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레이튼 (클래식 뮤지션)
에스토니아 필하모닉 체임버 콰이어 (합창단)
아르보 페르트 작곡 아베마리아, 승리 후에, 눙크 딤미티스 '이제는 놓아주시도다'
7개의 마니피카트 화답송
펠릭스 멘델스존 작곡 어찌하여 열방이 분노하며, 주여 나를 인도하소서, 내주여 어찌 나를 버리셨나이까?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거룩하도다 거룩하도다 나의 주,
높으신 곳에 하나님 영광 있으라
'발트해의 순결한 목소리'라는 말처럼 아름답고 청정한 하모니는 숨을 죽이는 몰입을 유도했다.
반주하는 악기 하나 없이 순전히 목소리만으로 마치 아름다운 흑백 예술사진처럼 깊은 느낌은
영혼을 정화시키는 듯 했다. 모든 장식을 배제한 고상하고 순수한 아름다움 자체였다.
작곡자 아르보 페르트의 '하나의 음이라도 온전히, 소리를 낸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하나의 음 또는 침묵의 순간이 나의 영혼을 위로해준다.'는 말처럼...
나는 어머니 품에 안긴 아기처럼 사르르 달콤한 잠으로 빠질 것 같은 평화로운 기도를 느낄 수 있었다.
발트해 연안에 위치한 발트3국의 하나인 에스토니아는 전국민이 참여하는 'song festival (노래축제)'이
열릴 정도로 노래하는 일이 깊이 뿌리내린 나라라고 한다.
700년이 넘도록 외세에 시달린 이 나라가 1991년 드디어 독립을 쟁취한 것도 바로 노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한다. 무장하지 않은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오로지 자유를 갈구하는
노래만을 불러 소련 지배하의 나라를 구한 '노래하는 혁명'은 이 나라 국민들에게 합창이 어떠한 의미인지를
잘 알 수 있게 한다. 작지만 힘있는 이 나라의 세계적인 합창단 공연을 사전 지식을 가지고 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의 직감은 적중하듯 즐거움을 느끼며 행복한 시간을 즐기게 해주었다.
고교시절, 건강상의 이유로 일년밖에 활동하지 못한 짧은 합창단 경험이
아마도 오늘 이런 시간을 즐길 수 있게 해주었는지 모른다.
그때 노래를 부르면서 느꼈던 눈시울 느껴웠던 카타르시스의 경험이 나의 의식 속에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레코드 취입까지 하였는데, 그 레코드를 누군가 빌려가고 돌려주지 않아 잊어버린 것이 아쉽게 기억난다.
이 날은 공연 전 친구와 먹은 저녁식사까지도 순수한 맛으로 우리를 즐겁게 했다.
저녁을 대접해준 친구가 고마운 좋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