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4)
2008. 1. 17 (목) 영남일보
仁 (어질 인 : 사람만이 서로를 아낄 줄 안다 ) |
공자의 제자 자하가 물었다. "방긋 웃는 웃음에 입술이 더욱 곱고, 아름다운 눈동자에 눈매도 더욱 고우니,
마치 흰 바탕에 채색을 한 것 같구나. 한 '시경(詩經)' 구절은 무슨 뜻입니까?"
공자가 답하기를 "그림을 그리는데 있어서 흰 바탕이 있은 후에 채색을 하여 아름답게 됨을 말한 것이니라."
그러자 자하가 또 다시 물었다. "덕(德)을 갖춘 후에 예(禮)가 따른다는 말입니까?"
공자가 다시 답하기를 "나를 일깨워 주는 사람은 바로 그대로구나. 비로소 함께 더불어 시를 말할 만 하구나." 하였다.
깨끗한 바탕이 있어야 비로소 어떤 사물을 그릴 수 있듯이 사람이 어차피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자면
우선 사람이 사람을 아끼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끊임없이 이어지려면
각자 마음이 진실해야 할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사람 노릇을 해야 사람이지.' 라는 말은 누구나 다 수긍할 수 있는 말인데
막상 이를 실천해 나가기란 쉽지 않다.
공자가 제자들에게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베풀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 또
"자기를 극복하고 예로 돌아감이 곧 인이다.(克己復禮爲仁)" 라고 한 말들은 모두 사람은 사람과의
올바른 관계로서의 '仁'을 바탕삼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그렇기로 '仁'이란 '두 사람 사이에 지녀야 할 바람직한 관계'(진실)을 말한다.
나아가 사람의 '삶'에서만이 바탕지어질 수 밖에 없는 도덕적 기반을 뜻한다.
그래서 '삶'이라는 말도 '사람'을 줄여 만들어진 말이다.
따라서 모든 도덕적 규범도 곧 '삶'(仁)에 관한 실천적 덕목일 뿐이다.
한편 복숭아 씨앗이나 살구 씨앗을 '桃仁(도인)', 杏仁(행인)'이라 말하듯
'仁'이란 글자 속에는 '어질다'는 뜻과 더불어 '씨앗'이라는 뜻도 있다. 하나의 씨를 땅이 앗지 않으면
씨로서의 성능을 발휘할 수 없다. 사람은 사람 단독으로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다.
오직 사람의 삶에는 서로가 서로를 아끼는 진실(仁)이 깔리고, 마침내 그 진실이 바탕에 흠뻑 어질어(仁)져 있어야
살맛나는 삶(仁)을 살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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