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바도르 달리 作)
62. 살아가는 날들
나무
봄날이
남녀가 하나 되는 일처럼
뜨겁고 감미롭다 슬프고 서러웁다
사랑이
생명의 탄생도
마음의 고귀함도 없는 놀이처럼
공허한 그 길이 끝없이 멀고 멀다
언제나 집으로 돌아가려나...
치매 걸린 엄마와 하나 되는 딸
치매 걸린 아내와 하나 되는 남편
그도 저도 없는 나는 한 마리 짐승과 하나 된다.
캄캄한 동굴에 한 줄기 빛
화사했던 꽃잎 비바람에 져버린 날
우리는 함께 울며 웃는다
집으로 향한 멀고 먼 길 걷는다
영겁을 지나온 생명들
하나 되어 사랑이라 부른다
아름다운 희생이라 부른다. 고단한 삶이라 부른다
여름밤 가득 별이 쏟아진다
그대와 사랑에 취하여 세찬 물처럼 흐르던 날이
꿈속에서 살아나고 또 살아나 잠든 나를 실어 간다.
아지랭이 가물거리듯 녹아내리는 아스팔트 길
끝없이 앉아 기다리는 휴식 권태로 이어지고
낳고 또 낳고 또 낳고 또 낳고...
몽매한 죽을 목숨들
사랑해야 살 수 있고 미워해야 살 수 있는 인간들
하나 되어 뒤엉킨 한 통속 모두 집으로 가는 길이다
불붙는 단풍나무 처연한 옻나무 늘 희디흰 자작나무
서로서로 바라본다 사랑하기 위해 사랑하기 위해...
매섭고 차가운 눈밭 속에서도 숨죽여 사랑한다.
너의 끈질긴 희망을 사랑한다.
남루한 나의 눈물을 사랑한다.
2016. 8.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