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국악관현악단 (단장 황준연)
작곡 신동일 연출 송학규 지휘 진성수
출연 장철(바리톤. 석담역), 한일경(뮤지컬가수. 고죽역)
박성훈, 권송희, 홍석원, 서울시 합창단
한해를 보내며 송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선택한 공연이었는데, 격조 높은 음악극이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온 '문화공간'이라는 안내책자에서 보고 예매하였다. 많은 친구들과 함께 즐기지
못한 것이 아쉬울 만큼 좋은 공연이었다. 공연내내 감동과 행복감이 가득하여 돌아오는 길이 흐믓했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창단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14년에 초연한 바 있는 음악극 ‘금시조’를
다시 무대에 올린 것이라고 한다.
극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린 나이에 스승에게 맡겨져 허드렛일을 하며 서화를 배우기를 한없이 기다리는 고죽이
몰래몰래 서예를 익히다 우연히 스승의 친구에게 인정을 받자 스승에게 반발하고 뛰쳐나간다.
세인들에게 재주를 인정받아 유명해졌지만 그가 진정으로 바란 것은 스승의 인정과 칭찬이었다.
엄격한 스승은 그를 꾸짖으며 '도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금시조를 보아야 한다 호통친다.
중년의 나이에 스승과 대립했던 고죽은 스승이 죽은 후에야 자기를 총애하였음을 알게 되고,
죽음에 임박해서 자신의 작품을 회수하여 불태운다. 고죽은 그제서야 예술의 경지에 올라야만
볼 수있다는 자기 부정의 예술혼인 금시조를 확인하게 되고 죽음을 맞는다.
'금시조(金翅鳥)'는 인도신화와 불경에 나오는 상상의 새라고 한다.
머리에는 여의주가 박혀있고 금빛 날개가 있는 몸은 사람을 닮았으며 불을 뿜는 입은 용을 잡아먹는다고.
19 곡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우며, 극의 내용도 참다운 예술의 지향점을 다룬 좋은 내용이었다
(1981년 이문열 단편이 원작) 성악가의 소리 또한 훌륭하여 감동을 이기지 못하고 박수를 많이 치며 즐거웠다.
서화가 스승역의 바리톤 '장철'씨의 음성은 나무랄 데없이 훌륭하고 울림이 컸다. 고죽역의 '한일경'씨의
미색이 강한 목소리가 후반기 고음 한 두군데에서 약간 성량이 딸리는 듯 해 아쉬였다.
허나 젊은 그가 그 많은 곡을 소화시키자니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을지 이해가 된다.
극의 내용이 곧 그의 현실이지 않았을까 짐작이 되는 일이다.
두시간이 넘는 공연을 자리 한 번 뜨지 않고 지휘하는 지휘자의 역량도 대단했다.
무대배경의 영상처리 또한 매우 아름답고 예술적이어서 극의 효과를 더해주며 만족스러웠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좌측 세로로 써진 노래의 가사가 좌측에 앉은 분들에게 소리로는 들리지만 보이지 않아
좀 답답했을 것이다. 좀 더 배려가 필요한 일이다.
우리 국악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장르의 구분이 없다는 작곡가 신동일씨를 비롯하여 수많은 분들의 피땀어린
노고가 느껴지는 훌륭한 공연이었다. 이게 바로 우리의 오페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련된 연출이었다.
한번 공연으로 막을 내리기에는 너무도 아쉬운 공연이다. 대단찮은 뮤지컬도 한참씩 하는데...
내년 정기연주회때는 친구들과 함께 찾아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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