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여!
나무
그대 번번히 갈아입는 새옷 같은 열정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찬란하게 빛났었다
멀고 먼 길 돌고 돌아 이른 자리는
낡고 부서진 어선, 기름띠 얼룩진 해변
무리지은 바닷새의 배설물 희끗한 신작로
아들의 손을 놓고 꺼억거리며 죽은 곳이다
눈물이 솟을 만큼 휘황한 해는 세상을 물들이고
모든 존재의 남루한 상념까지 화려하게 치장한다
순결한 돛을 팽팽히 당기고 뒤돌아보지 않고 떠났던 시간이여!
그가 서있는 발치에 내리는 어둠 별이 반짝인다
쏟아지는 별을 가슴 가득 안고 몸살하며 빛나던
욕설을 내밷으며 두고 온 추억들이 눈물되는 밤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던
푸쉬긴의 위안이 농담처럼 그를 조롱하는 삶이었다
세계 최고의 안락한 도시에서 이어지는 불편한 일상을
속옷처럼 꾸역꾸역 밀어넣고 세상 끝까지 달리고 싶었다
떠나야하는 건 아내가 아니라 그였다
모두 버리고 새처럼 가볍게 고향으로 날아가고 싶은
바다에 잠기는 황홀한 해처럼 스려지고 싶은 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