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오빠
나무
생전 늙지 않을 것처럼 기세등등하던 오빠였는데
이십여년 지난 세월 얼굴이 주름지고 등이 굽었다
그래도 금식기도 하는 열성은 동생들도 천국으로 데려 가고 싶다
확고부동한 신념 쓸데없는 집착이 수명 재촉하는 줄 모르나 보다
작은오빠 월남전 갔을 때 그는 추운 겨울 내내 새벽기도를 나갔다.
얼음 박인 귀는 무사히 귀환한 동생을 얼싸 안으며 그제야 녹았다.
도리라고는 모르는 아내 윽박지르며 여동생을 집에 데려다놓고
취직도 시집도 제손으로 보내려던 그와 떨어져 산 긴 세월
나는 웬 못된 놈이 되어 큰오빠 앞에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그가 돌보지 않았어도 동생들은 제몫을 하며 살았다
그의 하나님이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셨는지도 모른다
그가 몰라라하는 아버지를 동생들은 묵묵히 보살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는 큰오빠이고 올캐는 그의 아내라는 사실이다.
내가 꽃편지에 넣은 눈물어린 정성은 내리사랑이 아니었다
큰자식 잃은 그와 남편 잃은 내가 동병상련하는 아픔이었다
영영 가슴에 묻고 가야하는 우리들 기막힌 허망한 사랑이었다
은혜갚음이라며 기뻐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나를 쓸쓸하게 한다.
다정한 말 한 마디 대신 수화기 건네며 들리는 '철들었어' 목소리는
또 나를 쓸쓸하게 한다 아, 돈이란 얼마나 편리하고 고마운 물질인가
이제 또 언제볼지 모르는 그들과 손쉬운 작별인사를 한다
옛일을 어느 하나 잊을 수 없다
슬픈 내 어머니를 잊을 수 없는 것 처럼
그래도 그를 보면 마음이 일렁이며 사랑이 기억난다
함께 산 혈육이란 그렇게 원초적 그리움인 모양이다
그래도 나는 그들이 잘 살고 있는 그 곳에는 가지 않는다
난데없이 걸려온 잘 도착했다는 그들의 전화는
수십년 세월 침묵을 문지르며 나를 쓸쓸하게 한다.
하나님 백성은 부처님의 자비심을 모르나보다.
철없는 동생들도 아는 자비를 그들은 모르나보다.
생명 지닌 가엾은 존재 모두를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