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53)
2008. 10. 20 (월) 영남일보
行 ( 다닐 행 : 좌우 두 발로 번갈아 움직임)
발에서 허벅지까지를 연이어 있는 모양을 (걸을 척)이라 해 넓은 의미로는 '걷는다',
좁은 의미로는 '왼발을 먼저 떼어 걷는다'는 뜻으로 써서 처음 디디는 걸음, 즉 '작은 걸음'이라는 뜻을 지닌다.
또 대부분 사람들이 왼발을 먼저 내디디고 오른발을 내디디기 때문에,
특히 오른발을 내디디는 경우를 ' '(걸을 촉)이라 한다. 그래서 왼발과 오른발 디딤을 합친 '行'(다닐 행)은
두 발을 움직여 '걷다'는 뜻을 나타냈다.
한편으로는 '行'은 원래 상하와 좌우가 교차된 네거리의 모양을 그대로 본뜬 글자라고도 한다.
'衝'(부딪칠 충)이 상하로 가는 것과 좌우로 가는 것이 겹치기 때문에 '부딪치다'로 보아야 한다는 점에서
'行'은 곧 네거리의 모양에서 비롯된 글자라는 풀이도 설득력이 있다.
갑골문 시대에는 이 '行' 속에 각종 짐승 모양을 넣어 각각 그 짐승이 다니는 길을 나타내기도 했다.
'行' 속에 '豕'(돼지 시)를 넣으면 돼지 다니는 길, '鹿'(사슴 록)을 넣으면 사슴 다니는 길 등과 같이
짐승 길을 나타냈던 것이다. 사냥을 주업으로 삼았던 그 시절에는 짐승의 통로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곧 생활과 직결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짐승 길에 관한 여러 표현이 반드시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다 사냥시대가 지나고 농업시대로 접어들게 되자, 짐승이든 사람이든 그 움직이는 물건들이
다니는 모양은 반드시 머리를 앞으로 향하고 다니기 때문에
오늘날의 '道'(길 도)는 이전에는 원래 '行' 속에 '首'를 넣어 이를 길이라 했다.
아무튼 머리를 향하고 다니는 곳이 곧 '길'이요, 누구나 왼발과 오른발을 번갈아 걷는 곳이 바로 '길'이라는 점은
틀림이 없다. 머리를 향하고 갈 곳을 찾아 나서는 것이 옳은 일이요, 길을 걸을 때에는 조심조심 걷는 게 옳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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