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9월, 을유문화사에서 출판한 이 책은 내가 처음 경기도 전곡에 있는 초등학교에 근무를 시작할 때 산 책이다. 그때는 학교로 책이나 화장품을 팔러오는 분들이 있었다. 내가 번 돈으로 이 전집과 한국 단편 문학전집을 월부로 사놓고 흐믓했었다. 그러나 바쁜 일과를 핑게로 모두 다 읽지 못하고 남겨두었던 책을 이제사 다시 펴들었다. 세로쓰기의 잔 글씨들이지만 오래된 책에서 나는 종이냄새, 살림살이라곤 없던 자취방에서의 추억이 새록새록 기억난다. 퇴근해 돌아온 작은 방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쓸쓸함과 행복감이 겹치던 시간, 밤늦도록 휴대용 축음기판을 돌리며 아름다운 선율을 벗 삼아 책을 읽다 잠들곤 했었다. 제1집에는 이조말엽의 문신이자 의병장이였던 최익현, 정치가이자 국어연구가였던 유길준, 서예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