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皿 (그릇 명)

나무^^ 2011. 2. 23. 13:05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10. 8. 23 (월) 영남일보

                    皿 (그릇 명 : 음식을 담는 그릇의 모양)

 

 

    그릇은 많은 종류가 있다. 우선 제사 제물을 담아 바치는 그릇은 '豆(제사그릇 두)'와 ' (제사 그릇 변)'이다.

    접시나 대야 같이 펑퍼짐하거나 넓적하면서도 굽이 있는 그릇은 '皿(그릇 명)'이다. 본디 의료기구, 미용기구 등 

    모든 도구를 일컫는 말이었으나 요즘은 음식을 담는 그릇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器(그릇 기)'도 있다.

    제사 차림에 오르
는 그릇 ' 豆'의 숫자로 제사의 규모를 말했고, 살아있는 사람들이 음식을 나눠 먹는 밥상의 규모는

   '器皿'의 숫자로 손님 접대의 정도나 잔치의 규모를 가늠했다. 

    그릇은 음식을 담는 도구이고, 집은 집안 식구들을 담는 그릇이며, 옷은 몸을 담는 그릇이다.

    온 세상 만물을 담는 것은 하늘과 땅이다. 하늘은 만물을 덮는 뚜껑이고, 땅은 만물을 모조리 담아내고 있는 그릇인 셈이다.

    사람의 몸만 두고 볼지라도 뼈와 살로 된 몸 자체는 '身(몸 신)'으로 하나의 그릇이며, 그 몸속에 깃들어 있는 '心(마음 심)'은

    몸의 주인공이자 내용물이다.
    내용을 담아내고 있는 그릇이 튼튼
해야 그 속에 깃든 내용도 튼튼한 것이라 하여 "건전한 신체에 건전한 마음이 깃든다"고 했다.

    이런 의미에서 좋고 나쁜 그릇을 구분할 때 태아가 태중에 머무는 기간을 두고 나누었다. 만 아홉 달을 기준으로 아홉달 이상

    머문 과숙아(過熟兒)는 좋은 그릇이요, 만 아홉 달보다 적게 머문 미숙아(未熟兒)는 단명할 수밖에 없는 좋지 못한 그릇이라

    여겼다. 마음을 담고 있는 그릇은 몸이요, 몸속에 담긴 것은 마음이듯, 만물은 겉과 속이 만나 만들어졌다.

    그래서 외형에 속지 말고 내용을 잘 들여다 보라는 뜻에서 '目(눈 목)' 위에 '手(손 수)'를 얹어 속을 자세히 들여다 보라고

    일렀다. 

    속담에 "열 길 물 속은 알 수 있어도 한 자 미만의 사람 속을 알 수는 없다"고 했다. 겉은 알기 쉬우나 속을 알기는 어렵다.

    따라서 내 마음과 네 마음을 하나로 묶어 뜻을 같이 하자는 결의는 손에 손을 잡고 흔드는 것으로 그친다.

    서로 뜻을 더욱 굳게 합쳐 큰 일이 성취될 때까지 변함없기를 맹세하는 경우는 서로의 피를 한 그릇에 담고 이를 나눠 마시며

    해와 달처럼 변함없을 것을 다졌기 때문에, 그릇에 담긴 피를 나타내는 '血(피 혈)' 위에 '日'과 '月'을 위로 붙여

   '盟(맹세할 맹)'이라 썼다.

    오천년 역사상 민족의 은인이라 추앙받아 마땅한 충무공 이순신장군은 왜적을 무찌르려고 분연히 일어난 군사들과 피를 

    나누어 마셨다. "바다에 맹세하니 어룡도 감동하고, 산에 다짐하니 초목까지도 다 알리라(誓海魚龍動 盟山草木知)"고 했다.

    아! 그 때의 그 그릇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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