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 백 산 맥 (1-10)
지은이 조정래 출판사 해냄
일부종사하지 못한 박복함을 편안함으로 채우는 긴 밤, 삼월 한 달 내내 열 권의 책을 읽으며 보냈다.
책을 읽다 잠드는 일은 더 할 수 없는 자장가처럼 달콤하다. 어려운 책일때는 더더욱 그렇다.
수탈과 고난으로 점철된 우리 민족의 고달픈 역사를 소설이란 형식을 빌어 고스란히 쏟아놓은 이 책을 읽으며
날이 밝기를 여러번 했다. 나온지 오래된 책을 그 당시는 너무 분주하게 산 탓에 지나쳤다가 한가한 이제야 읽게 되었다.
거친 사투리의 통쾌한 역설, 이어지는 인연들의 약육강식, 민중들의 뼈마디 저린 설움을 이보다
더 잘 드러낸 책도 드물 것이다.
그 시대를 살지 않은 우리들이 미처 헤아릴 새없이 덮어진 우리 민족의 역사성은
시종일관 눈물겹고 가슴 뭉클한 가운데 흥미진진했다.
소설은 재미있어야 많은 사람이 읽는다. 그 재미가 감동으로 이어져 사색하게 한다면
소설로서의 소명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농촌을 배경으로 씌여진 소설을 여러 편 읽었다. 어려서 읽은 유명 작가들의 단편집에서 부터
유현종의 <들불>, 박경리의 <토지>, 최명희의 <혼불>등은 도시에서 나서 자란 내게 또 다른 삶의 간접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아이 낳듯이 작품을 썼을 천부적인 작가에게 존경심과 함께 감사한 마음을 보낸다.
메마른 도시의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이러한 책을 읽으며 한 가닥 위안을 얻고,
또 젊은 청소년들은 민족의 역사를 반추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여러가지 민속의 의미, 예을 들어 아녀자들이 썼던 흰 머리수건의 폭넓은 설명을 읽으면서는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내 어머니 역시 일하실 때 머리에 수건을 썼던 장면이 기억났다.
소화가 벌이는 굿판 장면은 마치 눈앞에서 벌어지는 굿을 보는 듯 생생했다.
또 농촌 자연 풍경 속의 생물들에 대한 섬세한 표현력은 탁월하기 이를데 없었다.
신원면민 500여명을 군인들이 학살하는 장면은 몸을 부르르 떨게 했다.
역사의 무덤 지리산, 빨치산들의 치열한 전투는 눈물없이 읽을 수 없었다.
죽음으로 끝내 자신들의 신념과 의지를 지킨 수많은 목숨들은 이미 사라진 시간을 분노에 떨게하기에 충분했다.
교묘한 명분으로 권력을 탐하는 정치인들로 인해 스러져가야 하는 힘없는 민중들의 끈질긴 생존으로
면면히 이어져온 오늘의 우리 나라에 대해서 여러 가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세계화의 급류 속에 휩싸여 정신차리기 어려운 오늘날, 우리는 조상들이 흘린 피의 의미를 잃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는 이 책을 빌려서 읽게 되었는데, 인터넷 책방에 들어가니 한 질값이 생각보다 저렴하여 소장할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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