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倉 (창고 창)

나무^^ 2011. 4. 2. 10:47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10. 10. 11 (월) 영남일보

                     倉 (창고 창 : 지붕과 창문, 그리고 저장된 물건)

 

 

             살림을 살다보면 반드시 의식주 공간이 있어야 하며, 그 중 양식은 입는 옷이나 사는 집과는 달리 매일 끼니마다

             필요하기 때문에 식량을 갈무리 해두는 곡간이 있어야 한다. 또 생활에 필요한 도구를 저장하는 공간도 있어야 한다.

             따라서 아무리 어려운 살림이라 할지라도 주로 먹을 양식인 쌀을 비롯한 곡식을 저장해 두는 공간은 마련했으며,

             공간의 크기는 바로 그 집 살림의 규모와 비례된다. 특히 대가족 사회에 있어서는 이른바 식량을 저장하는 곡간이

             커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곡간의 크기에 따라 살림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으며, 그 집안 식구의 다소를 엿볼 수 있다.

             식구는 많고 미처 곡식을 다 갈무리 할 곡간이 부족할 때는 지붕과 담장 사이에 다시 지붕을 둘러치고 회랑을 만들어

             보리와 같은 곡식을 저장하기도 했다.

 

             이런 경우 주로 주식인 쌀을 저장해 두는 별도의 곡간을 일컬어 '倉(곡간 창)'이라 했다.

             따라서 倉은 튼튼한 지붕()에 바람이 통하는 창구(戶)가 있어야 하고, 그 속에 곡식을 비롯한 물건(口)들을

             들여놓은 공간이라는 뜻을 나타낸 글자다. 

             쌀보다는 저장성이 강한 보리 등을 갈무리함에 있어서는 더러 본채의 지붕과 담장 사이에 지붕을 얹어 만든 공간을

             활용하기도 하였기 때문에 이를 '(곳집 름)'이라 했다. 따라서 ''은 지붕 위에 지붕을 덧씌워 집채를 삥 둘러(回)

             여기에 곡식(禾)을 갈무리해 주는 공간이라는 뜻을 나타낸 글자다.

             이런 뜻에서 '倉'은 주로 곡식을 갈무리하는 저장공간을 가리킨다.

             따라서 "백성은 먹이를 하늘로 여긴다(民, 以食爲天)"(설문)라거나 속담에 "백성들은 등 따습고 배부르면 

             아무 모자람이 없다"는 말은 역시 정치란 경제가 잘 잡혀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조정이 지나치게 말끔하기만 하면, 백성들의 밭은 지나치게 잡초만 무성하고,

             백성들의 곡간은 지나치게 빌 뿐이다(朝甚除, 田甚蕪, 倉甚虛)"('도덕경' 53장)라는 노자의 말씀은

             몇 천 년이 지난 오늘에 있어서도 귀 기울여야 할 말이다.

             역사, 문화, 예술 모두 필요하지만 삶의 바탕은 오직 경제일 뿐이다. 창고 속에 금은보화가 꽉 차 있은들

             무엇이 소용될 수 있을 것인가. 반만년 역사의 흐름 속에 이미 쌓여진 우리의 금은보화가 없을 수 없다.

             이미 창고 속에 가득한 우리의 보배들을 활용해 민족중흥의 새 역사를 가꾸어가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게으름 피우지 말고  

             이미 갖추어진 것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다시 재고정리의 길을 활짝 열어야 한다.

             그래야 새롭게 나갈 우리의 길이 훤히 열린다.

             흔히 "옛 것을 익혀야 새로운 것을 알 수 있다(溫故知新)"라는 공자의 말씀을 금과옥조(金科玉條)라 찬탄한다.

             하지만 막상 실천하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넓은 바탕에서만 날카로운 뿔이 끊임없이 돋는 법이라,

             큰 바탕(大)에서 날카로움(小)이 나와야 이것이 곧 '尖'(뾰족할 첨)이 된다.

             마찬가지로 묵은 창고(倉)를 과감히 열어야(八)만이 새로운 아니디어, 즉 창의성(創意性)이 발휘될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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