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無渡河 공무도하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 공경도하 임은 그예 물을 건너고 말았네
墮河而死 타하이사 험한 물에 휩싸인 그대 찾을 길 없으니
當奈公何 당내공하 영영 가신 임을 어이할꼬
(중국 동한의 채옹이 편찬한 <금조>, 진의 최표가 편찬한 <고금주>, 조선 후기
한치윤이 편찬한 <해동역사>에서 금(琴)과 공후(箜篌)를 타면서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이윤택은 분단의 우리 현실 가운데서 고대 백수광부(白首狂夫) 부부의 설화를
동시대적인 의미로 부각시키고자 했다... -서연호 교수 글에서-)
주말에 국립 국악원 예악당 (11월 21~30일)에서 '공무도화가'를 보았다.
연극 연출가 '이 윤택'씨가 소설가 '김하기'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국악인 '안숙선'씨등과 힘을 합쳐 만든
이 음악극은 장르의 벽을 넘어선 성공적인 작품이다. 국악창작극의 미래를 보는 듯 흐믓했다.
판소리를 현실적 언어로 극의 중심에 놓고, 정가와 서도소리, 경기민요, 구음, 범패 등 다양한 전통소리를
음악극 코러스와 아리아로 구성해 배치하였다. 말하자면 우리나라식 오페라를 보는 느낌이다.
무대 연출도 현대적인 느낌과 국악의 느낌을 조화롭게 섞어 조명의 힘을 더한 세련미를 보였다.
내용은 세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새로 이사 간 아파트의 동, 호수를 잃어버린 샐러리맨이 이천년 전 자신의 전생을 찾아가는 이야기,
영화사로부터 기자가 쓴 다큐멘터리 '연변일기'를 신판 '나뭇꾼과 선녀'로 각색하라는 제의를 받고
북한의 소리하는 여자 '순나'를 만나 운명적 사랑을 하며 두만강을 넘어가는 남쪽 작가의 도강기(渡江記),
그리고 밤마다 전생과 후생을 넘나드는 늙은 몽유병자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백수광부 부부는 극중 인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방황인 것을 암시한다.
김 작가가 순나의 아들을 데리고 순나를 찾으러 갔다가 붙잡혀서 남쪽으로 이송되며 3년 6개월 형을 받는다.
이 강을 건너는 수난의 과정은 통일의 문제로 확대되며 오늘 우리들이 잊고 사는 절박한 문제를 건드린다.
통일을 간절히 바라던 부모님 세대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고, 물질적 풍요 속에서 나라가 처한 현실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의식을 일깨우려는 듯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가 들려온다. 그 순간 관객 모두가 함께
부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허밍으로 가만히 따라 부르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 정말 우리나라는 언제나 통일이 되려나? 이 무슨 어리석은 시대적 착오인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공무도화가는 중국의 노래라고 보는 입장도 있지만 그 노래에 대한 기록이 16세기말부터 18세기에 이르기까지
여러 문헌에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 노래로 보는 것이 지배적이라고 한다.
(차천로(車天輅)의〈오산설림초고 五山說林草藁〉,이형상(李衡祥)의〈지령록 芝嶺錄〉,
박지원(朴趾源)의〈열하일기 熱河日記〉, 이덕무(李德懋)의 〈청장관전서 靑莊館全書〉, 유득공(柳得恭)의
〈이십일도회고시 二十一都懷古詩〉, 한치윤(韓致奫)의〈해동역사 海東繹史> 등)
설화의 내용은 조선진졸(朝鮮津卒) 곽리자고(霍里子高)가 강가에서 배를 닦고 있는데, 머리를 늘어뜨리고
호리병을 찬 백수광부 하나가 강을 건너려 했다. 그 아내가 좇아갔으나 광부는 빠져 죽고 말았다.
그러자 한탄하던 그 아내는 공후(箜篌)를 타며 노래를 부른 뒤 자신도 빠져 죽었다.
곽리자고가 아내 여옥(麗玉)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자 여옥은 공후를 타며 그 노래를 불러 세상에 전했다고 한다.
참으로 마음 아픈 설화를 오늘을 살아가는 여러 가지로 마음 아픈 우리들의 현실과 잘 버물린 음악극이었다.
국악연주단의 연주도 흥쾌하고 아름다웠으며 안 숙선씨의 구성진 창을 비롯하여 순나역의 방수미씨 소리도 좋았다.
극 밖에서 안숙선씨와 나란히 앉아 창으로 나레이션을 하던 젊은이, 그들의 그림도 소리처럼 아름다웠다.
작가역을 한 배우의 연기도 노래도 그만하면 훌륭하였다. 아는 이들에게 권해도 좋을 작품이었다.
'좋은 공연을 보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페라 '일 트리티코" (푸치니 作) (0) | 2015.05.17 |
---|---|
오페라 '벤베누토 첼리니' 실황영화 (0) | 2015.03.16 |
태양의 서커스 : 알레그리아 (0) | 2014.09.28 |
태양의 서커스 : Ama Luna (아마루나) (0) | 2014.09.26 |
[스크랩] 마스네 / 오페라 `타이스` (0) | 2012.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