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50)
2008. 10. 6 (월) 영남일보 | ||
足 (다리 족 : 발 위에 허벅지를 붙인 글자)
발을 본뜬 글자로 종아리, 뒤꿈치, 발바닥, 발가락을 다 그려 만든 것이 '止'(빌 지 또는 그칠 지)이다. 발이기 때문에 '가다'라는 뜻으로도 쓰고, 한쪽 발만 그렸기 때문에 '그치다'라는 뜻으로도 썼다. 이렇게 같은 글자를 두 가지 뜻으로 겸하여 쓰다가 뒤에 먼 길을 갈 때에는 대부분 주인(主)을 정하고 간다(行)는 뜻을 담은 '往'(갈 왕)으로 쓰고, '止'는 오늘날 '그치다'는 뜻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止'가 무릎 밑에서 발바닥까지를 본뜬 글자라면, '足'은 발바닥에서 허벅지까지를 나타낸 '다리' 전체를 뜻한다. '잡다'는 다리로 달려가 손으로 붙잡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捉'(붙잡을 착)이라 쓴 것이다. 제 아무리 마른 사람일지라도 궁둥이와 연결된 허벅지는 통통하게 마련이기 때문에 '足'을 '만족하다'는 뜻으로 쓰기도 했다.
예로부터 安分自足(분수에 편안하고 스스로 만족함)이라 해서, 자신의 타고난 처지와 노력의 여하에 따라 만족함을 지니고 살아가야 된다는 인간 각자의 개별적 차별성을 크게 강조했다. 그렇다면 비록 인간 세상에 살지만 도리어 인간 세상을 벗어난 것이므로 (安分身無辱, 知幾心自閑, 雖居人世上, 却是出人間)"(安分吟)이라고 했다. 오늘날 흔히 말하는 심신수련의 가장 큰 요건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타고난 선천적 여건의 제약 속에서 제 스스로 노력 여하에 만족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
'말과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53) 行 (다닐 행) (0) | 2008.10.23 |
---|---|
(52) 걸을 척 (0) | 2008.10.16 |
(50) 步 (걸음 보) (0) | 2008.10.08 |
(49) 正 (바를 정) (0) | 2008.10.03 |
(48) 走 (달릴 주) (0) | 2008.0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