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靑 (푸를 청)

나무^^ 2011. 3. 20. 14:44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10. 9. 13 (월) 영남일보

                     靑 (푸를 청 : 맑은 것들이 겹쳐져 있는 색)  

 

 

                붉은 수은에 열을 가하면 파란 불빛으로 변하고, 푸른 잎들의 끊임없는 작용으로 인하여 붉은 꽃이 핀다는 

                사실은 예사롭게 지나칠 일은 아니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나무에서 꽃이 피는 까닭도 바로 이같은 맥락에서

                이뤄지는 일이라 여겼다.

                즉 북도 아니고 남도 아닌 동에서 꽃이 피는 까닭은 꽃 자체의 방위가 남이며,

                모든 식물이 다시 태어나는 재생의 원리는 곧 '꽃'이 피고 지는 것을 기준 삼아, 다시 꽃이 떨어지고

                그 떨어진 자리에 열매가 맺어져야 비로소 새롭게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여지가 확인될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붉은 색을 뜻하는 '丹(붉을 단)'은 본디 푸른색을 뜻하는 '靑(푸를 청)'의 한 종류라 하여,

               '나무는 뿌리를 땅속의 지하수에 두고 서 있으나 기어코 꽃을 피어 결국 다시 나무로 태어난다(木生火)'는 원리를

                문자학자 공광거(孔廣居)는 자신있게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푸른색은 어찌 푸른 것인가?

                그지없이 맑은 가을의 하늘색이 푸르고, 하늘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바다물의 색도 푸르러

                일단 흰 이슬이 쏟아지기 시작하는 백로(白露)의 절기에 이르면 '물빛은 하늘과 이어져 푸르다(水光接天)'고

                중국의 문호 소동파는 읊었다.

                땅속 깊이 스며든 지하수를 끊임없이 땅위로 끌어 올리
는 것은 바로 나무들이다.

                그런데 그 나무들은 색도 없고 소리도 없는 맑은 물을 밤낮으로 쉬지도 않고 땅위로 끌어 올린다.

                그리고 아무런 색도 없이 맑은 것이 겹치고 겹치다 보면 파랗게 보인다. 
                소리도 없고 색깔도 없고 일정한 모양도 없는 맑은 공기가 잔뜩 겹쳐 끝없이 높은 것이 바로 '하늘'이요,

                미처 헤일 수 없이 많은 물이 담겨진 '바다'이지만, 이 하늘과 바다는 분명 파랗게 보일 따름이다.

 

                한편, 나무에 조각조각 매달린 잎들은 푸른색과는 달리 초록색을 띠고 있으니 그 까닭은 또 무엇인가?
                뿌리가 뽑아온 푸른 물이 쨍쨍 내려 쬐이는 햇볕으로 인해 노랗게 되어 버린 흙색과 합쳐져 초록의 아름다움
으로

                변화된 것이다. 하늘 밑 땅위에 자리하고 있는 모든 물건들은 다 햇볕에 조금씩은 변색되어 그 어떤 것이나

                누런색이 섞여져 있는 것이다.

                아무튼 기본
적으로 일정한 모양도 지을 수 없고, 본디 색깔도 없는 것은 맑은 것이며, 그 맑은 것들이

                두텁게 겹쳐져 있으면 그 색은 푸른 것이라, 맑다는 뜻도 '(물 수)'에 '靑'을 붙여 '淸(맑을 청)'이라 하였던 것이다.

                솟아있는 산도 맑고, 흐르는 물도 맑고, 그 맑은 산과 물을 온통 덮고 있는 하늘도 맑다면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또한 맑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런 맑음은 푸르름의 바탕이

                붉음에 있듯이 가슴속 깊이 간직된 '한 조각 붉은 마음(一片丹心)'의 발로이다. 
                그래서 나라사랑을 향한 붉은 마음이 불타 오른 나머지 푸르름으로 맑아질 때에 우리나라, 우리사회는

                고운 단청으로 물들어 자연아름다움에 걸맞은 참다운 금수강산이 되리라 믿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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