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 얼마 안되는 한 아파트에 사는 지인이 재미있게 읽었다며 보라고 건네준 이 책은 영화화 되어
TV에서 선전하는 것을 보았었다. 표지에 소개된 작가의 작은 사진은 배우보다 훨씬 더 사랑스럽고 예뻤다.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자전적 에세이 형태의 글은 세부분으로 나뉘어 108개의 소제목으로 엮어져 있다.
만족할 수 없는 평범한 일상에서 뛰쳐나와 일년간의 여행을 통해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이탈리아에서 맛있는 음식들을 실컷 먹으며 쾌락을 통하여 상처입은 자아를 위로하는 이야기와,
인도의 아쉬람에 머물면서 영적 체험을 하며 자신의 영혼을 정화시겨가는 노력, 그리고
인도네시아 발리섬 우붓에서 만나는 사람들, 그녀는 만족감을 느끼며 정신적 안정에 이른다.
어려운 말이라고는 없는 글들이지만 그녀가 추구하고 찾아가는 여정은 대단한 용기와 어려움을 수반한다.
그리고 그 모두를 받아들이는 그녀의 열린 마음은 인생에서 거듭되는 시행착오를 기꺼이 수정하며
자신을 다듬어 아름답게 성숙시켜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현실에 만족하지 못할 때가 많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저 참고 견디며 변화를 기다린다.
그러나 작가인 주인공은 스스로 나서서 자신이 원하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점이 다르다.
다행히 그녀에게는 책임져야하는 자식이 없음으로, 자신이 내린 선택으로 인하여 상처받은 남편에게만
사죄를 하면 되었다.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 그로 인해 겪는 예상치 못한 댓가들 치루며 받는 상처는
그녀를 더욱 더 자기성찰에 이르게 했고 그녀가 추구하는 자유, 삶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 깊은 사유를 하게 한다.
이탈리아 편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녀가 새겨들은 단어 'Attraversiamo (아트라베르시아모 : 건너가자)'이다.
길을 건너가듯이 우리는 어떠한 어려운 일도 결국은 건너가야 한다. 이 단어의 함축된 의미는 퍽 희망적이다.
인도편에서는 신을 받아들이고 느끼기 위해서 비파사나 명상 등 많은 노력을 하지만 결국 자신의 한계와 정체성을
인정하며 마음에서 내려놓음과 동시에 신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며 행복함을 느낀다.
나역시 지금도 신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하며 살지만 결국은 진리를 찾고자 하는 그 열망까지도
놓아버려야 한다는 것을 인식한다.
발리여행에서 그녀가 만난 주술사 '끄뜻'과 치료사 '와얀'의 이야기도 무척 재미있다.
물론 그녀의 솔직하고 유모러스한 문장력이 재미있게 이야기를 끌고가기 때문일 것이다.
끄뜻이 그녀에게 지어주는 발리어로 '라고 프라노다 (행복한 몸)', 그리고 발리에서 가장 훌륭한 인간을 뜻하는
'Alus (알루스 : 예쁜, 또는 세련된 인간)' 이 두 단어는 우리가 살면서 누구나 추구하는 아름다움이다.
따라서 그곳의 아이들은 빛나는 얼굴, 함박웃음으로 모든 고난과 불편함을 받아들이라고 교육받는다.
지나치게 외형적 아름다움에만 치중해서 되는 일이 결코 아닌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만난 좋은 남자와 사랑하는 삶을 살아가게 된 그녀에게 축하를 보내지만,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으니 그녀의 성숙을 향한 삶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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