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날이 무르익어 여름과 어울리는 듯 좋은 날씨였다. 모처럼 아들과 특별한 연극을 보러갔다. 장장 6시간을 공연하는 프로였다. 러시아 고전 연극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연극은 진지하고 길었다. 마치 학창시절 러시아 장편 문학을 읽을때의 인내심을 요하는 느낌이였다. 중간에 맛있는 저녁을 먹고 들어온 나는 잠깐이지만 그만 깜박 졸기까지 했다. 공연을 보다 졸기는 난생 처음인 것 같다. 허긴 언젠가는 너무 피곤해서, 그 웃기고 재미있는 채플린 영화를 보면서도 잠을 이기지 못한 적이 딱 한번 있었다. 그 전날도 늦게 자긴 했지... 간소한 무대장치는 고도의 세련미를 나타냈는데, 연극 내용의 배경을 압축한 이미지로 그만이었다. 마치 뗏목처럼 나무를 엮은 세트에 필름이 돌아가는데 그 색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