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같은 글

살아가는 날들

나무^^ 2023. 5. 5. 13:35

                    (살바도르 달리 作)

 

62.  살아가는 날들

 

                                         나무

 

봄날이

남녀가 하나 되는 일처럼

뜨겁고 감미롭다 슬프고 서러웁다

사랑이

생명의 탄생도

마음의 고귀함도 없는 놀이처럼

공허한 그 길이 끝없이 멀고 멀다

언제나 집으로 돌아가려나...

 

치매 걸린 엄마와 하나 되는 딸

치매 걸린 아내와 하나 되는 남편

그도 저도 없는 나는 한 마리 짐승과 하나 된다.

캄캄한 동굴에 한 줄기 빛

화사했던 꽃잎 비바람에 져버린 날

우리는 함께 울며 웃는다

집으로 향한 멀고 먼 길 걷는다

 

영겁을 지나온 생명들

하나 되어 사랑이라 부른다

아름다운 희생이라 부른다. 고단한 삶이라 부른다

여름밤 가득 별이 쏟아진다

그대와 사랑에 취하여 세찬 물처럼 흐르던 날이

꿈속에서 살아나고 또 살아나 잠든 나를 실어 간다.

 

아지랭이 가물거리듯 녹아내리는 아스팔트 길

끝없이 앉아 기다리는 휴식 권태로 이어지고

낳고 또 낳고 또 낳고 또 낳고...

몽매한 죽을 목숨들

사랑해야 살 수 있고 미워해야 살 수 있는 인간들

하나 되어 뒤엉킨 한 통속 모두 집으로 가는 길이다

 

불붙는 단풍나무 처연한 옻나무 늘 희디흰 자작나무

서로서로 바라본다 사랑하기 위해 사랑하기 위해...

매섭고 차가운 눈밭 속에서도 숨죽여 사랑한다.

너의 끈질긴 희망을 사랑한다.

남루한 나의 눈물을 사랑한다.

                                                         

                                                           2016.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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