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74) 半 (반 반)

나무^^ 2009. 6. 8. 17:04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74)                                                     

                                                                                            2009. 3. 23 (월) 영남일보

 

           半 (반 반 : 소를 반으로 나눈 모양)

 

               소는 큰 물건이다. 워낙 큰 물건이기 때문에 소를 잡았을 때에는 반드시 좌우로 나눠 다뤄야 한다.

                      그래서 '牛'에 좌우로 나누다는 뜻을 지닌 '八'을 붙여 '半'(반 반)이라 하였다.

                      어떤 물건의 중간을 나타내는 '中'(가운데 중)과 반쪽으로 나누다는 뜻을 지닌 '半'과는 상통하는 점이 있다.

                      그러나 '中'은 그저 물건의 가운데라는 말이지만, '半'은 가운데를 나눈 반쪽이라는 말이다.

                      대부분 칼을 써서 나누기 때문에 나누는 행위를 나타내는 말은 '半'에 칼을 나타내는 '刀'(칼 도)를 붙여

                     '判'(가를 판)이라 하였다. 따라서 큰 구슬 속의 흠집을 없애기 위해 그 구슬을 좌우로 가른다는 뜻을 지닌

                     '班'(나눌 반)과 서로 소리도 거의 같고 뜻도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判'은 어떤 큰 것을 좌우로 가른다는 뜻을 지닌 글자지만 이에 비하여

                    '班'은 많은 것을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알맞게 가른다는 뜻을 지닌 글자다. 즉 결정을 향한 나름대로의 판단을

                     뜻할 때에는 '判'을 쓰고, 많은 신입생을 지도하기에 알맞도록 가르는 일로 반을 나누는 경우에는 '班'을 쓴다.

                     한편 '半'에 뒤집어지다는 뜻을 지닌 '反'(뒤집을 반)을 붙이면 배반하다는 뜻을 지닌 '叛'(배반할 반)이 된다.

                     즉 서로 마주보며 웃고 지내던 사이가 어느덧 어느 하나가 뒤집어져 급기야 등진 상태를 이룬 것을 두고

                    '背反'이라 하는데, 이를 한 글자로 쓰면 곧 '叛'(배반할 반)이 된다.

                     서로의 믿음이 깨지고 등지는 사이가 되는 것은 누구나 원치 않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일이 더러 눈에 자주 띠는 까닭은 어디에 있는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뒤집어 지는 것이 먼저일 턱이 없다. 말할 필요조차 없이 반으로 나누는 일이 공평치 못하면

                     참다 참다 못 참는 나머지 끝내 뒤집어질 수밖에 없을 뿐이며, 이미 뒤집어졌기 때문에 등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 '背反'이 지니는 순서일 뿐이다.

                     모처럼 양나라 혜왕을 찾은 맹자를 보고 그 왕은 깜짝 반기며 "노인장께서 이처럼 몇 천리를 멀다

                     여기지 않으시고 찾아 주시니 장차 나라에 어떤 이익을 주고자 하십니까"라고 하였다.

                     그러자 맹자는 "어찌 반드시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또한 어짊과 의로움이 있어야 할 따름이지요

                     (何必曰利 亦有仁義而已矣)"라고 대꾸하였다. 여기에서 왕이 말하는 이익은 점점 인구가 다른 나라로

                     흘러 나가는 상황을 어떻게 막아볼 도리가 있겠느냐는 말이었다.
                     그러나 왕의 기대와는 달리 맹자의 처방은 '어짊과 의로움'(仁義)이 있을 따름이라는 것이었다.

                     언뜻 듣고 보면 지엄한 왕 앞에서 쏘아붙이는 태도로 심히 왕의 비위를 거스르는 말이라 여길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맹자가 말한 '어짊'이란 온 백성을 공평하게 포용할 줄 아는 너른 집을 말하고,

                    '의로움'이란 누구나 쉽사리 뒤집거나 등질 수 없는 반듯한 큰 길을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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