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3)
2008. 1. 14 (월) 영남일보
大 (큰 대 : 사람이 두 팔을 벌리고 서있는 정면의 모양) |
머리를 위로 하고 손과 발이 분리된 채로 바로 선 사람의 모양을 그대로 본떠 '사람'이라는 뜻을 지닌 '人'자로
사용해 오고 있다.
이와 달리 두 팔과 두 다리를 활짝 펴고 당당히 땅위에 서 있는 사람의 정면 모양을 그대로 본 떠 '크다'는 뜻을
나타낸 '大'로 사용한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대략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뜻이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첫째 만물의 척도는 역시 사람인지라, 별다른 도구가 없이 크다거나 많다는 뜻을 전달하자면
우선 두 팔을 크게 벌려 나타낼 수 밖에 없다. 그러자니 자연히 두 다리도 활짝 벌릴 수 밖에 없다.
둘째 짧은 길이는 손으로 잴 수 밖에 없고, 먼 거리는 발로 가늠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자연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어떤 일을 두고 그럴 수 밖에 없는 그 헤아림으로서의 '수(數)'는 어디까지나 손과 발을 동원해 가늠할 수 밖에 없다.
두 손과 발을 활짝 벌린 모양의 '大'는 곧 천지만물 가운데 '가늠할 줄 아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 '크다'는 말이기도 하다.
일찍이 노자는 "도가 크고, 하늘이 크고, 땅이 크고, 사람 또한 크다.(道大 天大 地大 人亦大)"고 했다.
다시 "사람은 땅을 법으로 삼고, 땅은 하늘을 법으로 삼고, 하늘은 도를 법으로 삼는다.(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라고 분명히 밝혔다.
굳이 어려운 철학적 사유를 동원해 살필 필요없이 세상에서 제일 크고 작은 것을 끊임없이 변화시켜내는 도(道)가
제일 크고, 다음이 하늘(天)이며, 그 다음이 땅이며, 하늘과 땅과 그 사이의 도를 가늠할 줄 아는 사람(人)이 '크다'
아니할 수 없다.
그래서 사람의 머리 위에 '一'(하나같이 큰 것)을 붙여 '서다'는 뜻으로 '立'자를 만든 것이다.
손과 발은 몸의 위와 아래에 붙어 있는 가지의 일종이다.
손도 본디 '발'이라 썼기에 '동아줄 몇 발만 내려달라'고 애타게 빌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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