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TV에서 '싱어즈 이장희' 편을 보면서 수많은 추억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젊은 날 좋아했던, 알려진 곡 이외에 많은 곡들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발표된 그의 곡인 것을 알게 되었다.
대마초 사건으로 더 이상 활동할 수 없게 되었지만 많은 지인들이 그에게 곡 의뢰를 했기 때문에 다른 이름으로 발표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불꺼진 창', '한 잔의 추억', '그건 너' 등 그의 곡 대부분이 금지곡이 되었지만(그 이유인즉 어찌나 모두 유치한 억지인지...), 사람들은 여전히 그가 작곡한 노래들을 애창하였다. 아마도 7080 세대라면 최인호 소설 '별들의 고향'에 나오는 노래들을 누구나 한 번쯤 불러보았을 것이다. 사랑의 세레나데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각종 모임 뒤풀이에서, 노래방에서 불리던 노래들, 젊은이들의 답답한 속을 위안해주던 노래들이었다.
지방에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밤마다 튄폴리오, 팝송 등의 음반을 들으며 쓸쓸함을 달랬었다.
번역한 외국노래들이 아닌 우리말 작사 작곡의 노래들이 진솔하고 강하게 마음에 와 닿았다.
송창식, 김민기, 정태춘 등의 노래들도 좋아하고 많이 들었다.
한 친구가 한여름 해변가에서 땀방울을 흘리며 열창을 하여 처음 들었던 노래 '그건 너'는 기타를 치며 노래부르던 그의 모습을 멋지게 변신시키기까지 했다.
이장희님이 작곡한 노래들마다 히트를 치면서 그는 유감없이 대중 음악의 천재성을 발휘하였다.
그러나 음악활동을 할 수 없었던 그는 미국으로 가서 여러사업을 하며 살다 지금은 우리나라 을릉도에 살고 있다.
자연을 가장 사랑한 그가 아름다운 고국의 섬에 정착해서 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를 따르는 지인들과 후배들이 그를 찾아 그곳에 모이면 후덕하게 대접을 하는 것 같았다.
인생의 노년기를 여유롭고 멋지게 즐기는 삶이다.
좋아하는 노래, '안녕'이라는 곡이 김태화 작곡인 줄 알았는데, 이장희작곡이였다.
이별의 절절한 아픔을 아름답게 승화시킨 명곡이라고 생각한다.
콧수염을 기르고 오토바이를 타던, 약간은 반항적 느낌을 풍기던 젊은 날의 그가 이제는 수도승처럼 편안한 얼굴로 우리앞에 나와서 담담히 지나간 날들을 이야기하였다. 삶의 경험을 숱하게 치르고 난, 성숙한 한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며 '나는 누구인가', '내 나이 육십하고 하나일때' 등 사색이 깊은 곡들을 들려주었다.
젊은 날 사랑하는 이와 을릉도에 갔을 때 나리분지에 가득 퍼지던 약초향기...
떠나던 날, 뱃시간에 맞추느라 숨가쁘게 내려오던 산길...
다시 한번 그곳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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