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11. 5. 2 (월) 영남일보
하루는 낮과 밤을 말하며 그 중에 '낮’이란 해가 동쪽에서 떠올라 서쪽으로 기울기 직전까지를 말한다.
그래서 해가 동쪽 지평선이나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모양을 그대로 본떠 '旦’(아침 단)이라 하고,
솟아오른 해가 마치 붓이 반듯하게 서 있듯이 머리 위에 떠 있는 동안을 '晝’(낮 주)라 했다.
떠 있던 해가 만물을 비추다가 마치 어미의 다리 밑에서 자식이 흘러나오 듯 서쪽으로 돌아 빠질 만한 때를
'晩’(늦을 만)이라 하고, 씨앗이 묻힌 땅 밑으로 빠져 들어 땅속에 든 해가 마지막으로 서녘 하늘을 곱게 물들이는
때를 '昏’(저물 혼)이라 했다.
그러니 실질적으로 하루를 셈하는 기본은 곧 '해’다.
'달’은 밤을 가늠하는 기본이라면 해는 '낮’을 가늠하는 기본일 뿐 아니라 나아가 밤낮을 아울러
하루를 가늠하는 기본이기 때문에 둥근 해의 모양 자체를 '날’이라 말한다. 그래서 날과 날이 끊임없이 이어져
하루하루가 이어져 가고, 이어져 오는 것이기 때문에 '오늘’이란 해가 있는 날을 두고 말하기로 '今日’이라 하고,
문득 지나간 날을 '乍’(문득 사)를 붙여 '昨日’이라 했다.
오늘에 뜬 저 해가 '旦’ '晝’ '晩’ '昏’을 거쳐 밤이 지나면 반드시 다시 뜬다는 것은 어길 수 없는 이치이므로
'오늘’ 다음으로 오는 날은 곧 '來日’이며, 다시 내일의 해가 지고 나면 다시 또 해가 떠오르는 일 역시 틀림 없으므로,
저물었다 다시 돌아오는 날을 '暮’(저물 모)에 '來’(올 래)를 붙여 '모레’라고 말한 것이다.
한번 활에서 벗어난 살을 감히 잡을 자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꼭 간다고만 볼 수 있는가.
때는 그 때 있다고도 볼 수 있고, 달리 살피면 오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해의 정체는 무엇인가. “해는 실다운 것이다. 태양의 정으로 이지러짐이 없다.
둥근 해의 모양에 '一’을 붙여 해의 모양을 본뜬 것이다(日 實也 太陽之精不虧 從口一 象形)"라고 풀이했는데,
이를 좀 더 자세히 나눠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해는 달과는 달리 이지러지는 일 없이 그 모양이 언제나 한결같다는 뜻에서 '실답다’(實)라 풀었고
'實’과 '日’은 소리 값이 같아 '일’이라 읽는다. 해에 대한 뜻과 더불어 소리까지 겸해 풀이한 것이다.
둘째, 해를 다시 '太陽의 精’이라 말한 것은 달이 '太陰의 精’이듯 純陽純陰(순양순음)을 제외한 만물 중에
가장 양기와 음기가 강하게 뭉친 두 천체라는 뜻이다.
별들은 만물의 정령이 뭉친 것인데 그 중 양기 덩어리가 '해’요, '음기 덩어리’가 '달’이라는 말이다.
셋째, '從口一’(종구일)이란 원래 둥근 해의 중심에 자리한 흑점을 '一’로 간략하게 나타낸 것이며,
갑골이나 죽간 내지 목간에 새기다 보니 본디 둥근 모양이 네모로 바뀐 것이며,
'一’ 역시도 원래에는 '乙’(새 을)로 까마귀(흑점의 모양)를 말한 것이다.
첫째는 '소리’, 둘째는 '뜻’, 셋째는 '모양’을 들어 푼 것이다.
해를 두고 설명한 이 기본적인 설명이 한자에 있어 삼대요소인 '形音義’(형음의)를 들어 고루 설명한
모범적인 풀이가 된다. 왜냐하면 이는 한 사람에 있어서 모양과 이름 그리고 성질과 거의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