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문 作 민음사
'제 16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이 작품은 이제 서른이 되는 나의 방황과 슬픔,
그리고 살아가야 하는 앞날의 각오를 마치 자서전처럼 쏟아놓은 작품이였다.
일정한 서술 형식이 없이 마구 써내려간 글은 소설처럼, 때론 일기처럼 제멋대로이지만
진실함이 가득 담긴, 오늘날 지식층 청년의 혼이 서린 작품으로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80년 이후 우리 사회의 해체현상을 <부권에의 도전과 거부- 편모슬하에서의 방황- 가정 자체의 거부>로
이해할 때, 이 소설은 80년대 젊음의 성격과 방황을 대상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그 의식은 90년대적이다.
즉 이 소설은 80년대라는 과거를 기록한 것이라기보다는 90년대라는 현재의 새로운 세대적 성격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러므로 어머니가 자살하고 가정이 완전히 해체된 시점에서 20대를 시작하는
<나>는 새로운 세대의 상징적 모습일 수 있다.'고 평론가 이남호씨는 해설한다.
20대에 삶과 죽음에 대해서 회의와 방황을 해보지 않은 젊음이 있겠는가!
우리는 그 아픈 시절을 겪으며 어른이 되는 무거운 책임과 함께 성숙이라는 변화를 받아들인다.
경제적 압박이 없는 세대에게는 개인주의 의식이 발달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그런 자유로운 의식은
수많은 체험들을 가능하게 하고 기성세대의 질서를 구축하던 성의 통제에서도 벗어나게 한다.
주인공이 추구했던 변혁이념도 결국 자신의 실존가치를 찾기위한 수단에 불과했기에
그는 그곳에서도 진정한 가치를 찾지 못하고 출가를 하기에 이르나 그 또한 뿌리 내릴 수 없었다.
결국 그는 부정의 대상이었던 현실에 정착하기 위하여 문학을 통해 자신을 실현하고자 한다.
이 책에는 수많은 작가와 다양한 음악이 불쑥 불쑥 튀어나오며 글을 뒷받침한다.
산만한 가벼움이 없지 않으나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공감하며 흥미를 느끼게 하는 내용들이다.
아마도 삶에 대해서, 죽음에 대해서, 또 사랑하는 인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본 이라면
이 책이 쏟아내는 열정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거듭된 반복...... 시간이 흐르면 몸 속에는 시간의 노폐물이 쌓인다.' (221쪽)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렇게 쌓이는 노폐물에 질식해 죽지 않기 위해 여러가지로 무단히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을 지탱하게 해주는 정신의 노폐물이 쌓이는 것에는 무감각한 채 살아간다.
세대에 따라 그 치열함의 형태나 성질은 다르나 우리는 자신의 실존가치에 대해서, 그 진정성에 대해서
끊임없는 의식의 변화와 함께 의식의 확장으로 나아가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작가의 열정어린 삶의 의식이 앞으로 더 많은 발전과 함께 좋은 작품들을 써내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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