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읽고

부모와 다른 아이들 1.2 (앤드루 솔로몬 作)

나무^^ 2020. 5. 2. 17:37

 

부모와 다른 아이들. 1(양장본 HardCover)

      

부모와 다른 아이들. 2(양장본 HardCover)

 

지은이  앤드루 솔로몬

옮긴이  고기탁

펴낸이  열린책들

 

나는 오랜 기간 초등학교에 근무하면서 많은 어린이들과 학부모를 만났었다.

여러 어린이들이 기억에 남지만, 가장 잊을 수 없는 한 어린이가 있었다.

오래 된 지금도 그의 이름이 또렷이 기억난다. 산후 우울증을 앓았다던 엄마 또한...

L과 함께 했던 일 년, 나는 완전 소진하여 다음 해에 명예퇴직을 신청하였다. 

물론 다른 힘든 상황들이 겹치기도 했지만 L의 영향이 컸었다.

나로서는 학부모가 알려주지 않아 정확한 병명도 모른 채 L의 담임이 되었다. 늘 엄마가 학교를 서성거려 소문은 들었지만, 어느 정도인지는 잘 알지 못했다. L을 맡게 되자마자 전담임에게 물었지만 '겪어보면 알아.' 그 한 마디 뿐이었다.  

정년 퇴직을 앞두고 있었던 전담임은 한참 어린 후배에게 전혀 친절을, 아니 마땅히 동료로서 알려주어야 할 사항들을 침묵해버렸다. 마치 혼자 당하는 건 억울하기라도 한 듯...

L과 함께 한 일년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만큼, 소설을 써도 될 만큼 엄청난 고된 경험이었다. 

이 이야기를 하는 건, L이 바로 이 책에 나오는 '자폐증' 환자였기 때문이다.

마침 야간 대학원에서 교육 심리학 공부를 할 때여서 특수아동 교과를 수강하였을 때 L을 사례연구하였다.

그 힘든 시간을 버티고 견딘 보답인지 그 학기에, 태어나서 난생 처음 장학금을 다 받기도 했다. 

 

부족하지만 교육자로서의 본분을 다하려고 고군분투했던 경험은 이 책을 읽으며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제목부터가 부모라면 누구나 궁금해질 '부모와 다른 아이들'이다.

세상에서 제일 뜻대로 안 되는 것이 자식교육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역시 자식교육이 맘 먹은대로 되지 않았다.

나의 큰오빠 역시 큰아들을 위해 좀 더 나은 세상으로 캐나다 이민까지 갔으나 애를 먹이던 큰 아들을 잃어버려야 했다. 상처받은 그들을 위안한 건 관심두지 못했던 둘째아들의 효성스러움이었다. 똑같은 부모와 환경에서 자란 두 아들이 그리도 많이 달랐다.

이 책에 나오는 좀 다른 상황속에 처한 자녀들과 그들을 돌보는 부모의 이야기들를 읽으면서 눈물이 났다.

그리고 부족한 나 자신과 마찬가지로 부족한 나의 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해졌다.

이 두꺼운 분량의 1,2부 책은 12개의 종목으로 나뉘어 전개되고 있다.

 

<1부>

1장 아들에서는 동성애자인 필자의 성정체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필자가 인용한 '라인홀드 니부어'의 <평온을 위한 기도문>이 인상적이다.

'하느님,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평온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는 용기를. 더불어 그 차이를 구별하는 지혜를 주옵소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 두 가지에 따른 상황들을 해결하지 못해 애쓸 때가 너무나 많다.

수많은 부모들은 더이상 내몰릴 곳이 없을 지경이 되어서야 어리석음을 깨닫고 후회를 하곤 한다.

그러나 퇴행성 골반질환을 갖고 태어난 '빌 새넌'의 도전과 결과는 모든 정상인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필자 역시 사회적 편견을 이기고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혜로운 부모는 아들을 지지하고 후원했다. '내가 동성애자인 까닭에 부모님은 내게, 만약 내가 당신들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면 주지 않았을 상처를 주었다. 내게 상처를 주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동성애자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부모님의 본질적으로 좋은 의도는 성인이 되기까지 나의 정체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장 청각장애에서 여러 사례를 들어 그들의 정체성과 아울러 농문화의 중요성과 그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청각장애인으로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는 '스펜서'는 말한다. '청각 장애 아동을 두려움에 떨게 놔두지 않으려면 그 부모가 먼저 두려워 하지 않는 법을 알아야 해요, 우리 부모님은 내가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위해 노력했어요.'

그녀의 부모님은 딸을 위해 수화를 배웠고, 그런 과정을 통해 그녀 또한 말하는 법을 배우려고 부단히 노력하였다.

부모들이 어린 농아 자녀에게 시술하는 '인공와우이식'수술은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사실 청각장애는 다른 수많은 장애에 비하면 그리 큰 일도 아닌 것이었다. 그들이 이룬 농문화는 그들의 정체성을 입증한다. 청각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이 그들을 이해하고 포용하면 되는 일이다. 이제는 TV 뉴스 등에서 수화로 이야기를 해준다.

 

3장 소인증을 읽으며 마음이 많이 아팠다. 학창시절 읽었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생각났다.

보통사람보다 작은 나는 그 소설책을 읽으며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지금도 그때의 느낌이 잊혀지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내 작은 키는 열등감으로 작용하여 더 열심히 노력하곤 했었다.

소인자녀를 둔 엄마는 자신이 상상했던 모습과는 영판 다른 자녀의 모습에 당황하며 슬퍼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자식을 사랑하는 강한 마음은 장애가 있는 자식을 정상인 못지 않게 키워내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것은 '난장이 던지기'게임을 하는 사악한 정상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소인증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다고 하는데,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그러한 게임에 참가한다.

법으로 금지 되어 있든 말든 술 취한 모지리들이, 이렇게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저지른다고 한다.   

태어날 때부터 결정지어져버린,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신체적 결점으로 약자가 된 그들에게 인터넷의 발달은 그나마 서로 교류를 하며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소인이여도 성공적인 행복한 삶을 산 이도 물론 있었다.

필자가 만난 이들 중 16살의 테일러는 태어날 때는 정상이어서, 유년시절 사지연장술을 받은 후 척추문제와 흉곽의 폐압박, 고관절문제를 안고 총 40주 동안, 즉 16년 중 거의 일년을 깁스를 해야 했다. 장애를 지닌 그가 정상인과 어울려 살아가야하는 삶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4장 다운증후군. 내가 처음 다운증후군 어린이를 보았을 때, 다른 아이를 며칠전에 본 그 어린이인 줄 알고 의아해했던 적이 있었다. 이 책에 나오는 다운증후군 최초로 유명인이 된 제이슨의 훌륭한 부모는 열정어린 애정으로 그를 정상인 못지 않은 삶으로 이끌었다. 아들을 데리고 다니며 강연을 하고, TV에 출연시켰으며 많은 다운증후군 아이들의 부모에게 희망의 메세지를 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묘한 차이,즉 뉘앙스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필자는 말한다.

심지어 제이슨은 '이 다운증후군 역할이 정말 지겨워 죽겠어요. 이 역할은 도대체 언제 끝나요?' 라고 물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그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덜 이상화된 자아관>을 가졌으며, <반복적으로 실패를 경험함으로써 불안과, 궁국적으로는 우울증이나 그 밖의 다른 문제 행동들과 관련이 있는 학습된 무력감을 느낀다.>' 고 한다

그러나 이런 상태는 정상인들 중에서도 무수히 나타나는 증상이 아닌가?  그들은 상냥하고 친밀감이 높은 경향이 있다. 어린 다후증후군 소년 소녀의 애착관계를 다루었던 다큐를 인상깊게 본 적이 있었다.  

이 장애를 지닌 사람들의 순수한 인간미를 다룬 감동적인 영화들이 국내외 많이 있다.

 

5장 자폐증. '미국 자폐증 협회는 150만명 정도의 미국인이 자폐범주에 해당됭 거라고 추산한다. 질병 통계센터CDC는 21세 미만 자폐인구가 56만명에 달한다고 말한다...'라는 글에서도 알 수 있지만. 우리 주위에서 누구나 한 두 번쯤 볼 수 있다. 나만 해도 학교에서 겪었고, 내가 살던 아파트에서도 외모가 준수했던 한 청년이 자페증상을 보였다. 그와 함께 에레베이터를 타면 인사를 나누고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그들의 증세는 몹시 심해서 혼자 나다닐 수 없는 경우에서부터 이 청년처럼 외출이 가능한 정도까지 다양했다. 

책에서 소개된 한 부모는 말한다.'불치라는 단어는 무척 파괴적으로 들려요, 하지만 자폐증이 영속성을 갖는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어요. 이 보석을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본다고 해서 엄청난 난관에 직면한 사람들의 곤경을 하찮게 본다는 뜻은 아니예요. 나는 전체적인 그림을 보려는 거에요. 그 그림의 아름다운 부분까지 포함해서요. 자폐증은 이를테면 꿈을 꾸는 능력처럼 우리 인간성의 일부예요. 신은 모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자폐증은 우리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예요, 다시 말해서 인간의 조건 중 한 부분이죠. 경우에 따라서는 어떤 몸 상태일 수도 있고요.'

자폐증의 탁월한 능력을 주제로 한 영화들이 많이 있다. 아예 독특한 재능을 타고난 이도 있고, 부모에 의해 개발되는 이도 있다. 심지어 부모가 괴로움을 참다 못해 자식을 살해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가족 모두의 삶까지 절망에 처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선량한 부모들은 위탁시설에 맡기지 못하고 스스로 형벌을 치루듯 자녀의 불행을 함께 겪는다.

 

6장 정신분열증.

'정신병을 유발하는 메카니즘 중 하나는 신경전달물질, 특히 도파민의 불균형이다. 정신분열증 환자의 뇌에서는 전두피질과 해마의 부피 감소와 선조체(대뇌 기조핵의 신경회로 중 하나)의 조절장애가 나타난다. 어쩌면 유전적 특징들이 주위환경과 뒤섞여서 생화학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이 변화가 뇌구조에 퇴행현상을 유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연구들은 유전자 취약성이 기생충에 의해 발현될 수도 있다고 암시한다.... 복제 개수 변이는 부모가, 특히 아버지가 노년에 낳은 자녀에게서 훨씬 빈번하게 발생한다. 또 다른 메커니즘으로 자연 발생적인 유전자변이가 있다. 대부분의 다운증후군을 유발하는 것과 동일한 현상이다. 최근 들어서는 정신분열증이나 자폐증, 조울증 등에서 어떤 자연발생적인 유전자 결함(복제 개수의 변화일 수 있고 단일 유전자 변이일수도 있는)이 발견된다는 제기되고 있다...'

실험에 의하면, 대다수 질병들이 지속적으로 발현되는 유전자의 스위치를 내리면 해당 증상이 사라지는데 반해 정신분열증은 스위치를 내려도 증상이 저절로 작동을 한다고 한다.

한 환자는 본인이 그토록 저주했던 '클로자핀'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면서 안정된 생활을 할 수는 있었지만 간기능 저하로 인해 결국 사망하기에 이르고, 의료진은 부검결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 아들이 최근에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은 한 어머니는 주유소에서 일하는 10대 소년을 보면서 말한다.

'2년 전이었다면 나는 그 소년이 정말 불쌍하고, 목적없는 삶을 살면서 인생을 낭비한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하지만 이제는 "아, 우리 아들이 저 소년처럼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해요.'  이러한 여러 사례들을 읽으면서 나 역시 아들에 대해 불만족스럽던 것들을 오롯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꾸어야 함을 인식했다.

아무런 이유없이, 어떤 보상도 없는 채 끝없는 고통에 직면해 있는 이들 부모들의 깊은 절망을 이해할 수 있었다.

 

7장 장애. 첫머리에 나오는 시의 말미는 가슴을 저미는 듯 하다.

 

<기차여행> (일레인 파울러 팔렌시아 作)

'누군가는 그의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말한다.

산에 가면

그래서 우리는 아침 기차를 탄다.

오후의 불꽃 속에서

밝고, 온통 하얗게 칠해진 도시에 도착하기를 바라면서.

그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내게 있으니:

.....................

"내 아들 어디 있어요?"

한 젊은 여성이 대답한다.

사람들이 기차에서 내려주었어요.

기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빠르게.

객차의 모래가 무릎까지 차올랐다.

밖에는, 사막이 지평선까지 펼쳐진다.

끝없이 펼쳐진 사구의 어딘가에서

내 아들이 혼자서 기어간다.

신발도 없이.

우리는 일상에서 매일 아침

이 기차를 탄다.

그리고 우리가 각각 갈라지는 지점까지 동행한다.

  

자녀가 중복장애,  중도장애, 또는 중도 중복장애, 이같은 일들을 겪는 부모들 대부분은  아이의 성취보다 존재 자체에서 아름다움이나 희망을 발견한다. 바람직한 부모의 역할이 소용없게 된 자녀들에게 '그들의 관여에는 어쩔 수 없는 순수함이 존재한다.' 고 말한다. 미국에서만 해마다 대략 2만여 명이 중도중복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의학의 발달로 그들의 생존기간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그건 돌봄을 필요로 하는 시간 또한 늘어남을 의미한다. 

부모는 그들의 기대와 자녀가 처한 현실 사이의 불일치에 대해 대처하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장애를 지닌 아이를 키우는 부모 뿐만 아니라 비장애 아동의 부모에게서도 왕왕 고통스러운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서서히 적응해가거나 실패하며 좌절하거나 한다.

한 부모는 아이에게 바랐던 수많은 목표를 모두 버리고 이렇게 말한다.

'이듬해에 우리는 세 가지 목표를 세웠어요. 우리는 지금도 리엄이 걷고, 말하고, 먹을 수 있기를 희망해요.'

그들의 아들 리엄은 4년에 걸쳐 20 차례의 수술을 받았으며, 인공 안구를 끼고  휠체어에 앉아있는,  7살 어린이다.

우리는 흔히 어떤 어린이나 걷고, 말하고,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만한 일에는 만족하거나 행복해 하지 않는 누를 범한다.  그들 부부는 절망하지 않고 다시 건강한 두 자녀를 낳았으며 그들 모두와 가족이 되어 살아간다.

놀랍게도 그들 부모들은 그들이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장애를 지닌 자녀를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모든 부모가 자식에게 오직 한 가지만 바랄 수 있다면, 하버드 대학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식이 행복하길 바라는 것이며 자신의 자녀는 대부분의 시간을 행복하게 지내고 있고, 따라서 부모인 자신은 이미 소원을 이룬 셈이라고 말했다. 장애아는 부모를 이렇게 정신적 성숙함에 이르게도 하는 것이다.

점점 육체적으로 성장해 가는 자녀를 늙어가는 자신이 돌보기 위해서 성장 억제와 자궁절제술을 시킨 선의의 부모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인권 운동가들의 논란은 정교한 도덕적 고등 계산법이 필요하다고 필자는 말한다, 장애아동을 돌보아야하는 부모로서는 그것이 자녀를 위한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2부>

8장 신동

신동은 운동이나 수학, 체스, 음악등의 분야에서 가장 빈번하게 나타난다고 하는데 이 글에서는 주로 음악적 신동들에 관하여 예를 들었다. 필자는 그들 부모들의 자녀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실제로 즐길 수 있는 삶을 준비시키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는다. 오직 솔로 활동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부모는 부와 명예에 대한 탐욕으로 자녀를 희생시키려고 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희망이 곧 어린 자녀의 희망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즉 자신의 희망과 야망,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의 자녀가 아닌 자녀의 능력에 투자함으로 명성을 향해 전력질주하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존재하는 삶의 경계선에 대한 비극적인 몰이해를 보여줄 뿐이었다. 절대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부모의 권력만큼 절대적인 권력은 없다. 그런 부모를 둔 자녀는 이미 부모의 강박적인 관심에 종속되어있음에도 자신이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괴로워 한다. 그들의 비애는  엄격한 연습에서 기인한다기보다 자신의 불가시성에서, 즉 부모가 자신을 봐주지 않는데서 기인한다. 성취는 앞으로 기대되는 승리를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포기하도록 요구하며, 이같은 사실은 자녀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자극이다. 하고 싶은대로 내버려두면 그들은 열살 이전에 절대로 세계적인 수준의 연주가가 될 수 없다...'고 필자는 말한다.

 

한 평론가는 TV에 출연한 6세 전문 피아니스트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행위는 상대적으로 괜찮고, 심지어 고무적이라고 생각하면서 난쟁이를 빤히 쳐다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회의를 품는다.

세계적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의 경우는 직업 음악가 되는 것을 반대했던 아버지가 '그 아이가 지금의 레너드 번스타인이 될 줄 어떻게 알았겠습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에 반해 중국인 피아니스트인 랑랑의 경우는 학교에서 늦게 돌아온 아들에게 자초지종을 묻지도 않고 '약을 먹고 죽어버리라'고 몰아세울 만큼 아들을 혹독하게 대하였다. 화가 난 랑랑은 아버지가 사정하며 빌 때까지 몇달간 피아노를 치지 않았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고 성인이 된 이 세계적 연주자는 아버지의 훌륭하신 양육덕분에 지금의 상황을 만족한다고 말했다.

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손의 관찰 통계에 의하면 '20세 이하를 기준으로 베를린 음악원에서 최고 수준에 오른 바이올린 연주자들은 10년 동안, 그다음으로 높은 성취를 보인 집단보다 대략 2,500시간이 더 많은 평균 1만 시간을 연습했다. 기능은 그리고 어쩌면 신경계는 훈련을 통해 발전한다.' 재능을 기준으로 사람들의 순위를 매기고 다시 연습시간을 기준으로 그들의 순위를 매긴 최근 조사에 의하면, 연습시간이 재능보다 더 중요했다고 필자는 말한다.

한 컬럼니스트는 '무엇보다 중요한 특성은 신비에 싸인 약간의 천재성이 아니다. 계획적이고, 힘들고, 지루한 연습을 정례적인 일과로 발전시키는 능력이다. 우리는 행동을 통해 우리 자신을 가꾼다.' 라고 주장한 글을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다.  

신동 자녀를 키우면서 자신의 삶에 있어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한 부모의 경우, 자녀의 성공적인 삶을 보면서 위안을 얻기도 한다. 때로는 과도한 압박으로 부모에게서 벗어나 탈선하는 안타까운 자녀도 있었다.

'그의 상상력은 나의 상상력을 바꿔놓기 일쑤였다.' 라는 한 문장은 비범한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가 보여줄 수 있는 훌륭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부모는 그처럼 자신의 상상력을 대체함으로써 자녀의 상상력 발달에 도움을 준다. 신동자녀를 둔 부모로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그 같은 현명한 태도는 큰 대가를 요구하는 일이지만, 신동 자녀의 총명함을 등불삼아서 자신의 길을 재설정할 수 있는 부모는 장차 자녀가 세상을 새롭게 바꿔나가는 방식에서 엄청난 위안을 얻게 될 것이다.'

부모인 나는 자녀를 키우고 돌보는 일, 그 자체로 축복이고 선물이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신동의 자녀이든 장애를 지닌 자녀이든 나로 인해 생성된 그 소중한 생명을 책임지고 가꾸어 나가는 여정이 곧 삶이기 때문이다.   

 

9장 강간

자녀를 보면 생각날 수 밖에 없는 충격적인 사건, 그럼에도 그 아이를 사랑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타인에게 거부되는 자신의 일부를 딱히축복할 이유가 없음으로 이 집단은 정체성으로 발전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몇 안 되는 설립단체들이 내건 모토 중에 '강간피해자는 희생자다...그들의 자녀는 잊힌 희생자다.'라는 말은 그들의 고립을 대변한다. 또한 페미니즘은 강간으로 잉태된 자녀의 양육경험을 '당당한 희생자'로 바꾸어 놓았다.

불미스러운 일을 당한 당사자도, 자녀도 그들의 죄는 아니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강간에 의한 임신이 매년 2만5천에서 3만2천 건 정도 발생하고, 1996년 자료에 의하면 이 중 절반이 낙태를 선택했고, 나머지 절반 가운데 3분의 2가 아이를 낳아 길렀다. 매년 적어도 8,000명에 달하는 미국여성이 강간에 의해 임신한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한 그들 선택의 결정이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에 따른 좋지 않은 결과는 사회적 비난을 감수해야만 한다.  

한 여인은 강간당한 딸의 손녀들을 돌보면서, 강간범들은 짐작할 수도 없는 혈육에의 사랑을 확인하며 감사하기도 한다. 반면에 데이트 상대자에게 강간을 당해 낳은 아이를 넘겨주고, 자신의 인간성이 말살된, 참담함을 죽음으로 끝내는 여성도 있었다. 페미니스트들은 강간의 의한 임신을 낙태하기를 권유하는 것은 '제2의 강간'이라고 말한다. 

즉 아이를 지울 수는 있지만 낙태의 공포와 경험을 지울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들을 치료하는 한 정신의학자에 의하면 '우리는 생명유지에 꼭 필요한 본능을 잃어버렸거나 심지어 죽음을 동경하는 환자들과 자주 마주친다. 특히 자살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말했다.사실 그 일로 인해 죽음까지 생각할 필요따위는 결코 없지만, 충격과 상처를 받은 어린 여성들은 그러한 좌절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아버지에게 강간 당하는 자식의 경우 심한 정신질환 등 휴유증을 앓는다. 수많은 여성들이 정상적인 결혼생활 속에서도 유산이나 낙태를 경험하면 심한 좌절감을 겪거나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또 전쟁이나 내란으로 인해 벌어지는 수많은 강간 사건들과 그로 인해 태어난 자녀들, 중일전쟁 때는 집단자살을 하거나 아이를 살해하기도 하였다. 또는 아이를 지키려는 어머니의 눈물겨운 노력도 있었다. 전쟁의 참혹함을 느껴야 했다.


10장 범죄

범죄를 저질은 아이의 부모는 분노와 죄책감에 휩싸여 실패자로 살아간다. 범죄를 저지른 행위에 따른 수감은 제지, 무력화, 응징의 원리이다. 자료에 의하면 매년 3백만명 정도의 미성년자가 구금되고 그 중 2백만명 이상이 감옥에 간다고 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술, 마약 등에 의해 충동적 범죄를 일으킨다. 총기사용이 쉬운 미국의 경우 그 폐해가 매우 심각하다. 빈곤의 대물림이나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상실감도 범죄 이유중 하나였다. 범죄를 저지른 많은 청소년들을 인터뷰한 필자는 '많은 경우에 범죄성은 내가 연구한 대다수 질병보다 더욱 질병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치료받지 않기를 원하는 장애인은 치료하면서, 정작 회복할 수 있고 또 회복되길 원하는 요컨대 범죄성을 지닌 사람들은 치료하지 않는다.' 라며 좀 더 적극적인 사회적 관심의 필요함을 말한다. 우리는 수많은 위탁가정의 문제점이나 성공사례를 영화로 접하기도 한다. 한편, 전혀 사고를 일으킬만한 이유가 없는 정상적인 가정의 자녀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대표적 예로 1999년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두 고등학생의 총기난사로 피해자를 포함해 모두 15명의 학생이 죽음을 맞았다.약간의 원인을 찾는다면 그들은 동급생들에게 모욕적인 언행을 겪었으며 그 중 한 학생은 부모에게 원한을 품고 있었다. 그 둘은 그 자리에서 자살을 함으로 무시무시한 일을 끝냈다. 그러나 사랑으로 자녀를 키웠던 한 부모의 기나긴 시련과 고통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들은 이사가지 않고 그 마을에 머무르면서 사죄하며 자식이 치루어야 할 대가를 묵묵히 치루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역사회의 봉사일원이 되어 용서와 화해를 구할 수 있었다. 그 엄마의 말이다.'톰과 내가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딜런은 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테고 그 끔찍한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게 아이가 있어서 기쁘고 그 아이가 바로 지금의 내아들이라서 기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 아이에 대한 사랑은 비록 그 사랑의 대가로 이런 아픔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내 삶에서유일한 가장 큰 기쁨이었으니까요. 나는 아픔을 받아들여요. 인생은 아픔으로 가득 차 있으며 이것이 내인생이예요. 딜런이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세상엔 더 나았겠죠. 하지만 내게는 더 나은 일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모든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고 그 사랑의 대가를 어떤 형태로든 치룬다. 좋게든 나쁘게든... 그러나 어느 한쪽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라는 것을 자식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11장 트렌스 젠더

'트랜스젠더는 포괄적인 용어로, 해부학적 구조상 선천적으로 정해진 성에서 확연하게 벗어난 행동을 하는 모든 사람을 지칭한다. 트렌스 섹슈얼은 일반적으로 정신적 성별에 자신의 신체를 일치시키기 위해 수술이나 호르몬치료를 받는 사람을 가리킨다... 트랜스젠더를 줄여서 트랜스라고 하는 용어가 가장 널리 사용된다...' 라고 개념정리를 하였다.

또한 성전환을 한 사람의 수가 얼마나 많은지도 알려준다. 미국에만 트랜스 맨이 1,500명, 트랜스 우먼이 5,000명에 이르는데, 성기 수술은 하지 않은 트랜스의 숫자까지 포함하면 최대 3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성정체성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보니 이제는 그들도 당당하게 제 목소리를 내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 신체적 장애에 비해 사회적 비난을 감수해야하는 어려움에 처하고 '안심폴더'라는 서류를 소지하고 다녀야 한다.

성정체성 논란이 천성대 약육이라는 틀에서 다루기 쉬운 문제와 다루기 힘든 문제로 바뀌었다고 한다.

필자가 인터뷰하고 지켜본 많은 어린이들이 성정체성의 혼란으로 두통, 우울증, 학습부진 등의 문제점을 야기하며 행복해야 할 어린시절을 불행하게 보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자살에 이르는 청소년도 많았다.

심지어 재판에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살인을 증오범죄로 처리하기도 했다.

'...성전환을 할 수 없는 아이는 자살할 수 있는 반면 성전환한 아이는 그때문에 살해될 수 있는 것이다... 1999년 이후로 미국에서는 400명 이상의 트랜스젠더가 살해되었고,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단체는 살인에 관련된 증오범죄의 발생률이 한 달에 한 건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비단 미국뿐이 아니라 여러 나라 도처에 증오내지는 혐오가 만연해 있다고 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 KKK단의 테러를 들 수 있다. 오래전 내가 처음으로 발령을 받아 갔던 지역사회에서 보았던, 작은식당을  운영하던 트랜스젠더부부가 생각난다. 그때는 잘 알지 못하여 그들을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이상스럽게 보았었다. 시간이 흐르고 우리나라에서는 한 트랜스젠더가 TV, 잡지 등에 이름을 알리며 대중의 호응을 받았던 일이 생각난다. 최근에 한 군인이 휴가중 성전환을 하고, 군인으로 복무할 수 없게 된 것을 다룬 뉴스를 보았다. 나는 그의 인권이 존중되어야 하고 그가 원한다면 계속해서 여군으로 복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필자는 그들이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의 문제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선택이, 특히 일상적이지 않은 선택이 부담스럽고 고단하며 두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내가 처음으로 쓴 책은 소련의 예술가 집단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들이 서구 사회로 넘어왔을 때 나는 그들과 함께 있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서로 다른 상표의 20가지 버터가 진열되어 있던 독일 슈퍼마켓에서 서구 사회가 그에게 요구하는 수많은 선택을 견딜 수 없어서 울음을 터트렸던 일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선택은 우리가 누릴 수 있는 단 하나뿐인 진정한 호사이며 의사결정에 내재된 노력이야말로 결정을 가치있게 만든다고 믿는다. 오늘날의 미국에서 선택은 열망의 가치를 보여준다. 나는 피곤한 선택이 수반될 것을 알면서도 우리가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는 미래를 상상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런 미래가 온다면 아마도 나는 내가 지금 가진 것들을 선택할 것이다. 그럼에도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에 그것들을 더욱 사랑할 것이다.' 정체성이란 바로 이런 것일게다.      

 

12장 아버지 

'나는 부모님을 용서하기 위해 이 책을 시작했고 작업을 끝냈을 때는 나 자신이 부모가 되어 있었다. 시간을 거슬러 이해함으로써 나의 삶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나는 왜 내가 어린 시절에 그토록 많은 아픔을 겪었는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 사이의 문제는 진짜 문제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증명하는 것이 부모님과 나에 대한 의무처럼 느껴졌다. 돌이켜 보면 양육을 주제로 한 이 연구는 내가 부모가 되기로 결심하면서 느낀 불안감을 가라앉히기 위한 한 방편이기도 했던 것 같다...' 필자의 집필동기와 오랜 시간이 걸린 연구는 다른 사람들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부모는 그들에게 물려받은 유산을 자신이 성장하는 발판으로 삼을 줄 아는 자식을 원하기 마련이다.' 라고 필자는 말한다. 그러나 예전 세대와는 달리 지금 세대는 많은 자녀들이 부모보다 못한 소득이나 환경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회가

되었다. 따라서 많은 자녀들이 부모되기를 포기하는 수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태아기 검사를 통해 원하지 않는 장애아를 지울 수도 있다. 한편에서는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우수한 유전자를 지닌 자녀를 낫기 위한 노력을 하기도 한다. 

이상적으로 볼 때 부모가 수용의 깊이를 더할수록 자식은 보다 진정한 자아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의 욕심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 자식을 확인하고 포기하기 전까지는 수용의 폭을 넓히기 어려운 일이다.

필자는 아버지가 되는 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던 중, 이혼하였으나 어머니가 되고 싶은, 우아하고 두뇌가 명석한 대학동창 블레인에게 자신의 정자를 제공한다.  그 문제로 파트너인 존과 갈등을 빚지만 그들 셋은 오랜 협상과 노력으로 마침내 체외수정을 통한 임신을 한다. 임신한 그녀가 파트너를 만나면서 존이 우려했던 문제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필자는 '보다 심오한 의미에서 내가 그의 근사한 외모와 재치, 도덕적 목적의식에 탄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고 표현한 존과 결혼한다. 존은 그를 관찰해온 직장동료에게 정자를 제공하여 두 아이를 낳게 해준 열린 사고의 너그러운 사람이었다. '나는 존과 이들 가족의 관계에서 경계심과 매력을 동시에 느꼈다. 존에게는 그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자식들이 있었고 나는 그 아이들을 보면서 존의 진정한 모습과 연결된 고리를 찾고 싶었다...'

블레인은 임신합병증으로 제왕절개수술을 하고 딸을 낳았다. 필자와 존, 블레인의 남편 모두 그자리에 모였다.

'나는 산부인과 의사가 볼록하게 부풀어 오른 블레인의 뱃속에서 작은 블레인을 꺼내는 과정을 지켜보았고 처음으로 아기를 안았다. 이제 아버지가 되었다는 사실을 계속 되새겼지만 좀처럼 실감이 나지 않았고 아버지로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다. 마치 하루 아침에 내가 최고의 스타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다. 내가 갓 태어난 아기를 안은 후에 블레인도, 리차드도, 존도 아기를 안았다. 우리 모두는 이 황홀한 존재에게 누구일까? 아기는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아기의 존재로 인해 우리 어른들의 관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이미 연구를 한창 진향중이던 나는 모든 아이가 수평적인 특징을 조금씩 갖고 있으며, 부모의 특징을 재구성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기가 어떤 사람인지 단서를 찾고자, 그리고 아기가 나를 어떤 사람으로 바꿀 것인지 얻고자 나는 그녀의 작은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아기가 탄생하는 순간의 감격은 출산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짐작하기 어렵다. 건강한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기쁨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 산고의 고통과 유아기 성장의 사랑스러움은 기나긴 시간의 보육을 인내심으로 견딜 수 있게 한다. 심지어 장애아를 양육하는 일은 가족에게 지난한 도전이지만 그럼에도 후회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감정적으로 절제력과 정신적인 의지만 있으면 어떤 대상도 사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필자는 부모의 보호적인 태도에서 위안을 얻으며 힘든 사랑이 손쉬운 사랑에 결코 못지 않다는 확신을 갖는다.

게이로서 자식을 갖지 못하는 슬픔은 그를 실패자로 느끼게 했었다. '존은 내게 특별한 사람이 되도록 용기를 주었고 보통 사람처럼 살 수 있다는 확신을 주었다. 하지만 이례적인 가족들 수백명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차츰 나는 특별한 사람이 되는 동시에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공존할 수 없는 목표가 아니며, 이례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평범하게 살 권리나 능력을 포기할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 그들의 설득력 있고 경이로운 행보는 하나같이 내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인생에는 우리를 주눅들게 만드는 일 두 가지가 있으며 주눅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그 두 가지가 거의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운전과 자식을 낳는 일이다...'

허나 자식을 낳는 일을 운전에 비유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적어도 불임으로 고통받는 안타까운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그리고 난자를 생산할 수 없는 그들 부부가 직접 자녀를 양육하고 싶은 바램은 드디어 이루어진다.

존이 정자를 제공하여 사랑스런 두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던 로라가 그의 은혜에 감사하며 대리모를 자청해왔다.

필자의 정자와 로라의 난자는 두번의 시도 끝에 기적처럼 아들을 선물하였다.

'존은 내가 예상했던 대로 곧장 황홀감에 도취되었다. 생명의 탄생은 마법이나 우주 전쟁보다 훨씬 신비롭고 불가사의하고, 따라서 우리를 순식간에 겸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이전에 작은 블레인이 태어났을 때도 그와 같은 감정을 느꼈고 이번에도 느꼈다. 이 아이는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제 존재한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항상 생각하는 것을, 즉 그가 이 세상에 태어남으로써 이전까지의 모든 상실감을 보상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때부터 모든 문제가 시작됨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것이 곧 삶이기 때문이다.

'게이의 양육문제가 짜릿할 만큼 새로운 발전 국면을 맞고 있던 시점에 존과 나는 아버지가 되었다. 나는 조지가 건강하다고 선언되던 날 희망이란 깃털이 달린 어떤 것이 아니라 빽빽거리며 울면서 분홍색을 띤 채 새롭게 다가온 어떤 존재임을 깨달았다. 또한 아기를 낳는 일이야 말로 그 어떤 행동보다 낙관적인 행동임을 알았다. 자식에 대한 사랑은 거의 전적으로 상황에 따라 좌우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아는 한 가장 갈력한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우화가 신념에 영향을 주듯이 이 책의 이야기들은 내 아이들을 향한 나의 사랑에 영향을 주었다. 회복탄력성에 관한 이 책의 서사적인 이야기들이 있었기에 나는 지금의 부모가 되었다...'

필자는 가족과 이 책을 쓰기까지의 여정을 통해서 사랑이 확대되는 현상이라는 사실을 배웠다고 말한다. 

'나는 생식과정의 자유의지론을 신봉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이 있을 때 사랑 그 자체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이 서로에게서 찾은 사랑은 보다 나은 사랑이 아니라 다른 식의 사랑이고, 이 행성이 지속되기 위해 종 다양성 유지가 필수적인 것처럼 사랑의 다양성은 배려의 생태계를 강화한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이라도 종국에는 동일한 곳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들은 그들의 자녀 모두와 가족으로 아름답게 연결되어 있었다.

갓 태어난 아들 조지가 위험에 처해 검사실 CT촬영기계에 누워있을 때 필자는 두려움을 느꼈다.  

'... 그 감정은 그들 모두와 나의 관계에 변화를 가져왔다. 아이들은 내가 아버지로서 상실감에 빠질 뻔했던 바로 그 순간에 나를 붙잡아 주었다. 하지만 내가 이 연구를 하고 있지 않았더라도 과연 이 사실을 인지했을지는 알 수 없다. 그토록 많은 이례적인 사랑을 접하면서 나는 그런 사랑의 황홀한 방식에 매료되었고 아무리 비참한 취약성도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목격했다. 나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책임이 주는 놀라운 기쁨을 보고 배웠으며, 그 기쁨이 어떻게 삶의 다른 영역에 영향을 끼치는지 알게 되었다. 이레적인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인생항로에서 스스로 노예가 되길 자청하고, 고통을 정체성으로 승화시키고자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이 책의 영웅적인 부모들이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연구를 통해 내게도 삶의 강령이 생겼으며, 마침내 내가 그들과 같은 배에 탈 준비가 되었음을 깨닫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힘겨운 검사를 한 갓난 조지는 다행스럽게 아무 이상없이 건강했다. 

 

이 책은 1,2권이 모두 두껍다. 그것은 각 항목마다 인터뷰를 한 내용들을 실례로 들었기 때문이다.

내용은 어렵지 않으므로 잘 읽히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면서 공감을 이끌어 낸다.

내 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새삼스럽게 다시 느낀다. 자식은 삶의 정수를 느끼게 하는 존재임에 분명하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나 교육하는 이라면 꼭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좋은 책이다.

필자의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어서 구입했다. '경험수집가의 여행'이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