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韭 (부추 구)

나무^^ 2011. 10. 3. 12:01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11. 10. 3 (월) 영남일보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부추 구):가느다란 줄기가 끈질기게 뻗는 모양          韭 (부추 구 : 가느다란 줄기가 끈질기게 뻗는 모양)

 

 

                사람들이 한 번 심어두고 오래 베어 먹을 수 있는 채소류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부추’이다.

                이 부추의 모양을 그대로 본 뜬 글자가 곧(부추 구)’이며 이것의 본디 꼴은 ‘(부추 구)’이다.

                즉 “채소의 한 종류로서 오랫동안 끈질기게 살아가는 것을 일컬어 ‘구’라 한다(菜名, 一種而久生者也. 故謂之)”

               (설문해자;단옥재의 풀이)라고 하여 글자를 이루는 원리 중 ‘상형’에 속하는 글자라 하였고,

                또 소리 자체도 생명력이 끈질기다는 뜻에서 ‘久’(오랠 구)의 소리 값을 지녔다고 하였다.

                한편 왕균(王筠)이라는 이는 "는 줄기를 이루는 잎이 길어 밭두둑까지 꽉 차 어지러운 것이 마치 화살 통에

                화살들이 가지런한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글자의 가운데는 그것이 곧게 자라 오른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고,

                양 옆으로 그려낸 여섯 획은 역시 가지가 갈라진 것을 나타낸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우북하게 많이 자란 모양을

                나타낸 것이다(則莖葉長, 紛滿畦, 如箭斯齊, 故字之中兩直正其狀也. 旁出之六筆, 亦非岐枝也, 象其多耳)”(석례)

                라고 풀었다.

 

                또 나아가 산에서 자생하여 살아가는 ‘(산마늘)은 ‘山(산총;산마늘)’이라고도 하여 ‘부추’와 비슷한 모양과 성질을

                지니고 있는 일종의 약에 속하는 식물인데 워낙 그 모양이 가늘게 자라나기 때문에 ‘가늘다’ 또는 ‘작다’라는 뜻도 있다.

                그래서 순서를 가리거나 길흉을 점치는 가느다란 대나무 점대를 일러 ‘籤(제비 첨)’이라고 한다.

                그리고 전쟁에서 한 편이 다른 한 편을 남김없이 다 무찔러 죽인다는 말을 ‘殲滅(섬멸)’이라 하는데,

                이때 ‘殲(다 죽일 섬)’이라 하여 하나도 남김없이 거의 다 죽인다는 뜻이다.

                참으로 묘한 일이다. 천천히 더디 자라는 박달나무는 결국 단단하기 그지없고,

                무럭무럭 서슴없이 커나가는 호박은 아무래도 물러 터질 수밖에 없으며,

                가느다랗게 끊임없이 자라는 ‘부추’나 ‘산마늘’은 생명력이 끈질긴 나머지 몸에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런 뜻에서 부추를 두고 일명 ‘정구지’라고도 하고, 또는 ‘솔’이라고도 하는데 그 참다운 뜻은

               ‘精’을 굳혀 주는 식물이라는 뜻으로 ‘정굳이’가 곧 ‘정구지’이며, 천년 늙은 소나무처럼 그 생명력이

                끈질기다는 뜻에서 ‘솔’이라고도 일컫는 것이다.

                가는 실로 베를 짜서 옷을 지어 입으므로 ‘纖(가는실 섬)’은 본디 그 뜻이 ‘가느다란 실’이라는 뜻이며,

               ‘維’는 마치 ‘새’를 실로 나를 수 없도록 얽어매다는 뜻으로 ‘얽어매다’는 뜻이기 때문에

               ‘纖維(섬유)’라는 말은 가는 실로써 서로 얽어매어 베를 짜는 그 원재료라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만물 가운데 가장 귀하다는 우리의 몸은 가는 실로 얽어 만든 옷에 감추고,

                그 옷을 입고 밤낮으로 출입하는 몸이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곳은 다름 아닌 ‘집’이다.

                집이란 본디 식구들이 오순도순 모여 사는 곳이기 때문에 ‘集(모일 집)’에서 나온 말이다.

                그렇다면 귀중한 큰 몸집을 가느다란 실로 엮은 옷으로 가리고, 옷을 입은 귀중한 것들이 저물면 집으로 모여든다.

                그런즉 작은 것들이 모이면 큰 것이 될 수밖에 없고, 큰 것이 흩어지면 작은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크고 작은 것이 뭉치고 헤어지는 일이 반복되게 하려면 반드시 가늘고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처럼

               ‘精’을 흩어서는 안 된다. ‘精’에서 ‘情’이 나오고 ‘情’의 축적이 곧 ‘熱情(열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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