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읽고

비르발 아니면 누가 그런 생각을 해

나무^^ 2006. 9. 18. 00:50

 

 

이균형 엮음. 정택영 그림

출판사 정신세계사

                                                                                                                                               

이 책은 재작년에 정신세계사 서점에 갔다가 아는 분이 사주었는데, 책꽂이에서 읽어주길 기다리던 이 책을, 지루한 책을 읽다 그만 실증이 나서 기분전환을 위해 펴게 되었다. 잠자리에서 몇 쪽씩 읽으며 기분좋게 잠들 수 있었다.

 

비르발은 16C 초 인도 무굴 제국의 황제 아크바르의 재상을 지낸 실존 인물이라고 한다.

기지에 넘치는 바르빌의 답변과 그의 지혜를 필요로 하는데서 나아가 그를 시험하고 즐기는 아크바르의 짖궂음까지 웃음을 자아낸다.

누구나처럼 나 역시 유머를 좋아하지만, 즐길만한 코메디가 잘 없다. 설득력 있는 웃음을 자아내는 일은 지혜가 수반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간단한 내용 하나를 소개한다.

어느날, 어전회의에서 아크바르가 문득 이렇게 말했다.

"비르발, 짐은 간밤에 아주 이상한 꿈을 꾸었노라"

"어떤 꿈이었나요. 폐하"

"그대와 나, 이렇게 둘이서 마치 구름처럼 하늘을 떠서 날아다니고 있었지.

그러다가 갑자기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네. 나는 꿀이 가득 찬 구덩이에 떨어졌는데,

비르발, 그대는 가엾게도 그만 시궁창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네."

                        

비르발은 순간 아찔했지만 곧 마음을 가다듬고 이렇게 대답했다.

"아, 정말 신기하군요. 폐하,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뭐가?"

"저도 똑같은 꿈을 꾸었습니다."

"정말인가?"

"예, 하지만 폐하께서는 꿈이 다 끝나기 전에 깨어나신 것 같습니다."

"그런가, 비르발?"

"왜냐하면 저의 꿈 속에서는 폐하께서 간신히 꿀 구덩이에서 빠져 나오시고 저도 간신히 시궁창에서 빠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런 다음에 우리는 서로 상대방을 혀로 핥아서 닦아 주었답니다. 폐하!"

"오오!"

    

유머는 넉넉한 마음의 선물이다. 가볍게 기분전환을 하기에 좋은 책이었다.  

누구에게나 세상살이는 때론 고달프고 우울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끙끙거리며 좌절하지 말고 생각의 전환으로 멀찍이 내려놓거나 훅 던져버리거나 기지(機智)가 필요하다. 그리고 일부러라도 하하 소리내 크게 웃으며 마음 가다듬는(마인드컨트럴), 즉 평상심의 여유가 필요하다. 그러면 흘러가는 시간은 그 모든 것을 어떻게든 해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