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52)
2008. 10. 13 (월) 영남일보
걸을 척 : 아래는 발, 가운데는 종아리, 위는 허벅지 종아리 뒤꿈치 발가락을 모아 놓은 글자를 '止'라 하고, 이를 발이 하나라는 뜻으로 쓰면 '그치다', 또 발이기 때문에 '가다'는 뜻으로도 썼다는 사실은 글자가 처음으로 만들어져 몇 글자 되지 않았을 때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예를 들면 '亂'은 실을 풀어주고 감아대는 과정에서 엉킨 모양을 나타낸 글자이기 때문에 '어지러울 란'이라 쓰이기도 하였고, 엉켜 있기 때문에 풀어 다스려야 한다는 뜻에서 '다스릴 란'이라 쓰기도 했다. 이를 서 있다가 처음으로 발을 내딛는다는 뜻으로 썼다. 왼쪽 발을 조금 내딛는 일을 ' ', 연이어 오른 발을 따라 딛는 일을 ''(걸을 촉), 이 둘을 합쳐 '行'(다닐 행)이라 했다. ' '은 '조금 걷다'(小步)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모든 일이 급하게 진행되면 쉽사리 멈춰지는 것이 당연한 이치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심스럽게 조금 내딛는 발걸음이야말로 먼 천리 길을 갈 수 있는 것이다. 구층이나 높은 누각도 흙 밑바닥에서 시작된다"(千里之行 始於足下 九層樓臺 基於塵土)고 했다. 멀고 가까운 원근고저를 가리지 않고 많이 다님을 일러 '徨'(크게 걸을 황)이라 해 목표를 찾지 못한 채 힘들여 다니는 것을 '방황'(彷徨)이라 한다.
이처럼 아래로 발과 가운데 종아리와 위의 허벅지가 연결된 모양을 나타내 ' '(자축거릴 척)을 만들었고,
사실 처음부터 발을 크게 디디는 일은 흔치 않다. 앉았다가 일어나 발을 디딜 때에는 거의 다 작게내딛기 때문에
속담에 '종일 내리는 소나기는 없다'(驟雨不終朝)고 했다.
노자도 말하기를 "천리 길도 한 걸음 내딛는 발밑에서부터 비롯되고,
이곳저곳 두루 돌아다님을 일러 '彷'(거닐 방),
목표를 두고 찾는 방황은 천만 옳은 방황이지만 아무런 향상을 꾀하지 않은 방황은 무의미한 방황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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