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읽고

에세이 '너는 어느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김훈 作)

나무^^ 2011. 12. 3. 18:37

 

                                                  

 

 

    발행되는 책들은 넘쳐나고 책읽는 이는 줄어들고, 그래서인지 좋은 책들이 반액처분되는 경우가 많다.

         길을 지나다 기웃거려 보니 이 책이 눈에 띄어 작가에게 좀 미안한 마음을 품으며 사보았다.

 

         자전거를 타고 산간지방을 여행하는 작가의 건강함에 끌려 처음 그의 책 '칼의 노래'를 사서 읽었다.

         그리고 마음에 들어 다시 이 책을 사서 전철을 타고 오가는 중 짬짬히 읽으며 재미있었다.

         에세이는 그때 그때 작가의 심중을 그대로 들어내기에 소설과는 또 다른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글들은 담백하나 의지가 굳으며 자유로우나 절도가 있음을 느끼게 한다.  

         곤고로운 삶을 비켜가지 않고 온 몸으로 부딪히며 이겨내는, 그러나 징징거리지 않는 당당함을 느낄 수 있다.

         독자는 다만 글로써 작가를 느끼기에 그의 글을 좋아할 수 있을 뿐이다.

              

         편가르기를 하며 나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는데 인색한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

         어리석음으로 편협한 자신의 '동굴'을 의식하지 못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 어느 편도 아닌 사람들이 설자리는 비좁다.

         그러나 진정한 삶은 내면의 자유로움을 지닐 수 있어야 하며, 그 권리를 지키는 기쁨을 누려야 하는 일이다.

         설사 육체는 의식주에 매여 고단하게 살아갈지라도...

         이런 점에서 나는 이 작가의 글들이 마음에 든다.

 

         작가는 '말하기의 어려움'에서 이렇게 회상한다.

 

        '젊은 날에는 말이 많았다. 말과 그 말이 가리키는 대상이 구별되지 않았고 말과 삶을 분간하지 못했다.

         말하기의 어려움과 말하기의 위태로움과 말하기의 허망함을 알지 못했다...

 

         욕망과 이득에 바탕한 말들은 사실을 지운다. 그 말들은 거대한 명분을 뒤집어 쓰고 뻔뻔스러워진다.

         말은 무기로 변한다. 무기로 변한 말은 적에게 허상을 부여하고 그 허상을 친다.

         그때 적의 언어도 똑같은 전략에 따라 무장된다. 그렇게 해서 전면전을 치르는 말들의 신기루가

         당대 현실 위에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아무 것도 소통되지 않는다...     

         젊은날의 말을 되돌아보는 두려움이 98년의 저물녁에 되살아 난다...'

 

         글을 쓰는 작가에게 건강과 축복이 함께 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