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亼 (모일 집)

나무^^ 2011. 3. 27. 14:23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10. 10. 4 (월) 영남일보

                 집 (모일 집 : 밑바탕과 좌우가 어울려 모여진 모양 )

 

 

        하나에 또 하나가 만나면 이는 '만남'이 되고, 이 만남에 다시 또 하나가 어우러지면 이는 '모임'이 된다.

        그래서 모임을 나타내는 글을 '세 가지의 결합(三合)'으로 그려내 '(모일 집)'이라 했다. 따라서 '많다'는 뜻도

        둘 이상의 만남으로 나타낸 것이 아니라 셋으로 쓰게 된 것이다.

        아무리 많은 벌레
들이 집단을 이루고 있다 할지라도 '蟲(벌레 충)'이라 하고,

        금강산이 일만이천봉으로 이루어져 있을지라도 어디까지나 산은 산인지라 그 많은 봉우리 중에 셋만을 들어

        '山(뫼 산)'이라 하였다. 자연물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사람이 하나일 경우에는 '人'이라 하나 둘을 앞뒤로 놓으면 뒤진 사람은 반드시 앞선 사람을 따라가야 한다는 뜻에서

        '從(따를 종)'이라 하며, 수많은 사람들이 한 군데 모여 뜻 모아 피를 바치는 일을 한다 할때에도 '血(피 혈)' 밑에

         세 사람을 겹쳐 '衆(무리 중)'이라 했다.

         셋을 도형
의 기본꼴로 여기듯 '셋의 결합'을 두고 '모인다'는 뜻을 나타낸 것은 당연한 발상이다.

         이때에 밑의 '一'은 좌우를 아우르는 바탕이며, 그 바탕 위에 그려진 두 획들은 좌우를 나타낸 것으로

         이를 종합해 보면 결국 모인다는 뜻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소리값 또한 '집'이라 했다.

         그러하니 오늘날 우리가 흔히 쓰는 '집'이라는 말도 알고 보면, 날 저물면 모든 가족들이 모여 휴식을 취하는

         '집'도 여기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즉 사람들은 날이 밝으면 각각 일터로 나아가 흩어졌다가 날이 저물면

         다시 집으로 모여 든다.

         나아가 새들도 날이 밝으면 일단 먹이를 찾아 공중을 날다가 쉬려 할때는 반드시 나무 위에 모여 조잘거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木(나무 목)' 위에 새 떼를 오라 붙여 '모인다'는 뜻으로 썼다가 그냥 '(새 추)' 한 글자만 올라 붙여

         '集(모일 집)'이라 쓰게 된 것이다. 

         쓸 만한 물건들은 집안에 두고 버리지 않지만, 별 쓸모없는 물건들은 손써서 집밖으로 내버리기 때문에

        '舍(집 사)'에 '(손 수)'를 붙여 '捨(버릴 사)'라 했고, 다시 쓸 만한 것은 집안으로 들여 잘 합쳐 놓는다는 뜻으로

        '拾(주울 습)'이라 했다. 그렇다면 삶을 살아가는 동안 버릴 것은 무엇이며, 주울 것은 무엇인가?

         지나친 욕심은 언제나 망설이지 말고 버려야 하며, 행여나 격한 감정의 충동으로 인하여 제 가슴속을 벗어나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진 마음은 한사코 불러 모아야 한다.

         욕심의 성을 벗어난 석가세존의 '出家'는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 동안 화기애애한 집안의 분위기를 깨트리는

         철없는 소녀의 '家出'은 전혀 몹쓸 일이다. 본심은 항상 가슴속을 벗어나지 않고 맑게 자리잡고 있어야 변화하는 사물을

         제대로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쓸모없다고 버린 뒤의 아쉬움이나, 버리지 않고 쌓아 두었다가 더 이상 거두어 들일 수 없는

         일은 딱한 일이다.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릴 줄 알고, 거둬들일 것을 꼼꼼히 거둘 줄 아는 슬기가 필요한 것이다.

         산은 모든 생명들을 감싸는데, 차가운 산에는 그들이 살 수 없다.

         그래서 '寒山'은 버린다. 그러나 '拾得'은 거둬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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