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읽고

운현궁의 봄 (김동인 전집)

나무^^ 2008. 9. 8. 17:36

 

                             

               

          운현궁을 검색하니 이 서양식 건물 사진이...             

          덕성여대로 사용되던 건물인 듯 하다. 이번 추석에는 운현궁에 나가 민속공연도 보고 사진도 찍어야겠다.                     

         '감자', '배따라기' 등으로 유명한 작가 김동인 선생의 전집을 작년에 구입하고 읽기를 미루어 놓았다.            

          손에 잡으면 만사를 제치고 읽을 게 뻔하기 때문에 좀 지루한 책들을 읽다가 며칠전 펴들었다.

          예상대로 하룻밤을 지새며 단숨에 읽었다. 주인공 흥선 이하응 대감에 대하여 많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쇄국정책과 명성왕후 민비와의 갈등으로 유명한 그의 훌륭한 점을 매력적으로 표현한 작품이었다.

           그의 굴하지 않고 때를 기다리는 지혜로움과 과단성은 부패한 정치를 개혁하는데 큰 성과를 거두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정치판이란 아부와 음모가 가득하여 제가 살기 위해서는 상대를 짓밟아야 하는 곳이다.

             왕실 종친으로 태어났지만 목숨부지를 위하여 수모와 박해를 끝끝내 참아내고 봄을 맞은 그의 삶이 흥미롭다. 

          

             일제강점기 현실비판이 부족하다는 점 등으로 부정적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근대 문학의 예술성을 확립한 이로

             무엇보다 그의 작품들은 독자를 빨아들이는 흡인력이 대단히 강하다. 즉 감동적이며 재미있다.

             최초의 순수문예지 '창조'를 창간하여 문학 발전에 이바지 하고, 일본 천왕 불경죄로 감옥살이도 한 그가 

             목숨을 부지하고 문학을 하기 위해서는 순수문학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그의 삶은 가난하고 불행했다. 그 고뇌 속에서 아름다운 작품들이 탄생했으리라.  

 

             학창 시절, 그의 유명한 작품들을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깊은 이해와 재미로 글을 읽는다.

             1995 년 '청하'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10권 전집인데, 좀 허술하게 제본된 감이 있으나 내용에는 별 지장이 없다. 

             2 편 '대수양'도 아주 재미있게 단숨에 읽었다. 부정적 이미지로만 알고 있던 수양의 참 면모를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정성에 정성을 다하노라면 일은 저절로 무르익어 원하는 바를 얻게 되지만, 그 인내심은 얼마나 힘겹던가!

 

             이제 읽다 놓은 책을 마저 읽고 나면, 3 편 '해는 지평선에'를 읽기 시작할거다.

             올 가을은 동인선생님의 글 속의 인물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다.

                    

                                                            

 

 

                         

 

 

                         

 

 

           3 편 '해는 지평선에' 이 작품은 마치 추리소설처럼 전개되는 내용인데, 요즘같은 시대에는

             좀 설득력이 떨어지고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당시 시대를 연상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4 편 '아기네'는 작가가 자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이야기로 건국실화 등 교훈적인 역사를 바탕으로  

             마치 어린시절 어머니의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으로 잠자리를 벗하였다.

 

           5 편 '젊은 그들'은 숙청당한 정계의 자제들을 기르는 활민숙 단원의 이야기로 중심인물들의 특징,

            그 당시 인물들의 심리가 자세히 기술되어 지금과는 많이 다른 것을 느끼며 읽었다.

 

           6 편 '약한자의 슬픔' 외, 젊은 그들 후속편으로 그들의 궁금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당시의 젊은 그들에게

            '나라'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종말을 맞이하는 그들의 비애가 안타깝다.

            '약한자의 슬픔'은 개화기 여성의 혼란한 의식을 나타내었고, 

            '마음이 옅은 자여!'는 나약하고 이기적인 인물을 통해 작가의 심리상태가 반영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7 편 서라벌    '을지문덕'은 저자의 최후 작품으로서 끝을 맺지 못한 작품이다.

             일생의 적이었던 당나라 고조와 태종이 목을 놓아 울면서 영웅 을지문덕의 서거를 조상하였다고 하는

             그 분의 이야기를 웅대하게 펼쳐보려고 시작했던 야심작이었으나...

             오래전 순수했던 우리 민족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으며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 

            '서라벌'은 동방 삼국지라 할 수 있는 고구려 800년간의 전투사와, 백제 700년, 신라 1000년의 외사(外史)를

             체계적으로 각 시대의 영웅과 열사를 붙들어 흥미롭게 삼국의 동태를 소설화하고자 한 것이다.

             역사시간에 토막 토막 접했던 일화들을 좀 더 상세하게 엮어내려간 이야기,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작가는 제나라의 역사의식을 소중히 여긴 애국자라 아니할 수 없다.

 

                         8 편 배따라기 외  '진훤'은 후백제를 세운 역사적 인물이다. 그의 일생과 후백제의 사라짐이 감동적으로 그려져있다.

                                 천명(天命)을 거스릴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는 내용이다.

                                '배따라기'는 얄궂은 운명의 사내가 구성지게 부르던 배따라기가 들리는 듯 한이 깊다.

                                '눈을 겨우 뜰 때'는 철이 들어가는 한 기생의 좌절이 눈물겹다.

                                '유서'는 남녀의 불륜에 접한 주인공이 아끼는 지인을 위해 그들을 벌하는 이야기이다.

                                 그외의 예수 이야기를 다룬 내용도 있어 작가의 다양한 심성을 엿볼 수 있었다.

  

           9 편 감자외  너무도 잘 알려진 '발가락이 닮았다' '붉은 산' 등을 다시 읽으며 인간의 나약함을 극복하기 위해

                             눈물겹도록 애쓰는 주인공이나 또는 비굴하게 굴복하고 마는 주인공, 인간만사 새옹지마의 허탈함과 

                             운명의 다행함을 느끼게 하는, 사실적인 작품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재미와 가슴 찡한 여운을 남긴다.

                             수록된 작품은 다음과 같다.

                            '정희','명문','감자','X씨','딸의 업을 이으려','송동이','배회','신앙으로','결혼식','발가락이 닮았다',

                            '논개의 환생','붉은 산','거지','사진사와 편지','광화사','가두(街頭)','가신 어머니',

                            '대탕지 아주머니','곰네','아편전쟁','반역자'

      

         10 편 광공자 외 '양녕과 정향', '수양', '깨어진 물동이', '촌가의 용', '칠휴의 삼배주', '월산에 따른 지녀', '남의 마누라',

                                '을축 삼백년', '원두표', '술값외상', '동양위의 사위', '신문고', 삼십년의 뚝심', '벌번반년',

                                '순진', '찬물돌의 위엄', '양주의 어옹', '장사의 한', '교상의 국태공', '가인기연'

                                 작품 모두 재미있다. 읽고 나면 가슴에 느끼는 것이 있는 내용들이기에...

                                 인간만사 세옹지마라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