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73)
2009. 3. 16 (월) 영남일보
소는 제사를 올리는 희생물 중에서도 가장 큰 것이기 때문에 소를 일컬어 '大牲'(큰 희생물)이라고도 하고, 또 한편으로 소는 곧 사람에 있어서 가장 큰 물건이 되므로 '人'에 '牛'(소 우)를 붙여 사물 중에서도 큰 것을 뜻하는 '件'(물건 건)이라 하였다. '암컷'과 '수컷'으로 구별되게 마련이다. 이때에 '수컷'은 씨를 토해 주는 역할을 하고, '암컷'은 씨를 받아 키워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牛'에 각각 '吐'(토할 토)를 붙여서 '牡'(수컷 모)라 하기도 하고, 또 '牛'에 '化'(될 화)를 붙여서 '牝'(암컷 빈)이라 하였다. 물론 이 때 '吐'와 '化'에서 각각 '口'와 '人'은 생략된 것이다. 땅을 딛고 사는 이 세상 모든 동물은 그 어느 하나도 수컷과 암컷과의 생식을 통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새끼'라는 말도 곧 '암'과 '수' 사이에서 끼었다 나온 것이라는 결과적 의미를 나타낸 것이다. 셋이 만물을 낳았다."(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노자 도덕경 42장)라 하였다. 즉 인종을 달리 하는 많은 사람들이 지구상에서 한결같이 글로벌 사회를 외치며 지구촌 시대라 말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애당초 그 아비와 어미가 만나지못했더라면 오늘날 수십억의 인구가 있을 수 있겠는가? 누구나 그 아비와 그 어미가 용케도 만나 너와 내가 이 땅에 용케도 태어났으니 용케도 태어난 것들끼리 서로 귀하게 여기며 오순도순 살아가야 된다는 것이 또한 '道'이다. 동물은 다름 아닌 '소'다. 빨리 달아날 줄 아는 것은 '말'이지만 중도에 지치게 마련이다. 그러나 천천히 가지만 크게 지칠 줄 모르고 꾸준히 가는 자는 '소'다. 똘똘 뭉친 몸매가 우선 달리기에 알맞지만 급한 성미를 타고난 것이 중도 포기하기 쉬운 소질이라면, 펑퍼짐한 몸매가 느릿느릿 걸어갈 상이나 어쩐지 묵직하게 보이는 기상이 끝까지 갈 상이다. 그래서 '소'를 그려낸 글자 중 맨 위 창처럼 그린 모양은 두 뿔과 머리를 나타낸 것이고, 가로로 그은 획은 펑퍼짐한 몸매를 나타낸 것이며 아래로 쭉 그어댄 획은 꼬리를 본뜬 것이다. 살다보면 말같은 놈도 있고 소같은 놈도 있게 마련이며, 달리는 놈도 있고 걷는 놈도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모자란다고 버릴 수 없고, 잘 간다고 칭찬할 수만은 없는 것, 이것이 바로 귀한 것끼리 살아가는 인생사(人生事)인가 싶다.
모든 물건 중에서 그 물건이 어떤 형태로든 생식을 통해 이루어지는 동물일 경우에
이런 뜻에서 일찍이 노자는 말하기를 "도가 하나를 낳고, 하나가 둘을 낳고, 둘이 셋을 낳고,
애당초 한 아비가 한 어미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 다름아닌 '道'요,
달리는데 천부적 소질을 지닌 짐승은 '말'이지만, 꾹 참고 나가는데 타고난 능력을 지닌
속담에 '하루장을 보다 보면 소도 보고 말도 본다"하였고, "말 가는데 소 못 가랴."(馬行處 牛亦去)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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