꼼짝없이 움직일 수 없도록 한다는 말이다.

                말하자면 ‘기를 죽인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싸움에 가장 먼저 앞세우는 ‘旗’(깃발 기)는 이것 저것은 물론

                그것까지 모두 모이도록 하는 표상으로서의 깃발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깃발의 기’란 그 소리 값 역시도 ‘기’이니 旗는 곧 氣이다.

                그래서 기가 발랄하게 발발거리면 이길 수 있고, 발발하다가도 땅 바닥으로 쓰러지면 지는 것이요, 패하는 것이다.

                즉 쓰러지니 ‘지는 것’이요, 지고보면 배상해 주어야 하니 ‘敗’(질 패)는 재물을 버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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