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
2008. 1. 10 (목) 영남일보
人 (사람 인 : 몸이 머리를 받히고 손과 발이 분리된 모양)
설문(說文)에는 '사람이란 천지의 성으로 가장 귀한 존재다.(人者, 天地之性, 最貴者也)'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천지의 성(性)은 곧 '낳음(生)'을 말하니 하늘과 땅 사이에서 목숨을 지닌 물건들 가운데는
가장 귀한 존재가 사람이라는 뜻이다. 어찌 그런가?
무정물인 광물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식물은 뿌리를 땅에 박고 줄기가 밖으로 나와 가지를 뻗고 잎을 내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그래서 아래에서부터 위를 향해 자라는 나무(木)나 풀(艸)은 하늘을 향해 반듯하게 자라
'곧게 심어진 물건'(植物)이라 했다.
그러나 오직 사람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상하로 서 있으면 나무와도 같지만,
개를 앞세우고 거리를 가로 지르는 모양을 보면 상하로만 된 것이 아니라
전후좌우를 마음대로 움직이며 땅을 누비기 때문에 다른 동식물과는 전혀 다르다.
그래서 예부터 동양에서는 사람을 두고 '머리는 하늘로 향해 위에 있고 발은 땅을 굳게 딛고 있는 모양'을
그대로 본떠 사람(人)을 다른 동물과 명백히 구별했다.
그런데 서양에서는 사람을 무엇이라 정의했던가?
애당초 동물의 범위 속에 사람을 매김 지어 놓았으며, '생각하는 동물'이니 '도구를 만들 줄 아는 동물'이니 하며
지금까지도 동물의 범위에서 사람을 떼어 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저들이 말한 식물을 '세로로 사는 삶(縱生)', 동물을 '가로로 사는 삶(橫生)',
사람을 두고서는 '땅위에 서서 사는 삶(立生; 大는 사람의 정면 모양이요 밑바닥 一은 땅)'으로
일찍이 사람과 동물을 크게 구분했다.
그리고 '모든 몸이 머리를 받치고 있음'과 '손과 발이 분리되어 있는 모양'을 그대로 본떠
이미 '생각하는 사람(理性人)'과 '손 쓸 줄 아는 사람(工作人)'이라는 두 가지 뜻이 고스란히 글자 하나에
담겨져 있도록 만들어 써 왔다. 참으로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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