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凶 (흉할 흉)

나무^^ 2011. 9. 28. 19:14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11. 9. 26 (월) 영남일보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凶(흉할 흉): 함정 속에 빠져 버린 모양        凶 (흉할 흉 : 함정 속에 빠져버린 모양) 

 

 

               인간이나 동물은 모두 다 같이 길을 따라 걸어간다. 그래서 길을 뜻하는 글자는 아주 다양하다.

               특히 사냥시대에 있어서의 길은 ‘行(다닐 행)’속에 동물의 이름을 넣으면 바로 그 동물이 다니는 길을 뜻하였다. 
               예를 들면 ‘行’ 속에 ‘虎’를 넣으면 호랑이가 다니는 길, ‘牛’를 넣으면 소가 다니는 길, ‘豕’를 넣으면 돼지가 다니는 길,

              ‘鹿’을 넣으면 사슴이 다니는 길 등으로 짐승에 따라 각기 다른 길이 있음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짐승을 잡으려면 그 길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사냥시대가 끝나고 농경시대로 접어들자 일일이 짐승들이 다니는 길을 자세히 나누어 살필 필요가 없게 되면서,

               인간이나 짐승이나 모두 다 다니는 길은 곧 머리를 향하고 간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行’속에 ‘首(머리 수)’를 넣어

               길을 뜻하기도 하고, 그 뒤 ‘(쉬엄쉬엄갈 착)’에 ‘首’를 붙여 ‘道(길 도)’라 하였다.

               그러나 반드시 다니는 길만 길이 아니다. 다니는 길이란 본디 반듯하거나 버젓하게 나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장자의 말처럼 “다니다 보면 나는 것이 곧 길(行之而成曰道)”이기 때문에 굳이 두 발을 딛고 다니는 길만이 길이 아니라 

               인간이 실제로 살아가는 과정도 또한 길이다. 그래서 실제로 행하는 길이 길이며, 실제로 밟아 나가는 길이 곧 길이라

              ‘道’라는 말은 ‘實行(실제로 행함)’이니 ‘實踐(실지로 밟아감)’이니 하는 말의 궤적을 뜻하는 말로 많이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인간이 실제로 행해야 할 길이 곧 ‘人道’인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삶을 영위함에 있어서 모든 행동거지에 따라 할 도는 어떻게 얻어낼 수 있는 것인가.

               그 어떤 방면이든 간에 그 방면에 하나에서부터 열까지를 두루 아는 이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 가장 옳은 방법일 것이다.

               예를 들면 몸이 아프면 나보다는 몸을 고치는 전문 의사의 가르침을 받아야 할 것이고,

               어떤 기계가 고장 나면 그 기계에 정통한 기술자의 가르침에 따라 그 기계를 고칠 일이다.

               따라서 하나에서 열까지를 정통으로 아는 이를 일러 ‘士’(선비 사: 일과 십을 합한 글자)라 하고

              ‘士’의 가르침을 ‘口’라 하여 이를 합쳐 ‘吉(길할 길)’이라 하였다.

               길을 찾으려 들면 반드시 그 방면에 정통한 자에게 길을 물어야 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지 않고 잘 아는 이를 젖히고 제 마음에로 움직이다 보면 버젓한 길을 놓고 함정에 빠지는 수가 있을 것인데,

               이런 점을 강조하여 길 아닌 길을 가다가 빠진다는 뜻을 지닌 글자가 곧 ‘凶(흉할 흉)’이다.

               즉 동양의 최고 경전이라 여기는 ‘주역’은 곧 ‘누구에게나 길흉을 가늠해 주고, 흉을 피하고 길을 얻도록 해주는

               삶의 지침서’인데 이때에 길흉을 한마디로 ‘얻은 즉 길하고, 잃은 즉 흉하다(得則吉, 失則凶)’ (주역본의)라고 하였다.

               그러니 인간이 인간답게 걸어야 할 길을 얻어 나간 것은 길하나, 그렇지 않고 인간이 걸어서는 안 될 길을 얻다가

               함정에 빠져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것은 흉하다는 말이다.
               더불어 살아갈 넓은 집을 버리고 반듯한 길을 걷지 않는 까닭은 자신만 아는 이기심 때문이다.

               그것은 제 스스로 함정을 찾아 드는 흉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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